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심(盧心)이 우여곡절의 계산을 끝내고 자신의 후계자로 이해찬 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징후(徵候)들이 보입니다. 결국에 가서는 DJ와 최종 접점(接點)이 그가 될 것이라는 게 현재까지는 중론인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행적을 더듬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 같습니다.
이해찬은 DJ시절 두 번이나 정책의장을 맡아 좌파정책의 밑그림을 그려온 사람으로서 교육부장관을 역임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가 교육부장관으로 있으면서 시행한 평준화 정책은, 지금도 교육계에서는 교육현장을 쑥대밭으로 만든 장본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가 노무현 정부의 국무총리로 있을 당시 국회에서의 오만 불손한 태도와 표독스런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말입니다. 강원도 산불이 날 때와, 3.1절에도 부산에 내려가 골프를 치다가 결국 그것 때문에 총리직에 물러난 것까지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당사자로서는 절치부심할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뒤집어보면 노무현에게 있어서 그는 백만 원군의 위치에 있습니다. 자신에게 반기를 든 후계자군 가운데 하나는 대권 후보 포기와 탈당, 하나는 벌써 탈당, 또 하나는 금명간 탈당이 확실해진 상황에서 묵묵히 충성을 다하는 그를 낙점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앞날을 상상해 봅니다. 그가 DJ의 도움을 받아 단일후보가 되면 노무현, 유시민과 함께 무슨 일들을 할 것인가에 이르러 ‘끔찍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무차별적인 독설과 피 튀기는 선동, 그리고 궤변의 말잔치가 온 나라를 들쑤셔 놓을 것입니다. 여기에다 김정일의 공갈과 훈수가 곁들여지고, 야당후보 말살의 조작된 문건이 난무하는 가운데 어용방송이 편파와 왜곡의 화려한 옷차림으로 안방을 찾아들 것이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전율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쉽겠습니까? 설사 그렇게 된다하더라도 10년 악몽을 털어내고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하는 깨어있는 다수 국민이 있는 한, 그리고 이념적 정체성과 국가기강을 바로잡을 확실한 대항마가 있는 한, 어림 반 푼어치도 없을 것이란 생각하면서 상상을 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