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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기사가 본 제주 시내버스의 문제점

    2018-01-21 15:13:09
  • 작성자신철 (totoro4) 조회수3362
  • 첨부파일(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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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이 다소 장황하여 죄송합니다. 바쁘신 분은 "본론" 부분만 읽어 주세요.

    참여환경연대 여러분! 안녕하신지요.

    저는 수도권에 살다 최근에 제주에 이주한 사람입니다. 평소 제주생활을 꿈꿔오다 마침 제주도 버스준공영을 시행하면서 버스운전자 모집을 하길래 뒤도 안돌아보고 제주정착을 결정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제주도의 생활은 제 기대와는 너무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 원인에 교통지옥이 있습니다. 제가 선택한 직업이 운전직이라 문제가 더 크게 보이는건 결코 아닙니다.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습니다. 수도권하면 교통지옥을 떠올리지만 제주도에 비하면 새발에 피요, 팔도강산 어디에서도 볼수없는 낙후성에 당혹감을 수습하기 힘들 정돕니다. 제가 버스운전을 하기 전 전국을 떠도는 일을 해봐서 자신있게 비교말씀 드리는 것 입니다. 천혜의 환경을 바탕으로 관광명소라 자부하는 제주도지만, 교통지옥의 아킬레스건은 너무 큽니다.

    환경관리는 굴뚝산업 억제가 다가 아니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교통문제가 훨씬 더 강력하고 광범위 합니다. 자연환경 파괴는 말할것도 없고 삶에 근접해있어 생활환경과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제가 준공영 이후에 이주를 한지라 장담은 못하지만 유추해보건데 버스준공영 이후 시내교통상황이 더 악화되었을 겁니다. 맞나요? 틀림없이 맞을 겁니다.

    왜냐면.. 인과관계가 분명하거든요..

    ==== 본론 ====

    제주도는 준공영 시행과 동시에 시내버스를 대폭 증차하고 노선 또한 증설했습니다. 정류장 시설도 새로했구요. 그런데 버스정류장의 버스 동시승하차 수용능력은 과거보다 못하게 시설 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제주도 전체 교통문제의 시작점입니다.

    준공영 이후 승객이 늘었다는 언론보도가 몇몇 있었습니다. 이 기사는 명백히 진실호도 입니다. 왜냐 이용자 개개인의 승차"횟수"는 늘었지만 "이용인구"는 거의 늘지 않았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복지카드를 소지한 무임 승객들이 승차빈도가 늘었을뿐 전체승차"인구"는 그대로라는 말입니다. 이것이 무얼 시사합니까.

    매년 엄청난 혈세를 때려붓는 공익사업을 벌렸지만 정작 시민의 발로써의 역할은 외려 퇴보되고 교통체증과 자연환경, 생활환경만 파괴하는 괴물이 탄생한 겁니다. 돈들여 제주도민의 삶의 질을 파괴하고, 돈들여 관광객을 내쫒는 꼴입니다.

    자 그럼 정류장시설 하나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문제를 파생시킬 수 있는 것인지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IMG_0106.JPG

    (사진1) 서울에 흔하디 흔한 버스정류장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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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2) 제주시에서 가장 시설좋은 정류장중에 한곳인 시청입니다

    차이점이 보이시나요.

    서울은 일단 승하차객의 시야가 시원하죠 행동반경도 막힘없고.. 반면에 제주는 시야도 가리고 온갖 장애물이 승객의 행동반경을 막아서고 있어요.

    시내버스가 승강장에 정차할때는 내키는 대로 대는게 아닙니다. 보도블럭으로 부터 50cm이내에 정차해야합니다. 그게 현행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서울버스는 승하차규정을 지키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는반면 제주도 버스는 50cm 근접정차 꿈도 못꿉니다. 도내 대부분의 정류장이 그것을 불가능하게 시설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칫 백미러로 정류장시설 밀고 들어갈수도 있고, 장애물에 가렸던 버스가 갑자기 보이는걸 보고 정류장에서 황급히 뛰어나오는 승객을 칠수도 있어요.

    그럼 제주도는 왜 준법정차를 불가능하게 시설한 걸까요. 승하차정차규정이 쓸데없는 법이라서 무시하는 걸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을 설명하려면 시내버스에게 요구되는 기본중의 기본이 되는 "필수 서비스 덕목"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1. 신속
    2. 안전(목적지까지 무탈도착)
    3. 정시성(정류장에 일정간격으로 버스가 도착)

    이 세가지가 만족되어야만 시내노선버스로서 재구실을 하는 겁니다. (이렇게 나열해놓고 보니 이 세가지 불만 때문에 속터졌던 기억이 세록세록 올라오시죠.)

