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1회용 흔들 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5천년 역사에 동그라미를 하나 더 붙일 때 까지 수수만년 태평한 나라가 되기를 기원하는 뜻있는 사람들은 이번 한나라당의 이, 박 예비경선에 뜨거운 관심을 갖는다.
어떤 이는 너무 과열되어 염려스럽다고 보는 시각도 있으나 원래 ‘완성을 향한 도정(道程)’은 험난하다는 쪽에 동의를 한다.
여론이라는 웃기는 괴물의 행태가 정말로 웃겼던 때가 있었다. 오직 여론이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데 있어서 다른 오해가 없기를 바라면서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기로 한다.
지난해 초 일본이 독도문제를 가지고 말썽을 일으키자 관변단체를 비롯한 여기저기서 일본대사관 앞에서 법석을 피웠다. 그야말로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어떻게 근본적으로 고칠 것이냐가 전체국민들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비난여론이 비등하자 노무현 대통령이 일갈을 했다. ‘일본과 외교전쟁을 불사 하겠다’고一. 그러자 바닥을 기던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가 50%가까히 오르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면 대통령의 발언은 낙제점수다. 조용조용, 외교적으로 해결할 일을 대통령이 나섬으로써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국민들은 우선 속이야 시원할 테지만 불은 발등에 떨어진다는 것이다.
즉, 한해 외국인 관광객 중 40여%가 일본인이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10%, 20%만 줄어도 당장 호텔, 택시 등 관광업계는 쪽박을 찰 수밖에 없다. 이렇듯 여론은 앞뒤 볼 것도 없이 우선 거기에 영합을 하기만 하면 쉽게 오르내리는 것이다.
지금 또다시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카드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정상회담이 옥동자를 출산할 것이냐, 기형아를 출산할 것이냐는 둘째로 치고, 국민들은 없다, 없다하던 정상회담을 은밀히 추진한 것은 잊어버리고 만다. 말하자면 비정상적으로 취득한 과실에만 관심을 두지, 비정상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쪽 눈은 노 정권에 의심을, 한쪽 눈은 한나라당 경선에 관심을 가져본다. 그러다가 때가 되었으니 무슨 일을 저지를까에 이르러 한나라당 경선 잔치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무엇인지, 북한이 남한 대선에 어떻게 발목을 잡을 것인지 등등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