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적 엄숙주의가 낳은 남자우월주의가 아직도 대명천지에 횡행하고 있다. 바로 여성비하의 성차별이다. 지구촌이라 부를 정도로 세계의 거리가 좁아지고 첨단을 걷는 시대에 이런 사고가 남아있다는 것은 비극이다. 몸은 IT로 무장했지만 마음은 수백 년 전에 머물고 있는 이런 이중적 정신세계를 젊은이들한테도 흔히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대놓고 할 말은 아니지만 그 중 속담 두개를 따져본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라던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들이 구전(口傳)을 통해 건재한 것을 보면 가치의 혼재(混在), 혹은 야누스적 중층(重層) 사고에 놀란다.
말이 나왔으니 한번 뜻풀이를 해 보기로 한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이고, ‘운다’는 것은 다만, 수많은 외침(外侵)의 비극을 겪으면서 모든 소리를 슬픈 것으로 받아들이려는 잠재된 의식의 표현이라는 것이 이 방면의 눈 밝은 학자들의 주장인 것이다.
또 하나 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 뜨거운 날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다. 전생의 원수처럼 치고받고 하다가 무슨 잇속만 있으면 얼싸안는 정치인, 노선도 이념도 팽개치고 헤벌레한 남자정치인들이 국가를 위한 동력으로서의 한을 품어 본 적이 있었는가. 이들이 한을 품었다면 동짓달에도 폭우요, 분탕질밖에 본 적이 없고 보면, 여자의 한은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여성비하의 속담은 전면 수정되어야 하며, 덧붙여 비약하자면 이번 ‘원칙의 대도’를 고수한 박근혜의 처신이 더욱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