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역사학자 랑케(Ranke 1795-1886)가
잠시 산책을 나갔는데
동네 어귀에서 한 소년이 울고 있는 게 아닌가.
우유배달을 하던 소년은 넘어지는 바람에
싣고 있던 우유병들을 모두 깨뜨린 것이다.
"어떡해요.. 전 이 우유 값을 다 배상할 수가 없어요.
사장님이 절 쫓아내면 전 뭘 먹고 살죠?"
"얘야. 걱정 마라.
내일 이 시간에 여기로 나오면 내가 그 우유 값을 주마."
"정말요? 감사합니다!"
랑케는 집으로 돌아왔는데 마침 편지가 와 있었다.
한 독지가가 보낸 것으로,
역사학 연구비로 거액을 후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단, 조건이 있었다.
독지가는 일정이 바쁘므로
내일밖에 만날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장소도 적혀 있었는데
지금 당장 떠나야 할 정도로 거리가 있었다.
랑케는 다음과 같이 답장했다.
"대단히 고마운 일이지만,
저는 그 시간에 더욱 중요한 약속이 있습니다."
랑케는 소년과의 약속을 지켰고,
처음에는 답장을 받고 당황했던 독지가도
전후사정을 듣고 나서는 랑케를 더욱 지지하게 되었다.
그는 처음의 제안했던 금액의
몇 배에 달하는 후원금을 보냈다.
- 심현선 (새벽편지 가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