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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이부답(笑而不答)과 코만지기

    2007-03-12 22:43:06
  • 작성자백척간두 () 조회수1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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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이부답(笑而不答)과 코만지기

    웃는 낯에 침을 뱉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봄바람 일 듯 생글생글 웃는 얼굴에 어떻게 모욕을 줄 수 있을까. 이것저것 따져 물어도 대답은커녕 그냥 웃기만 하는데, 이른바 소이부답(笑而不答)의 면전에도 침을 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식비(拭鼻)라는 말도 있다. 현실정치가 더럽다며 감투를 벗어버리고 시골에 은둔하고 있던 고결한 선비가 있었다. 그러나 그의 경륜이 아쉽다며 혹은 지도를 청한다며 한양의 정치패들이 선비를 찾아온다.

    가령 전직 대통령의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뒤집고 범여권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등에 분개하면서, 또는 대선주자의 검증문제에 대한 고견을 들려줄 것을 요청한다.

    그럴때마다 그의 손은 안면에 올라가 코를 만진다. 이게 바로 식비라는 말이다. 아무말도 않겠다는 것이다.

    소이부답과 식비는 언뜻 같은 의미일 것 같지만 입장이나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다. 소이부답은 곤란한 문제에 부딪쳤을 때의 회피용으로, 혹은 말 같지 않은 말에 대답대신 던지는 표현이고, 식비는 아예 그런 얘기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겠다는 의연함을 일컫는다.

    어쨌거나 현실정치에서 소이부답과 식비를 대입해 보면 한마디로 백성을 우습게 여기는 태도이며, 더욱이 대중정치인 당사자의 소위 검증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 그냥 웃고 있기만 한다면 그는 아마도 대단히 잘났거나 대단한 바보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들은 대단히 잘나서 백성들을 우습게 아는 사람을 또 다시 원치 않는다. 왜냐하면 잘났다는 것은 오만과 독선에 다름아니라는 사실을 숱하게 보고, 지금도 겪고 있기 때문이다.

    - 이제 ‘소이부답과 코만지기’는 끝내야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