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새 대북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그간 햇볕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온 한나라당이 어느날 갑자기 햇볕정책의 복제판인 ‘한반도 평화비전’을 들고 나온데 대해 아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념 문제에 관한 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던 한나라당의 이번 좌회전으로의 변절 선언은 북한의 대선개입을 두려워한 선거용이라는데 대체로 한 목소리의 비판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북한에 대한 ‘항복비전’에 다름 아닙니다. 왜냐하면 개인이든 국가든, 적 앞에 굴복할 수 없다는 신념이야말로 인간사회에서의 최고 덕목이자, 역사발전의 요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한나라당의 이번 변절이 선거용이라고 했을 때 북한이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며 선거를 앞두고 쓴다는 꾀가 죽을 꾀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데 이르러, 한나라당에 대한 배신감은 분노로 연결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이회창 전 총재의 우려는 공감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즉, 대북지원과 핵문제를 분리한 정책으로의 변경은 이제까지의 한나라당이 주장하던 상호주의와 핵 폐기를 전제로 한 대북지원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의 이런 청맹과니 대북시각의 반대편에서 현실을 바라봅니다. 북한의 미사일이 남한을 겨냥한 것이라는 외신(外信)의 잇달은 경고에도 무관심한 나라. 여차하면 서해의 북방한계선(NLL) 조차 양보할 움직임에도 그저 태평하기만 한 정치권,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살아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평화’를 외치며 퍼주기에 골몰하는 정권,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절망이 가시권(可視圈) 안에서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