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사회는 두 가지 표정만 극명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웃음을 주체하지 못해 표정관리에 신경 쓰는 측이 있는가 하면, 벌레 씹은 표정의 우울증 환자의 모습이 그것입니다. 햇볕이 강하면 그늘도 짙은 법, 이런 현상은 일상에 흔히 존재하는 것이지만 유독 정치권의 행태에 따라 이런 현상은 자주 일어납니다.
특히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의 검증공방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이점이 눈에 띕니다.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 소위 범여권 측이라 한다면 ‘좌파정권 종식’의 지상과제에 충실하고자 하는 애국세력의 표정이 후자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현상은 겉으로 보기만 그렇다는 것이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 쪽의 상황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DJ까지 나서는 판에 과연 대통합을 이룰 것인지, 그러니까 ‘인종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가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저 지긋지긋한 잃어버린 10년 세월에 확실한 종지부를 찍고자 하는 국민들은 한나라당의 과열경쟁이 또다시 ‘잃어버려야 할 5년’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에 구겨진 표정을 펴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범여권 등에서는 모든 무기를 동원한 융단폭격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니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즉 한나라당 후보자에 대한 가공된 의혹의 대량생산은 물론, 대북 종전선언으로 평화무드를 조성한 뒤 전쟁 대 평화세력의 구도로 몰아갈 것으로 예상되고, 이를 위해 심지어는 국보법까지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여기에 더하여 무슨 귀신이 씌었는지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좌쪽으로 선회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는 등, 어느 한구석 표정을 펼 수 있는 긍정적 현상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노 대통령의 입이 태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방법은 하나입니다. 한나라당 후보간의 공방은 치열할수록 좋다는 것입니다. 예사롭지 않은 상황전개에 본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금의 공방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 더 주문이 있다면, 한나라당 내의 좌파적 인물의 설거지 문제도 부각시켜 이참에 해결토록 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국보법 폐지 시도에 쐐기를 박고, 대북문제에 대해서는 기존의 상호주의와 핵무기 폐기 후의 지원이란 원칙에 충실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이 모든 것을 치밀하게 따지는 안목과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통과의례를 거치면 둘은 하나가 되어 승리를 향해 달려갈 것입니다. 우리 모두도 그간의 걱정스런 마음을 털어버리고 너나없이 한 방향으로 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