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는 자와 쫓는 자는 일정 거리라는 외견상의 차이를 보여주지만, 악착같은 마음은 같을 것으로 보인다. 지지 않으려는 승부근성, 이겨야 하겠다는 의지와 욕망 따위 등으로 복합된 심정은 쫓기는 자와 쫓는 자가 별반 다를 게 없을 것 같다. 1위를 달리고 있는 마라톤 선수가 2위가 자신을 얼마나 따라왔는지 자주 뒤를 바라보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지금 한나라 대선 경선의 본격적인 레이스가 제주도로부터 시작 되었다. 1위를 고수하려는 측과 1위를 탈환하고자 하는 측이 무대아래서 한껏 소란을 피웠다는 소식이다. 출발부터 좋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출발부터 눈살 찌푸리는 행동으로 이어졌다면 이 또한 벌써부터 예삿일이 아니다.
한나라당의 제주도 선거인단은 모두 2천여 명이라고 한다. 이중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당원 및 대의원은 5백여 명이라는데 제주도민의 1, 2위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이런 소란을 일으켰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각 진영에서 ‘꾼’들을 동원했다는 얘기인데, 이 때야말로 한나라당은 무딘 칼이나마 경선규칙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웃기는 얘기지만 서로 상대방이 동원했다고 한다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동원한 측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고(이 경우, 항공편과 선박편 등을 조사하면 대개 알 수 있을 것이다), 애초 장내 좌석규정을 우습게 여긴 측에 가차 없는 규정 적용이 우선되어야 한다.
응원전이 뭐 그리 대단한지 일반국민들은 별무관심이다. 응원전의 승패가 전체 국면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없다. 그것이 어차피 동원된 인원에 의한 것이라고 알고 있는 이상, 저들의 과열 분위기는 합동추태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쫓기는 자는 쫓는 자를 제압하기 위해 지지자들을 동원하지 마시라. 쫓는 자 또한 덩달아 대응인원을 동원하여 합동추태를 연출하지 마시라. 그것은 모두 국민을 깔보는 행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