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뱀이 무서우면 뱀으로부터 멀리 도망치면 됩니다. 축구를 싫어하면 축구장에 가지 않거나 축구 중계방송을 하는 TV채널을 돌리면 간단합니다. 그러나 사람을 만나는 것이 싫다고 해서 피할 수는 없습니다.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싫어도 피할 수 없는 것이 검증입니다. 그 간 의혹제기, 해명, 또 다른 의혹제기, 반론 등을 거듭하면서, 사람에 따라서는 내용이 없다며 그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참으로 아슬아슬한 부분도 없지 않았습니다. 이 검증문제와 관련하여 그간 수세에 몰려있던 이 후보 측이 박 후보에 대해 전두환으로부터 유족생계비로 받은 6억원이 지금은 300억 원이 될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그러자 박 후보 측은 전국 수십 개 지역 등에 땅을 사 놨다면 지금쯤 8천억 원은 족히 되고 남을 것이라고 응수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이 부동산 문제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경선룰 개정요구, 고소 고발, TV토론 변경 등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불가사의한 용감성’ 이라는 직격탄을 날립니다.
이 부분에서 어리둥절합니다. 하기야 매일 마다, 매 건 마다 어리둥절과 갸우뚱의 연속이지만 이게 경선에 임하는 전력투구(全力投球)의 모습인지 이전투구(泥田鬪狗)의 모습인지가 헷갈립니다. 다만, 강자의 여유로움이 실종된 느낌과 함께 일반 국민들의 ‘어리둥절과 갸우뚱’을 바로잡아주는 것과는 상관없는 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러나 좌우지간, 크게 믿는 구석은 있습니다. 전력투구를 넘어 이전투구의 전형(典刑)을 보여주었던 저 70년대 김영삼, 김대중씨의 경우에서도 보듯이 결국에 가서는 멋진 승복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