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대표하는 전경련 조석래 회장이 특정후보 지지발언을 했다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그렇다면 “차기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이 되어 달라”, “옛날 일을 자꾸 들추어내면 답이 없다”는 그의 발언의 속내는 무엇인가?
그간 경제계의 바램은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게 아니라 저 혼자 굴러가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시장원리에 의한 정책, 규제의 완화 또는 철폐, 노동운동의 경직성 방지요구 등이 그것이다. 이 밖에도 경제계에서 제시하는 많은 요구는 궁극적으로 정치가 경제의 걸림돌이 되지 말고 디딤돌이 되어달라는 주장으로써 그만큼 정치의 경제 발목잡기가 예사롭지 않았다는 얘기로도 풀이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이번 조석래 회장의 발언은 스스로 정치의 경제발목잡기를 자청했다고 해서 비난이 크다. 그가 특정후보의 사돈이라는 위치에 있다면 더더욱 공과 사를 구분했어야 하며, 그렇지 않다 해도 전경련의 회장이라는 위치로 보아 정치 쪽의 경제계에 대한 불신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그의 발언은 대형실수임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차기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을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이야기 한 것”이라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을 내 놓았지만,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는 야권(野圈)의 경선와중에서 나온 발언이라는데 전경련의 고민이 커보인다.
경제계가 정치의 경제디딤돌이 되길 원한다면 스스로의 금도(襟度)가 무엇인지를 먼저 인식해야 한다. 줄 대기나 혹은 선거자금 지원 등 과거의 부정적 관행으로부터 탈피하여 경제계 내부의 도덕성 강화를 우선할 때 경제의 제자리찾기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경제계의 일거수일투족이 국민의 삶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석래 회장의 ‘김칫국 마시기’ 발언은 경제계 전반의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