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된 자국 병사를 구하겠다는 명분으로 가자지구에 대대적인 무차별 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에 대해 한 이스라엘인이 날카로운 비판을 했다.
이같은 이스라엘의 '이중 잣대'를 꼬집은 주인공은 '거부할 수 있는 용기(Courage to Refuse)'의 대표 아릭 디아만트. 디아만트가 대표로 있는 이 단체는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예비군들이 주축이 된 단체로 이스라엘의 점령과 점령지에서 저질러지는 전쟁범죄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디아만트는 이스라엘 일간지 에 기고한 글 "대체 누가 납치됐는가"를 통해 10여 년 전 이스라엘의 군인으로 복무할 때 샬리트 상병이 납치되던 상황과 똑같은 일을 겪었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이 두 상황은 거의 흡사했으나 납치된 사람과 납치의 주체가 뒤바뀌어 있었다. 당시 피랍된 사람은 17세의 팔레스타인 소년. 납치 주체는 디아만트를 포함한 이스라엘군.
디아만트는 샬리트 상병의 납치에 탱크와 폭탄을 동원하는 '난리'를 떨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를 향해 팔레스타인이 이런 짓을 벌이면 '테러'라 부르면서 이스라엘이 같은 행동을 할 때는 침묵하느냐고 비판했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이스라엘은 "저들은 테러 용의자"라고 반박하고 있다. '죄인'을 검거하는 것과 '무고한 시민'을 잡아들이는 것이 같냐는 반론인 셈이다.
그러나 디아만트는 이스라엘이 잡아들인 수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테러용의자'라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이 "용의자들"이 그렇게 죄가 많다면 왜 그들을 법정에 서게 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지금도 수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의 지하감옥에서 썩어가고 있다며 샬리트 상병의 석방을 원한다면 "나라를 전쟁으로 끌어들이는 대신 우리는 우리가 납치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일부라도 반드시 석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같은 자국민의 비판에 무엇이라고 대답할까? 다음은 디아만트의 기고문을 전문 번역한 것이다. 번역은 '팔레스타인평화연대'에서 도움을 줬다. 원문은 (http://www.ynetnews.com/Ext/Comp/ArticleLayout/CdaArticlePrintPreview/1,2506,L-3271505,00.html)에서 볼 수 있다. <편집자>
"대체 누가 납치됐는가(Look who's been kidnapped!)"
▲ "대체 누가 납치됐는가?" 한 이스라엘인이 자신의 군 복무기간 중 팔레스타인 소년을 납치했던 일을 떠올리며 이렇게 되물었다. ⓒEPA
여전히 깜깜한 이른 새벽, 어디선가 게릴라들이 나타나 군인을 납치한다. 몇 시간 동안 조심스레 움직이다가 게릴라들은 목표물에 도달한 참이다, 매복 공격이다! 몇 초 안에 군인은 총구가 자신을 겨누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총의 개머리판이 군인의 얼굴을 후려갈긴 후 그는 피를 흘리며 땅에 쓰러진다. 납치범들은 군인을 일으켜세워 재빠르게 두 손을 묶고 눈을 가린다.
납치 작전 종료. 그러나 그 때부터 악몽은 시작된다. 군인의 어머니는 충격으로 쓰러지고 그의 아버지는 기도를 한다. 직속 사령관은 그 군인을 구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약속한다. 동료군인들은 복수를 다짐한다. 나라 전체가 무장 태세를 갖춘다.
아무도 납치된 군인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모른다. 그가 다쳤을까? 납치한 자들은 억류된 군인에게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를 해줄까? 혹시 고문해서 그를 죽이지는 않을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아무 것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가 집에 돌아올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언제, 어떤 상태로? 이 일련의 사태를 목도한 자라면 과연 냉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스라엘의 테러
이 묘사는 샬리트 상병의 납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놀랍게도 서두에 기술한 글은 10여 년 전 내가 이스라엘 방위군(IDF)에서 복무하던 당시 나블루스에서 행했던 체포 작전을 묘사한 얘기다. "군인"은 바로 17세 팔레스타인 소년이었고 우리는 그 소년이 "무슨 일"을 벌인 "누군가"를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깜깜한 새벽에 납치했다.
우리는 그 소년을 데려가 단단히 묶고 머리에는 자루를 뒤집어 씌워 "절규의 언덕(당시에는 이 별칭이 매우 재미있다고 생각했다)"이라고 알려진 신베트 조사부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소년은 두들겨 맞고 몇 주, 또는 몇 달간 잠을 자지 못하는 고문을 받았다. 누가 알겠는가.
이 사실은 어느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았다. 유럽의 외교관들은 납치된 자를 돕기 위해 소환되지도 않았다. 결국 이 팔레스타인 아이의 납치에 관해 그 누구도 부산을 떨지 않았다. 지난 40년의 점령 기간 동안 우리는 수 천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길라드 샬리트 상병이 납치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납치했다. 총으로 위협하고 잔인하게 구타하고 재판을 받게 하지도 않으며 목격자도 없고 납치에 대한 어떤 정보도 가족에게 제공하지 않으면서.
팔레스타인들이 이러한 짓을 벌이면 우리는 이를 "테러"라 부른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짓을 할 때 우리는 이 만행을 눈속임하기 위해 애쓴다.
용의자들이라고?
▲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가자지구 공습으로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다. ⓒEPA
어떤 사람들을 이렇게 말할 것이다. IDF는 "단지" 납치만 한 것이 아니라고. 이 사람들은 "용의자들"이라고 말이다. 자, 이것보다 더 악독한 거짓말은 없다. 내가 군인으로 복무했던 기간 동안 나는 단 하나의 간단한 결론에 도달했다. 어떻게 해서 "용의자"가 만들어지는가? 누가, 어떤 근거로 이들을 용의자라고 의심하는가?
17세 소년을 납치하고 고문하고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권리는 대체 누가 갖고 있는가? 26세의 신출내기 신베트(Shin Bet: 이스라엘의 국내 보안을 담당하는 비밀 경호대) 조사관? 46세의 노련한 조사관? 이자들은 이 소년으로부터 중대한 정보를 캘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는가? 이 소년을 납치해 대체 어쩌려고 하는가? 만약 이 "용의자들"이 그렇게 죄가 많다면 왜 그들을 법정에 서게 하지 않는 것인가?
뭔가 베일에 가려져 있긴 해도 IDF와 신베트가 인권 유린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세뇌당한 것이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순진한 것이다. 우리가 점령지 내에서 얼마나 부도덕한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행정 구금을 수행했던 군인들의 증언을 읽어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지금 이 순간까지 수 백 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신베트의 지하 감옥에서 썩어가고 있다. 이제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이들이 재판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인들은 이러한 사태에 대해 침묵한다.
이스라엘의 책임
샬리트 상병이 납치된 날 나는 택시를 탔다. 그 택시 기사는 나에게 이스라엘은 반드시 가자 지구로 들어가서 납치된 군인이 돌아올 때까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사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한 작전이 과연 샬리트 상병을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
테러리스트의 대답을 얻어 내기 위해 나라를 전쟁으로 끌어들이는 대신 우리는 우리가 납치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일부라도 반드시 석방해야 한다. 이것이 적절하고 옳은 일이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내에서 화해의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것이 샬리트 상병을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올 수 있는 길이라면 우리는 일이 이렇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아릭 디아만트/이스라엘인·'거부할 수 있는 용기' 대표
출처 :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
번역 : 팔레스타인평화연대 http://www.pal.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