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방사, 뜸금 없는 '제주사랑 문예공모'논란
국군의 날 한참 지나고 해군기지 결정 앞둬 실시
'제주 군사적 가치·해군력 중요성'…"초중고생마저 이용하나" 반발
2006년 11월 14일 (화) 09:46:57 이재홍 기자
해군기지 유치여부에 대한 제주도정의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제주지역방어사령부가 국군의 날이 끝난 이후 뜸금 없이 '호국문예대회'를 열어 해군기지를 의식한 행보가 아니야는 의문이 일고 있다. 특히 문예대회도 '제주사랑'이라고 하면서 정작 주제는 제주도의 군사적 가치와 해군력의 중요성 등을 담아 사실상 해군기지 설치를 염두에 둔 의식적인 행사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주방어사령부는 지난 10월초 제주도교육청에 '제주사랑 공모계획' 공문을 보냈고, 도 교육청은 이를 일선 초 중 고등학교에 내려보냈다.
제주사랑 공모는 10월9일부터 11월3일까지 우편을 통해 접수하며, 13~17일 사이에 심사를 거쳐 시상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른바 호국문예 대회로 불려지는 '제주사랑 문예공모'는 매년마다 치러져 왔으나 올해는 유독 시기와 내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상반기에 호국문예 대회를 치르고 국군의 날에 맞춰 시상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올해인 경우 국군의 날이 끝나서야 문예대회를 실시하고 있다.
전교조가 "해군기지를 염두에 두고 행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제주지역방어사령부가 제주사랑 문예공모 주제를 보면 이 같은 의심을 더하게 한다.
제주사랑 문예라고 하면서 주제를 ▲제주도의 역사 ▲제주도의 경제·문화·군사적 가치 ▲제주도에 대한 개인적 감정이나 견해 ▲제주도 수호와 해양력/해군력의 중요성으로 삼았다.
제주사랑 문예에 참가해 시상을 받기 위해서는 해군이 요구(?)하는 제주도의 경제·문화·군사적 가치와 제주도 수호와 해양력/해군력의 중요성을 부각시킬 수 밖에 없다. 물론 해군기지와 무관하다고 볼 수 있는 제주도의 역사, 제주도에 대한 개인적 감정이나 견해 등도 있지만 학생들을 입상시켜야 하는 일선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해군기지와 관련된 교육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교조와 일선 교사들의 반응이다.
전교조 제주지부 관계자는 "주제에서 해군의 의지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어떻게 일선 교사가 해군기지에 대한 가치 중립적인 교육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해군기지 유치여부 결정을 앞두고 해군이 자신들의 뜻대로 도민여론을 몰아가기 위해 문예대회를 이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해군기지 문제를 초중고등학교생들에게까지 이용하는 해군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이를 일선학교에 하달한 도교육청도 문제가 있다"면서 이에 대한 대응을 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제주지역방어사령부 관계자는 "호국문예대회는 매년마다 치러져 온 행사로 해군기지 문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면서 "시기는 해군이 훈련 문제로 다소 늦춰진 것일 뿐 이를 해군기지와 결부시키는 것은 오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