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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원군과 2만 명의 줄 세우기

    2007-03-14 11:17:22
  • 작성자다월당주 () 조회수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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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원군과 2만 명의 줄 세우기

    입학철이라 그런지 요즘 줄 세우기가 한창이라는 소식입니다. “앞으로 나란히! 바로!” 초등학교 입학식 날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선생님을 바라보며 손을 들었다 내렸다 줄을 맞춥니다.

    어느 대선주자가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무려 2만 여 명이나 모아 놓고 ‘줄맞추기 행사’를 가졌다고 합니다. 당사자를 빼면 산술적으로는 19,999명이 한 사람을 위해, 한 사람을 향해 눈을 맞추었다는데 그거야 초등학교 입학식을 치루어 본 사람으로서 당연하다 하겠지요.

    문제는 이들 모두가 오늘에 처한 나라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나라가 이 지경이니 나라 살리기 대열에 참여한 것이라면 얼마나 다행이겠습니까?

    어린 아들 고종을 내세우고 권력의 중심에 서 있던 흥선 대원군 이하응의 집권 초기일입니다. 대원군이 하루는 고관대작 등을 불러 모아 잔치를 열었다지요. 예나 지금이나 서열에 따라 모두가 앉자 대원군이 술잔을 돌리기 시작하더니 맨 나중, 말석에 앉아있는 하급관리에게 다가가 뭐라 뭐라 귓속말을 한 뒤 술을 따라 주었습니다.

    좌중의 인사들은 천하의 대원군이 친히 미관말직의 인사에게 다정한 귓속말과 함께 술잔을 건네는 것을 부럽게 또는 의아하게 바라보았답니다. 잔치가 파하자 대원군은 하인에게 “오늘 술을 따라 주었던 그 관리의 집에 누가 출입하는가를 자세히 살피라”고 분부를 내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바리바리 뇌물꾸러미를 든 지체 높은 분들이 그의 집에 드나들더라는 보고였습니다. 대원군이 세상인심을 여실히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비유가 조금 엇나간 점이 없지 않지만 대원군이 오늘에 살아 이들 2만 명을 바라보았을 때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지 궁금합니다만, 그 대선주자가 진정 구국의 기수로서 손색이 없다고, 그 사람만이 구세주라고 믿는 그런 인사들이었는지, 속된 말로 눈맞추기, 세과시 행사에 불과했는지는 5천만 국민이 큰 눈 크게 뜨고 살펴야 하지 않을까, 오늘아침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