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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종우의 일요일 편지⑥

    2010-03-08 07:56:35
  • 작성자참여환경연대 (admin) 조회수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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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종우의 일요일 편지⑥












       ‘무상’ 아닌 ‘의무급식’


    ‘색깔’을 넘어서 ‘풀뿌리’로












    우리 집이 친환경 먹거리를 선택한 까닭












      큰 딸이 초등학교 3학년 무렵까지, 애 엄마는 매일매일 조바심에다 속앓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몹쓸 아토피... 왼종일 긁다 지쳐 그나마 들었던 잠결에서조차 손톱질을 멈추지 못하는 바람에 살갗이 문드러지고 피떡이 된 행색에 진저리치다, 무심했던 저마저도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습니다.
     그만큼 딸애의 일거수 일투족에 엄마는 신경이 예민해 있었습니다. 참다못해 무심코 한 사소한 군것질에도 예의 가려움증이 도지다 보니, 오죽하면 슈퍼를 하던 한림 할머니에게도 발길이 멀어질밖에... 무척이나 서운한 일이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동백기름이야 상비약으로 치고 프로폴리스, 저한텐 생소한 풍욕이나 야채스프 같은 자연치유 처방까지. 아토피에 좋다 치면 이거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자연 우리 집은 친환경 먹거리를 찾을 수 밖에 없었고,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을 고를 때도 어떤 식자재를 쓰느냐가 최우선 기준이었습니다. 그런 엄마의 분투(?)에다 두 살 터울의 작은 놈이 입학할 즈음, 천만다행으로 친환경 급식으로 바뀌면서부터 딸애 얼굴에 그나마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활기를 찾아가면 갈수록 저도 마음을 새롭게 고쳐먹게 되었습니다. 돈이 된다 싶어 친환경 농업을 부르짖었지, 속으론 ‘먹거리 귀족’이라며 비아냥댈 만큼 불편한 심기를 가지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정말 이건 건강, 아니 그보다 더한 생존의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그 후 생활협동조합입네 지역 먹을거리(로컬푸드)운동입네 하며 이곳 저곳 누빌 때 만난 한 선배에게 이 얘길 했더니 “애가 널 ‘철들게’ 한다”며 놀리길래 맞장구치며 한껏 웃기도 했습니다.












    급식은 ‘몸으로 익히는 공부’, ‘무상’이 아닌 헌법상 ‘의무’  






















