참여&소통

"여럿이 함께 숲이되자"
함께해 주세요. 당신이 바로 길입니다.

회원게시판

  • 생명평화의 길을 걷고 계신 도법스님께서 제주대에서 강연합니다

    2007-11-08 08:34:07
  • 작성자제주대학교 철학과 () 조회수2113
  • +파일첨부
  • <저명인사초청 철학강연회>


    주제 : 생명평화의 세계관과 삶의 철학

    강사 : 도 법 스님
    (전 남원 실상사 주지, 생명평화탁발순례 단장)

    일시 : 2007년 11월 9일(금) 오후 2시 - 4시
    장소 : 제주대학교 법정대 중강당


    <생명평화탁발순례>와 도법 스님

    나는 오래 전부터 길 떠나는 꿈을 꾸어왔다. 오늘은 생명평화의 탁발순례를 떠나는 꿈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한반도에 생명평화의 문화가 일상적 삶의 문화로 자리잡길 꿈꾸며 순례의 길을 떠나려고 한다. 21세기 지구촌이 생명평화의 물결이 넘실대는 멋진 사회가 되길 꿈꾸며 순례의 길을 나서려고 한다.

    꿈은 함께 꿀 때 현실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높은 이상을 향하여 열정을 바치려는 멋진 친구를 만나고 싶다. 아름다운 꿈을 함께 꿀 좋은 친구와 술잔이라도 나누고 싶다. 친구들과 꿈을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그 ‘공동선’에 썼던 길 떠나는 꿈 이야기를 간추려본다.

    너도나도 길 떠나는 사람들이다. 어제도 오늘도 우리는 길 떠나는 나그네들이다. 올해 내가 떠나야 할 길은 어떤 길일까. 사실 닥치는 대로 길 떠나는 삶을 살아온 것이 지금까지의 내삶이었다. 그동안은 이익과 승리만을 좇아왔는데, 올해는 체념하고 포기하는 길을 떠나려고 한다. 붙잡고 있었던 것들을 비우고 버리는 길을 떠나볼까 싶다. 포기하고 버리는 길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그 길을 떠나고자 한다. 깨달음이라는 환상을 좇아 온 그간의 삶을 포기할 작정이다. 훌륭한 수행자라는 허상을 좇아 온 벅찬 꿈을 접기로 했다.

    미워하지 않으면 편안해진다는 단순한 진리의 길을 가고자 한다. 나누면 여유로워진다는 명료한 진리의 삶을 살려고 한다. 부처 짓 하면 부처 된다는 불교의 진리를 지금 여기에서 당장 살아보려고 한다. 이 정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모색하고 모색한 끝에 만난 친구가 생명평화이다. 깨달음도 접고, 부처도 내려놓고, 수행도 포기하고 붙잡은 화두가 생명평화이다.

    그런데 지금 생명평화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진정 생명평화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므로 생명평화를 구걸하기 위해 부처와 선재를 흉내내어 탁발순례의 길을 걸으려고 한다.

    생명평화를 탁발하기 위해 온갖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농부도 상인도 사장도 실업자도 장관도 주정뱅이도 목사도 신부도 교무도 스님도 만날 것이다. 술집도 가정집도 관공서도 언론사도 성당도 교당도 교회도 절도, 굿 당도 찾아 갈 것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탁발할 것이다. 밥도 빌고, 돈도 빌 것이다. 땅도 빌고, 마음도 빌 것이다.

    “누군가가 굶주려서 생명평화를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밥을 나누어 주십시오. 누군가가 이해받지 못하여 생명평화를 잃었습니다. 당신이 이해의 마음을 나누어 주십시오. 누군가가 만들어낸 사회모순 때문에 생명평화가 상처받았습니다. 당신이 사회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 주십시오. 그렇게 하면, 누군가도, 당신도 함께 생명평화의 인생을 살게 됩니다.”

    이 사람을 만나서도 탁발하고, 저 사람을 만나서도 탁발할 것이다. 이곳에 가서도 탁발하고, 저곳에 가서도 탁발할 것이다.

    사람 사람마다 이해와 보살핌을 나누는 능력의 일인자가 되도록 이해와 보살핌을 탁발할 것이다. 작업 현장들이 나누어주고 헌신하는 데 앞장서는 삶의 현장이 되도록 나눔과 헌신을 탁발할 것이다.

    마침내 이해와 보살핌의 따뜻한 기운이 우리 모두의 가슴에 가득차 넘칠 것이다. 나눔과 헌신의 넉넉함이 우리 사회의 강물을 이룰 것이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멋진 일에 인생을 거는 멋진 젊음이 그립다. 위풍당당한 젊음이 함께 할 수 있다면 더 신나겠다. 2004년에는 멋진 친구와 함께 하는 멋진 한 해가 되길 간절히 꿈꾸며 길을 떠나려고 한다.

    (경향신문 2003년 12월 도법 스님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