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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20일 이야기

    2007-08-01 18:15:30
  • 작성자왕금성 () 조회수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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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20일 이야기

    왕금성

    죽일 것처럼 멱살잡이를 하다가 어느새 그랬냐는 듯이 상대가 웃으며 악수를 청했을 때, 참으로 뻔뻔하다 싶어 귓사대기를 갈겨준 적이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잘못은 제가 해 놓고 멱살을 잡다니―. 그래놓고 화해를 하자고?

    이것은 어디까지나 철이 덜 들었을 때의 내 경우를 되짚어 본 것입니다. 일단 화해를 하고 잘잘못을 따지면서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일이야말로 얼마나 아름다운 정경입니까. 그걸 알면서도 꼬부라진 마음이 펴지지 않으니 지금도 그와는 원수로 살아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들이 경선이 끝난 후 멋진 화해와 승복을 약속했습니다. 되는 말, 안되는 얘기 모두 동원하며 피터지게 싸운 것은 그것이 개인간의 감정에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국가를 위한 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서로가 잘나서도 아니고 못나서도 아닌, 나라를 더 이상의 불행으로의 진행을 막겠다는 충정에서 나온 것이라 할 때, 화해와 승복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에 헌법을 ‘그 놈’으로 천대하고, 자신의 영달과 출세의 보금자리를 떠나면서 침을 뱉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까라고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한나라당의 대선주자들의 공방을 보면서 이러다가 죽도 밥도 안 될 것이며 경선이 끝나고서도 반목이 계속된다면 아이들에게 또다시 고개를 숙여야 할 일이 생기지 않을까 불안이 컸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우로 그칠 것 같습니다. 검증청문회에서 두 사람은 조금도 주저 없이 화해와 승복을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나도 그 옛날 내가 화해를 거부했던 친구를 찾아나설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게 뺨을 맞더라도 진정으로 손을 잡고 말할 것입니다. “저걸 보아라, 내가 이제서야 용서를 구한다”고.

    2007년 8월 20일의 이야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