    현행 정류장정차법은 이 세가지 필수 서비스를 실현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법령입니다.

    항목별로 나누어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1. 안전성
    그림3과 4를 비교해 보십시오. 승객의 승하차 과정은 3처럼 인도에서 이루어져야 안전한데 제주도 승강장은 그런 매카닉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 한 탓에 승객이 차도로 내려와 승하차를 하고 있습니다. 현행법 위반을 떠나서 승객이 상시 사고 위험을 안고 버스를 이용하게 되는 겁니다. 특히 제주도는 교통약자라 불리우는 이용자들이 많습니다. 장애자, 노약자등..유일한 서민교통이 버스인데 이분들이 엄청난 어려움을 당하십니다. 그림5에서 3번째 버스에서 하차한 장애자나 노약자가 인도로 올라가려면 그야말로 난관입니다.(저런 상황에선 원칙상 승하차 진행하면 안되지만 배차시간에 쫓기다보면 안전무시하는 경우가 다반삽니다.) 연로한 할머니가 하차 후에 차도에서 소지한 짐을 배게삼아 누워 인도로 올라갈 체력을 충전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목격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지 몰라도 노약자 본인들은 얼마나 답답하고 힘드시겠습니까. 교통약자 배려 0g에 수렴하는 제주도 버스행정과의 만행으로 그분들은 소외감 안전위협..품위유지등등 일상생활이 힘겹기만 합니다..

    대로변에 "대중교통 이용하면 제주도가 건강 해집니다"라는 프랭카드 보신적 있을 겁니다. 맞는 말입니다만 제주의 경우는 반대입니다. 정류장 시설을 저따우로 해놓는 바람에 불필요한 정발차를 수없이 반복해야해서 대형버스가 뿜어대는 고농도 매연과 라이닝분진을 버스이용자는 가장 가까이에서 들이 마시게 됩니다. 초미세먼지중 가장해로운 것이 라이닝분진과 도로에 쌓인 공해잔여물인건 다들 아시죠? 버스행정이 이렇게 도민에게 테러를 가하고 있습입니다. 정말이지 수치스런 제주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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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3
    IMG_20171230_131251-picsay.jpg

    그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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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5


    2. 신속성
    제주도내 정류장들은 9할 이상이 동시승하차 수용능력이 단 한대에 불과합니다.

    IMG_20171218_130209.jpg
    (이렇게 단 한대도 수용하지 못하는 정류장도 솔찮이 존재합니다. 개당 천만원을 넘게들여 새로 시설한 정류장 꼴이 이게 뭡니까)

    정류장에 버스 3대가 나란히 도착한다고 생각해보세요.(도심구간 정류장 상황은 대부분 그러합니다.) 수용능력이 3~4대인 타시도는 서너대의 버스가 단한번의 정발차로 승하차를 동시에 끝냅니다. 같은 타이밍에 제주도는 맨앞에 단 한대도 승하차를 끝내지 못합니다. 동시승하차는 물론 근접정차조차 불가능한 정류장 시설탓에 서울 보다 느릴 수 밖에 없습니다. 노약자가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섭니다. 차량 첫계단에 올라섭니다.

    바로 이겁니다. 수도권 승객에게는 없는 승차과정, 계단 두개가 제주도 승객이 더 밟아야하는 승차과정입니다. 노약자에게는 고난의 계단이고 바쁜 직장인에게는 복장터지는 순간입니다. 더 가관인것은 3번째 버스는 이러한 과정을 최소 3번을 더 거처야합니다. 제주도의 승강장이 동시승하차 능력이 없는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제주도의 버스는 노선길이 대비 운행시간이 서울에 비해 훨씬 많이 소요됩니다. 교통량과 승차인원이 서울대비 7할 이하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거북이인 겁니다. 승용차 이용자들이 큰맘먹고 버스 이용을 시도했다가 다시는 버스 안 탄다고 등을 돌리는 가장 큰 요인이 이것입니다.

