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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리끈 푸는 일이 급하다

    2007-06-08 18:32:09
  • 작성자천년바위 () 조회수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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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리끈 푸는 일이 급하다

    천년바위

    시골생활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을 빗댄 말. 그래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를 새삼 떠올립니다. 절박한 상황에서 제일 먼저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는, 이를테면 위기관리능력을 테스트하는 질문인데 어찌보면 우문(愚問)에 불과하지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시골마을의 한 소년이 꼴을 먹이러 송아지를 몰고 들판에 나갔습니다. 소가 풀을 뜯는 동안 소꼴도 한 짐 가득 베었겠다, 소년은 작대기 장단에 유행가 한자락 흥얼거렸겠지요.
    이때 갑자기 천둥번개에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너무도 갑작스런 사태에 당황하는 사이 송아지는 이리저리 날뛰고 풀짐이 가득한 지게를 바치고 있던 작대기가 넘어지려 하는 순간에 때아니게 설사의 변의(便意)가 몰려왔습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허리띠가 영 풀어지지가 않는 것이었습니다.

    자, 여기에서 송아지 고삐를 먼저 잡을 것이냐, 지게가 넘어지지 않도록 손을 써야 할 것이냐, 비부터 먼저 피하고 볼 것이냐, 아니면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생리현상을 해결할 것이냐의 문제가 대두됩니다. 물론 여기에서 생리현상 해결이 급선무라는 것은 불문가지인데 화자(話者)는 괜히 상황을 꼬이게 설정하여 엉뚱한 대답을 기다립니다.
    소 값이 얼마인데...., 옷이 젖으면 어머니한테 야단을 맞을테니 비부터 피해야 한다는 등 혼란을 유도합니다. 허리끈 푸는 일이 먼저라는 판단을 헷갈리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지금 나라의 상황이 이와 비슷합니다. 기자실 폐쇄가 언론의 목을 조이는 일이라고 조목조목 지적을 해도 언론 선진화를 위한 일이라고 우기고, 대통령의 선거중립을 소리 높여 강조해도 정당한 정치행위라고 강변합니다.

    또 한쪽에서는 검증이야기만 나오면 네거티브라고 핏대를 올리고, 의혹의 규명을 위해 문제제기를 하면 음해라고 발끈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본질이며, 우선이 어느 것인지 헷갈리기만 합니다.

    분명한 것은 지금부터라도 허리끈을 푸는 일에 몰두해야 합니다. 지게 작대기가 넘어가고 송아지가 달아나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책무에 충실하고, 야당은 정권교체라는 시대의 대의에 충실하는, 허리끈 푸는 일에 몰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