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 세월’의 두 주역이 지금 길길이 뛰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때 아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을 것이라며 싸움질에 토라진 수하들을 어르고 달래느라 문턱이 닳을 지경이고, 한쪽에선 야당의 전열을 흩으러 놓기 위해 창칼을 겨눕니다.
전, 현직 대통령의 내부단속과 외부공격의 완벽한 분업 체제가 수비와 공격의 축구경기 형태를 띄면서 대한민국을 또다시 흔들어 놓습니다. 두 주역의 처지를 살펴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민주주의가 어떻고 정당정치가 어떻고는 그들에게 거추장스러운 장식일 뿐이었으며, 우선은 살고 보아야겠다는 쫓기는 사람의 표정이 저러지 않았나,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한나라당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두 사람의 대선후보에 대한 줄서기, 검증문제, 정책논쟁으로 한눈을 파는 사이 저들의 언론 죽이기와 함께 연이은 무차별적 공격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무지랭이 백성들의 심정은 산 높고 물 깊어 오도가도 못 하는 신세가 된 듯 서글프기만 합니다.
그러나 곰곰이 살펴보면 길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전 현직 대통령의 완벽한 투톱체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한나라당은 비상체제로 전환하여 전천후, 전방위 투쟁에 돌입해야 합니다.
그러는 한편 요즈음 소란을 더해가는 각 대선후보자의 검증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하여 하나하나 따져나가는 작업을 병행해 나가야 합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한번 되뇌이지만 무지랭이 백성들이 믿는 것이란 사(邪)가 아니라 정(正)이며, 그것을 뒷받침하는 법치(法治)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아리송하다는 마당에 어디에 마음을 두고, 누굴 믿어야 하며, 무엇을 바라보아야 할지가 정말 답답하다는 생각에 이르러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