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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財)를 재(災)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2007-07-17 10:46:03
  • 작성자천년바위 () 조회수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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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財)를 재(災)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천년바위


    적어서 불편하고 많아서 탈이 되는 돈 문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봅니다. 특히 재산이 많은 경우는 본인의 노력에 의한 부분은 뒷전에 물러나고 축적 과정에서의 부정적인 면만 강조됨으로써 없는 탈도 있는 것으로 크게 부풀려지기 마련입니다.

    어느 책갈피에서 얻어 읽은 얘기가 생각납니다. 즉, 누가 링컨에게 사람의 키는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곰곰이 생각에 잠긴 링컨의 대답이 명답이었음을 기억합니다. “사람의 키는 머리에서 발끝까지만 있으면 된다”고―.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재산은 얼마인지에 대해 누가 물었을 때, 이런 멋진 답이 없을까 생각해 본 말입니다.

    얘기가 나온 김에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의 청빈(淸貧)성향을 살펴봅니다. 재(財)는 재(災)를 부르기 때문에 멀리해야 한다는 뜻으로 돈만 가지고 다니는 하인을 별도로 두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선비들의 재물에 대한 행동을 지나치게 규제해 온 것은 선비들의 행동규범을 정해놓은 소학(小學)에 서 출발합니다. 즉, “현명한 이가 재물을 많이 가지면 곧 그 뜻이 훼손되고(賢而多財 則損其志), 어리석은 사람이 큰 재물을 가지면 그 과실이 더하다(愚而多財 則益其過)”는 말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당연한 반론은, 가지고 있는 그 재물의 많고 적음의 명확한 구분이 없이 막연히 현명한 사람이거나 어리석은 사람 모두 재물을 많이 가져서는 안된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면 뜻은 딴데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재물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사치, 방탕, 오만한 권력 등을 경계하라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큰 재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국가와 사회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는 점을 소학은 간과한 것이 아닐까도 생각할 때, 저 완강한 규범서(規範書)에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무튼 능력이 있음에도 청빈(淸貧)을 고집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고행(苦行)이요, 본능의 억제라는데 이르러 절로 고개가 숙여지지만, 부자로 사는 사람 또한 그 재물을 쓰기에 따라서는 그에 못지않은 덕행(德行)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괜히 큰 재물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미워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재(財)가 재(災)로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은 나온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