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륙과 비탄의 역사 한 자락을 끄집어 냅니다. 우리나라 고대사에 큰 부분을 차지했던 강국 백제가 멸망되기 전의 이야기입니다. 3천 명 백제 여자의 목숨을 일시에 수거한 강물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부소산의 그림자를 제 몸에 담근 채 시치미를 떼고 있었습니다. 지난 일요일 부소산에서 바라본 백마강에서의 느낌입니다.
삼국사기는 김부식의 손 끝에 의해 백조왕조의 몰락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의자왕이 자신의 서자 수십 명을 주요 관직에 임명하자 흉흉한 민심이 김부식의 붓 끝을 자극하면서 서기 660년 7월 18일, 백제 멸망일을 향하여 힘차게 달려갑니다.
여우 여러 마리가 궁궐 안으로 들어와 상좌평(上佐平), 요즘으로 치자면 국무총리급의 책상위에 앉기 하고 궁중의 큰 나무가 사람같이 울었으며 밤에는 귀신들의 통곡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뿐만아니라 성중의 우물물이 핏빛으로 변했고, 백성들은 마치 잡으러 오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까닭없이 놀라 1백여 명이 죽었다는 등 부지기수의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사비성의 백성들이 이러한 해괴한 현상을 바라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애매한 목만 쓰다듬는 일이었습니다.
바람 끝에 따사로운 3월의 마지막 일요일, 부여 부소산에서 오늘의 한국사회를 바라봅니다. 지금 궁궐주인은 ‘아는 사람과 친한 사람’을 돌려가며 관직을 배급해 주고 있습니다. 여우같은 386들이 아직도 버티고 앉아 있다는 이야기이고, 그래서 백성들의 가슴은 핏빛으로 물들어 갑니다.
김정일이 핵무기를 가지고 한반도의 평화를 깽판쳐도 우리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도 그들의 단물이 되기를 작정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이상한 일은 더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의 꿍꿍이 욕심이 하늘을 찌릅니다. 큰아들에 이어 작은아들까지 국회의원으로 만들겠다니 훗날 역사서에 특별히 부록을 만들어 후대들에게 웃음거리로 제공할 일입니다.
어디 그 뿐입니까. 대통령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당과 이별가를 부르더니 개헌문제를 관심가져 달라고 풍각쟁이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서슬퍼렇던 당은 당대로 쪼개지면서 정권의 맛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묘수풀이에 들어갔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런 때 우리들 백성들은 국가기강과 안보의 기치를 든 백마 탄 구세주를 기다립니다. 이 두개의 가치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면 경제가 발전할 수 없으며, 당연한 논리를 대입하면 그가 누군지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안보와 법치를 강조하는 사람, 이번 대선에서의 선택은 다른 것 볼 필요 없습니다.
백제 멸망은 역사의 휴한지(休閑地)에 마멸된 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