    이렇게 대중교통이 승용차 이용자들을 내쫒으니 도심 교통량이 줄어들리 만무합니다. 교통약자들은 죄인아닌 죄인 만들고 가난한 직장인은 승용차 이용을 강요하는게 제주도 버스행정입니다. 정류장 꼬라지가 저러하니 버스를 증차 할수록 이용자들의 편의는 오히려 후퇴되고 교통체증은 더 심해질 수 밖에 없는 겁니다.

    3. 정시성
    도심의 노선버스가 각각의 정류장에 제시간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승하차에 소요되는 시간의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도심은 신호등도 많고 각종 교통변수가 산재해있기 때문입니다. 제주는 주행시간보다 정류장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너무 길고 불규칙합니다. 동시승하차 불능시설 탓에 맨앞을 차지한 버스는 빠르고 뒤따르는 차는 갈수록 느려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동시승하차 수용능력이 곧 정시성인 것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노동환경조차 갖춰지지 않은 탓에 제주도 버스기사들은 과속/난폭/불법운행 등의 유혹에 쉽게 빠지고, 이런 지속적인 스트레스 속에 노동하는 버스기사에게 불친절을 당하는 것입니다.


    ## 도심 버스정류장의 덕목 ##
    (위 그림을 참조하며 읽으시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 1. 승객의 모든 승하차 과정이 인도에서 가능해야 합니다.
    • 2. 최소 2대 이상 동시승하차가 가능해야 합니다. 그럴려면 차도와 정류장 사이에 승객의 행동공간과 시야각이 필요합니다. 제주도처럼 차도에 밀착설치하면 정류장 시설물 자체가 승객의 이동동선을 막는 장애물로 전락하여 버스가 인도로 부터 원거리 정차를 해야만 동시승하차가 가능해 집니다. 정류장 앞에 부재한 행동반경을 변칙적으로 도로에 만들어 승하차하는 제주도 버스만의 꼴불견이 이래서 빈발하는 겁니다. 또한 정류장 대기승객의 시야각이 좁아지므로해서 도착중인 버스가 안보이게 됩니다. 특히 뒤따라오는 버스의 노선번호는 식별이 불가능해 집니다. 즉 차도로부터 물러나게 설치되어야 안전하고 신속한 승하차가 가능해진다는 겁니다. 차도로 밀착 설치된 정류장은 팔도강산 어딜가도 볼수없는 진풍경입니다. 태어나서 버스 한번도 안타 본 제주도 버스행정부가 탄생시킨 희귀작입니다. 혹시라도 타보고도 저렇게 시설 했다면 무뇌인증 제대로 하는 겁니다.
    • 정류장 안에 승객들은 도착중인 버스가 잘 안보이고 버스기사는 정류장 안쪽의 승객들 동태파악이 안되어 갑자기 뛰어나오는 승객에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 다반사랍니다. 더구나 일반버스에 비해 유지비용이 두배에 육박하는 저상버스를 도입해 50Cm 근접정차로도 어쩔 수 없는 계단조차 아예 없애주는 타시도의 디테일한 배려를 본받지는 못할망정 실정법까지 파괴하며 계단을 두개나 추가해 교통약자를 엿먹이는 제주버스행정과.. 과연 그들 머리에 뇌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이런 쓰레기 행정당국을 믿고 800여억원을 때려붓다니요. 제주도민들 너무 쿨하신거 아닌가요. 이렇게 매년 막대한 혈세를 퍼붓는 공익사업을 이런 들떨어진 자들 한테 맞겨놔선 아니되옵니다. 참견하고 질책하고 벌하여 주십시오!!


    ==== 꼬릿말 ====

    조용한 전원생활을 꿈꾸며 제주 정착을 결심했던 저는 서울에서보다 더 치열하고 각박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깨끗한 생활환경 유지에 기여하자는 마음에 여지껏 승용차를 소유해본적도 없었습니다. 버스 공회전도 2분 이상 안하는 사람인데 지금은 승용차 견적을 내러 다니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버스행정은 버스기사에겐 준법을 방해하고 사고를 유발하고 책임을 지웁니다. 시민에겐 버스이용을 방해하고 교통지옥탄을 투하하는 테러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건 행정이랄 수 없습니다. 범죄입니다. 저는 최일선 종사자로서 이 대시민범죄 모의의 최종집행자인 셈입니다. 그래서 자백합니다. 제가 알고있는 대시민 범죄행각을 모두 자백하겠습니다. 꾸짖어 주십시오. 죄값을 물어주십시오. 


    == 제주시 시내버스 335-6번 버스노동자 손신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