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흑백사진으로만 남아있는 모자의 일종인 갓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요즈음도 시골 장날에 가면 더러 볼 수 있다는데 그게 신기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도 한답니다. 갓 속에 쓰는 탕건이라는 게 있습니다.
속된 말로 감투라고도 하는 이 탕건은 옛날 벼슬한 사람만이 쓰는 거라는데 후에 와서는 벼슬을 하던 안하던 갓을 쓰는 사람이면 이 감투도 같이 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무튼 감투를 썼다는 말은 승진을 하였거나, 더러는 시원치 않은 사람이 어떤 자리에 올랐을 때 약간 비아냥거리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시전(詩傳)에 꾀꼬리가 제 목소리를 자랑하고 싶어 큰 나뭇가지로 올라갔다는 뜻의 글(出自幽谷 遷干喬木)이 있습니다. 시험에 합격하였거나 승진 등 의외의 좋은 일이 있을 때 축 교천(祝 喬遷)이라는 축하의 말이 바로 여기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정부 인사를 보면 이런 점잖고 유식한 축하의 말을 건네줄 사람이 없습니다. 평소의 언행이나 청문회 내용을 가만히 살펴보면 도대체 왜 그런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야 하는지가 너무 어이가 없어 꾀꼬리한테 미안할 뿐입니다. 그래서 축 교천 이란 말은 이미 사어(死語)가 되어 버렸습니다.
지도자의 자질에 있어 언행을 조신해야 하는 것은 첫 번째 덕목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런 논리라면 최근 대권주자라는 인물들의 언행은 오만방자, 무책임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이들에게 감투를 씌워 줬을 경우 국민의 체면은 얼마나 구겨질지, 또 얼마나 고달퍼야 할지 경험으로 배웠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언행 면에 있어서 여성을 선택하는 혁명적 발상을 가져봄이 어떨까가 요즈음 혼자만의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