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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궁핍의 애호와 양파껍질

    2007-08-02 18:02:15
  • 작성자다월당 () 조회수2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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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궁핍의 애호와 양파껍질

    다월당

    한국의 선비사상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궁핍을 애호했다는 점입니다. 즉, 돈의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고 돈을 정신의 노예로 삼는 것이었습니다. 인간 정신의 존엄성이 물질에 의해 좌우되지 않게 하기 위한 가치체계였던 것입니다. 물론, 이 가치체계는 금전의 경시와 경제 산업의 천시풍조를 빚게 한 것도 사실입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순서가 상,공,농,사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이를 다른 쪽에서 바라보았습니다. 사람의 발전동기(動機)는 궁핍에 있기 때문에 아무런 철학 없이 궁핍을 벗어나는 데만 몰두하면 인격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다시 말해 동기까지는 좋았으나 동기가 성취되고 난 후의 나태함, 교만함을 경계한 것입니다.

    요즈음 부자로 사는 사람들은 위장전입을 해서라도 자식을 좋은 학교에 보내기도 합니다. 부잣집 자식이 성공하지 못한다는 상식은 이제 전설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돈이 정신을 지배해 버린 세상이 된 것입니다. 아무리 부자라도 자식만큼은 궁핍하게 길렀던 우리 조상들의 뜻이 왜곡되어가고 있는 현실에 쓴웃음을 짓습니다.

    남의 집 머슴으로 살 때는 꽁보리밥도 그렇게 맛이 있었는데 부잣집 처가에서 며칠 살다보니 그렇게 맛이 있던 꽁보리밥이 맛이 없게 되어 버렸다는 얘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행복은 물질의 풍요에서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말은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위(自慰)하기 위한 얘기가 아니라 각종 통계가 가르치고 있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물질의 행복은 정신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富)에서 행복을 추구하다보면 그 이상의 금전적 행복으로의 상승작용으로 보다 많은 부를 요구하게 되고 이를 위해서 또 다시 막대한 부의 소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실덕(失德), 범죄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양파껍질 이야기가 나옵니다. 벗기면 벗길수록 의혹이 있다는 내용은 이 부(富)와 관련된 것입니다. 물론 이 말은 앞에서 말한 부의 축적과정에 대한 시비입니다.

    자신의 발전동기를 궁핍의 해방에서 찾았다면 어느 정도 성취에서 끝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재물로부터 인격을 구제하는 방법은 없는 것인지,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