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표님의 글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어떤 정체성의 문제였습니다. 우리가 공유하는 생각들, 활동들, 그리고 생활들.. 완벽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모습을 생각할 때, 그 모습이 지금의 현실정치속에서 제대로 구현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지금의 정치적 구도를 쥐고 흔드는 세력의 아귀다툼 속 틀을 벗어나 있는 지점에 우리의 정체성이 위치한다고 보거든요. 물론 빅 이슈였던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만을 가지고 말씀하시기에 좀 더 깊은 논의를 일부러 자제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공동대표님의 이번 글에서 그런 정체성에 대한 내용은 그다지 없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모든 가치관의 혼란이 와 있는 상태입니다. 60여년전부터 있어왔던 독재권력에서 빠져나오는가 했더니 IMF를 기점으로 시작된 자본독재가 시작이 되었죠. 민중들은 자본독재를 실감하지 못합니다. 그저 세상 많이 자유로워졌다는 기분을 느끼며 열심히 벌고 열심히 쓰며 살고 있을 뿐이지요. 그러다가 조금 힘든 듯 하니 좀 더 잘 먹고 잘 살아보겠다고 삽질괴물인 MB를 내세웠죠. 그리고 지금, 자신들이 내세운 MB는 진짜 자신들을 위협하는 괴물이었음을 실감하고는 열심히 싸우는 중입니다. 개발자본권력과 MB, 그리고 반 MB로 형성된 이 싸움터가 지금 우리의 상황이었고 이번 선거는 반 MB가 조금 우세하게 이긴 게임이었습니다. 제가 공동대표님의 글에서 느낀 것은 이 지점까지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정체성에서의 판단은 여기까지가 아닙니다. 지금의 싸움이 중요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좀 더 나아가 생각하고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그 중심에는 신자유주의라는 개념이 있다는 것을 잘 아실겁니다. IMF이후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신자유주의 체제는 사실 민주세력이라는 김대중, 노무현정권부터 시작이 되었죠. 사실 지금 MB는 그것을 이어받아 신자유주의의 이념을 아주 착실하게 실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기에 신자유주의 체제라는 테두리로 정치적 구도를 다시 그려보면 그 안에는 MB세력과 민주당, 그리고 국참당등이 들어가죠. 저가 말씀드리고픈 지점은 바로 이곳에 있습니다. 글에서 말씀하신 '야권의 최강자로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제대로 된 반 MB 정치연합을 형성하지 못한' 민주당은 자신들의 정체성이 크게 MB와 다르지 않기에 말 그대로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남은 민노당과 진보신당.. 글쎄요.. 사실 정체성의 위치를 지적하자면 이들에 가까운 주변지점일 수 있겠지만, 그들 스스로 포퓰리즘과 반 MB와의 싸움속에 정체성을 읽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보자면 이들의 현재는 분명 비판받아야 합니다.
환경과 정책을 생각하는 우리가 지금 반 MB전선에서 많은 것을 놓치고는 있지 않는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정체성의 문제에서 보자면 민주당 역시 우리에게는 수많은 비판을 가해야 하는 세력입니다. 신자유주의를 적극 도입함으로써 자본독재세상을 만들었고 그 결과 우리는 지금 삼성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건설자본으로 성장한 나라에서 자본의 무한경쟁 체제를 도입한다봐야 결국 건설자본의 경쟁으로 나타날 것이고 당장 4대강 사업이야 중단될 수 있겠지만 저들은 다른 형태의 환경파괴와 필요없는 건설사업으로 우리의 자연을 망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야권연합이라는 행위가 결과적으로 오만한 기회주의자들인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았을 지는 모르나 우리의 정체성의 문제에서 보자면 이념과 생각이 다른 민주당이나 국참당과 민노당, 진보신당이 연합을 했다는 것은 그들 스스로의 정체성을 신자유주의에 묻어버리고 단순한 반 MB투쟁에 동참하겠다는 자기기만의 행위일 수 있는 것입니다. 경기도에서는 심상정 후보가 중도사퇴를 하였고 서울에서는 노회찬 후보가 끝까지 완주를 했었죠. 결과가 아쉽기는 하지만 노회찬의 완주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아니겠습니까. 민노당, 진보신당 자체에도 아쉬운 모습을 너무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비록 작은 세력이지만 정체성을 확립하고 스스로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 좋을진대, 촛불이후로 포퓰리즘에 빠져 조금 부풀어진 몸집으로 신자유주의와의 싸움이 아닌 반 MB싸움에만 집착하다보니 결국 자신들의 정체성을 자유주의자들과 혼동하는 결과를 낳았고 그 결과 알맹이는 이전보다 더욱 쪼그라진 앙상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아직도 그 혼란에서 못벗어나고 있는 진보신당의 모습과 아직도 포퓰리즘에 빠져 이정희 의원을 당 대표로 선출하는 민노당의 모습에서 그 답답증은 더욱 깊어만 갑니다.
현실에서의 문제로 공동대표님의 글을 읽으면 공감을 합니다만, 우리의 정체성의 문제에서 보자면 이런 맥락에서의 내용들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나 하는 것이 저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자신의 정치석 성향을 표현하는 것에 어색해하고, 또한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은 어디에 있는가 판단하는 것이 워낙 서투른 우리사회에서 환경참여연대같은 단체들이 자신들의 진정한 정체성을 구체적으로 표현해주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환경과 정책을 이야기하는데 당이나 정치적 성향이 결정적인 요소는 아닙니다. 환경을 생각하자면 단순한 절약이나 쓰레기문제가 아닌, 자발적 가난함을 포함한 성찰적 반성이 보편화되어야 하는 문제이고, 정책을 생각하자면 지금의 현실에서는 상당히 이상주의적인 모습으로 비추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언제나 정체성의 문제이고 현실에서의 개입과 갈등 속에 스스로의 정체성을 망각하거나 잃어버리는 오류는 최소한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글이 단순한 오만과 참견이 아니었기를 바라며, 그러기에 혹시 마음을 상하게 해드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조심과 반성을 합니다. 제가 참여하는 모임에 바라는 저의 마음이기도 하거니와 다른 분들과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는 순전한 저 개인의 생각임을 말씀드리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더운 여름, 모든 회원분들의 건강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