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무래기 10여 명이 이웃동네 또래들과 달리기 시합을 하기 위해 준비가 한창이다. 양쪽 동네를 대표할 선수를 뽑기 위해 벌써부터 난장판에 가까운 소란이 일자 온 동네 사람들이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자기들이 속해있는 팀에서 대표가 되기 위해 온 힘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평선수에 불과한 사람들이 자꾸 저쪽 동네 선수의 발목을 잡는 태도가 마음에 거슬린다.
호적 초본 문제가 한쪽에서 불거지자 초등학교 교실에서의 어린이처럼 저요, 저요, 하며 손을 들듯이 자신의 호적 초본은 아무나 떼어가도 좋다며 자못 의기양양 한다. 호적 초본이나 관련문건이야 선거법에 정해져 있는 대로 후보등록시 제출하면 그만인데, 그게 싫다면 자발적으로나 공개하거나 혹은 선거법을 손질하면 될 텐데, 괜히 들썩 들썩하는 꼴이 별 수 없이 초등학교 1학년 교실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의 발단은, 호적 초본 당사자가 하자가 있으면 사전에 여차저차한 내용을 밝혀 김을 빼버리거나 제대로 대응했으면 사과할 일도 없을 텐데 이게 남의 손에 떼어져 밝혀지니 대단히 기분이 상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검증이 목적이냐, 검증방법이 목적이냐의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게 되어버렸다. 이 부분에서 언뜻 생각나는 단어가 있다. 인과(因果)의 법칙이라는 말.
사태 전개가 이러할 진대, 문제는 저 쪽에서 왜 남의 집 사정에 기웃거리느냐는 것이다. 각기의 대표선수가 정해진 뒤에 시비를 붙던지 말던지 할 일이지, 제 코가 석자인 판에 시시콜콜 삿대질하는 데는 볼썽사나울 뿐이다. 게다가 뒷짐이나 지고 있어야 할 막강한 권력의 관공서까지 나서서 이들을 부추기고 있으니 도대체 이 동네가 장차 어떻게 될지, 걱정이 태산이다.
염치나 예의를 얘기하기가 사치일 수밖에 없는 이판에 차라리 저 철딱서니 없는 아이들로 되돌아가야 할지, 그런 아이들 놀이가 싫어 먼 동네로 이사를 가야할지, 메아리 없는 독백만 흘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