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아홉 섬 가진 자가 가난한 자의 한 섬을 빼앗는다고 합니다. 하늘을 찌르는 욕심을 비난하는 이 말이 꼭 이명박, 박근혜를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여론조사에서 두 자리 수로 앞섰다고 느긋해 하던 이명박은 지지율이 점점 좁혀져오자 상당히 조급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이명박 지지율은 좌파와 호남표가 가세한 거품이 많은 허수네, 뭐네 하며 자못 불안한 분석이 제기되자 4.25재보선을 계기로 또다시 어거지와 떼쓰기를 동원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이라는 게 대표자신의 이명박 쪽으로의 귀순이라는 결론에 이르러 해결의 실마리는커녕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는 잃을 게 없다는 관전평입니다. 누가 한나라당의 대선주자가 되느냐에 앞서 원칙과 반칙, 상식과 비상식이라는 관점에서 후자를 택한 이명박의 패착이 그의 험난한 도정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박근혜는 ‘중재앙(重災殃)’이라 일컫는 중재안을 받아들여도 좋고 안 받아들여도 그만입니다.
왜곡과 오도현상만을 지겹게 바라보던 국민들은 그 어느 것을 선택해도 ‘원칙’이라는 이미지가 그를 더욱 선명하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리와 정의란 박수갈채에 의해서 가려지는 것이 아니고 지지율에 따라 위선과 불의로 전도되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에 이르러, 이번 중재안 제시와 관련해서는 박근혜가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면 이명박은 좌불안석, 패착으로 가는 첫걸음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