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재작년 겨울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순전히 박근혜 대표의 결단에 의한 것이었다. 당시는 물론 지금도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에는 왜 사학법 투쟁을 해야 했는지, 지금 왜 반드시 재개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사학법 문제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당시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사학법 투쟁을 놓고 논란이 분분했다. 그런 것을 박근혜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 당을 일사분란하게 이끌며 사학법 투쟁에 나서게 했던 것이다.
한국의 사학은 사학이라고 할 수조차 없다. 국가의 획일적 통제 하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의 가장 본질적이고도 큰 문제는 바로 국가의 획일적인 통제에 있다. 국가가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간섭하고 통제하고, 획일적인 잣대로 평가까지 하니 전국의 학생을 일렬종대로 세우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래서는 다양한 인재 양성 여부가 국가의 명운을 가르는 앞으로의 시대에 대처할 수 없다. 따라서 시급히 국가의 통제로부터 우리 교육이 벗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일거에 이룰 수 없는 것이라면 우선 사학만이라도 명실상부하게 국가 통제로부터 벗어나게 해야 한다. 그런데 현행 개정 사학법은 국가 통제로도 부족해 사회의 통제까지 받도록 한 것이다.
열린우리당이나 전교조는 개정 사학법의 명분으로 사학의 부패를 들지만, 실질적인 비리사학은 전체 사학의 1.7%에 지나지 않는다. 설혹 비리사학이 그 이상이라 해도 그 문제는 감사를 강화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면 된다. 개정 사학법의 문제는 책임운영주체를 없애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민간의 힘은 자율에서 나온다. 기업에 대해 이중삼중으로 규제를 가하는 바람에 투자가 위축되고 일자리 창출이 안 되는 것은 다 아는 일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규제완화는커녕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왔다. 그 결과가 오늘날 민생파탄으로 나타난 것이다. 사학도 마찬가지다. 사학의 생명은 자율이다. 자율이 없으면 사학이라고 할 수도 없다. 박근혜는 이것을 꿰뚫어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문제의 본질을 아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박근혜가 지도자로서 돋보이는 것은 자신의 철학과 지켜야 할 가치를 신념으로 지킨다는 것이다. 박근혜! 난 아직까지 이 정도의 신념의 지도자를 본 적이 없다. 박정희 대통령을 제외하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