     "학교는 무료 급식소가 아니다" "전면적 무상 급식은 무조건 배급하자는 북한식 사회주의 논리에 기초     하고 있다"/김문수 경기도지사
     “자본주의 경제체제하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교과부 학생건강안전과
     "무상급식 주장 후보는 독버섯 같은 아첨꾼 정치인"/조선일보
     “대표적인 포퓰리즘”/윤증현 금감위원장
     무상급식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쏟아졌던 대표적인 말들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색깔’로 국민들을 겁주는 건 여전하나 봅니다. 진보라 자처하는 사람들 말고도 한나라당 일부 주자마저 동조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8-90%에 달하는 압도적인 찬성을 보이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사실 애들 밥 먹이는 걸 가지고 다투는 것처럼 치졸한 것은 없는데 이게 논쟁이 되는 것을 보면 ‘참 한국사회가 거칠고 야만스럽구나’라는 생각이 앞섭니다.
      사실 무상급식이란 정치적으로 비화됐을 따름이지 ‘의무급식 또는 책임급식’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습니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도 일갈했던 것처럼, 헌법 제31조 8항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는 조항은 의무교육인 초·중등학교에서 수업료와 교과서 대금을 받지 않듯이, 학교급식 역시 국가가 부담해야 된다는 뜻입니다. “학교급식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교육의 교재, 그 자체이다”라던 어느 교육 전문가의 말마따나 복지가 아닌 교육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자세가 우선 필요하다고 봅니다. 무상급식은 단지 공짜 밥을 주자는 게 아닙니다. 요체는 헌법상의 ‘의무교육’을 온전히 실현하자는 겁니다. 학교 급식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주고 협동심과 질서의식을 깨우쳐주는 교육,  바로 ‘몸으로 익히는 공부’ 그 자체라 할 만 합니다. 당연히 급식비 또한 교육비에 포함돼야 마땅하지 않습니까.
     또한 무엇보다도 저소득층 학생이 어릴 때부터 자기모멸감을 느끼지 않도록 사회통합을 강화하자는 것이지요. "전면 무상급식 실시 전과 후에 아이들이 달라졌다"고 다들 입을 모읍니다. 대체로 급식비를 지원 받는 아이들은 가정 형편이 안 좋아 대체로 성적도 낮은 편이어서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힌 아이들이었는데, 무상급식 실시로 학교 생활 자체가 밝아졌다며 "적어도 학생들이 점심 때문에 상처는 안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역설합니다. 또한 "무상급식은 학생들에게 사회적 책무를 가르친다"며 "무상급식도 잠재적 교육과정"이라고 한 목소리로 강조합니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이제야 초등학교에서 제대로 된 의무교육이 실현된 느낌”이라며, 그 동안 무료급식 대상자 선정, 급식비 수납 등 급식과 관련된 과중한 업무에서 벗어나게 돼 업무경감 효과가 매우 크고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좋은 교육적 여건이 조성되었다”고 무상급식이 실현된 것에 대한 기쁨을 굳이 감추지 않습니다.
      예산이 없다는 주장 역시 솔직함과 진정성이라곤 어디에도 없습니다. 교과부는 ‘부자에게 공짜 밥 제공’은 교육재정의 형편에 비추어 불합리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그 역시 궁색하게 들립니다. 단적으로 서울시는 연간 예산이 20조원이 넘고 전국 16개 시·도 중에서 재정자립도 1위지만 무상급식 지원예산은 0원, 전국에서 꼴찌입니다.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한 전국 지자체의 예산 편성 실태를 보면 무상급식 반대가 단지 ‘돈 때문’이 아니라는 점은 더욱 명확해집니다. 16개 시·도 중 재정자립도가 각각 9위와 15위인 경남과 전북이 무상급식 지원예산은 211억원대로 1, 2위를 차지해 서울·대구·울산·인천 등 대도시와 대조를 이룹니다. 이 정도면 재정자립도와 무상급식 예산은 거의 거꾸로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친환경 급식 식재료 지원비까지 합치면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각 지자체의 연간 친환경+무상급식 지원금을 학생 1인당으로 환산해보면, 일등과 꼴등의 차이는 200배에 달합니다. 거주 지역 교육감이나 시·도지사의 ‘의지’에 따라 학생 1인에게 돌아가는 복지 혜택은 이처럼 극명하게 차이가 납니다.
    "듣고 보니 너무 부럽네요!!!"
     서울 어느 초등학교 학부모운영위원은 '100% 무상급식'을 실시 중인 전북 장수중학교 교장의 무상급식 실현 경험담을 듣고서는 이런 탄식을 내뱉습니다.




















    ‘식판혁명’, 교육과 함께       경제를 살린다!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단체장의 재정 투입에 대한 의지가 단지 ‘교육복지’에 대한 신념만으로 가능했을까요? 재정자립도와 상관없이, 아니 어쩌면 낙후된 지역에서 무상급식 지원이 더 활발한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무상급식은 학생인권, 보편적 복지는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도 중요합니다. 경남은 전국에서 무상급식이 가장 활발한 지역 중 하나입니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통해 지역 농가와 긴밀한 상생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점에서도 경남 모델은 주목할 만합니다. 무상급식을 시행하게 된 학교들이 공동구매·직거래 등을 시도하면서 생산자(농민) 조직도 활기를 띠었습니다.“그전에는 무농약 쌀·채소 등을 생산하는 40여 농가가 한살림 등 인근 도시 생협 조직과 주로 거래를 해왔다. 그런데 무상급식으로 거래처가 확대되면서 친환경 농사를 짓겠다는 농가가 크게 늘었다”라며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합천생산자위원회’총무가 자랑스레 입을 뗍니다.  
     지역사회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습니다. 아이들은 이제 학교에서 자기가 먹는 쌀이 누구네 집에서 생산한 것인지를 압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먹일 건데 좀 손해를 보더라도 좋은 물건을 건네고 싶다”며 농사꾼 아버지도 거듭니다. 어떤 이는 “6월 선거에 출마할 어떤 후보든 무상급식을 없애겠다고 했다가는 돌을 맞을 분위기다”라고 전합니다. 경남에서는 무상급식이 이미 ‘색깔’이 아닌 ‘생활’의 문제가 되어버렸다는 뜻입니다.
     교육청과 지자체 역할 분담이 가능했던 것은 무상급식이 아이들 건강뿐 아니라 지역을 살리는 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었습니다. 지역에서 난 농산물, 그중에서도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하면 안전하고 질 높은 급식을 제공할 수 있을뿐더러 지역 농가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학교급식을 매개로  해서 지역사회 연대가 실현되고 있는 겁니다.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전라북도가 62.8%의 무상급식 지원율을 기록하고 그중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인 진안군 - 마을만들기 운동의 선두주자 - 이 100%를 기록하는 이유도 매한가지. 친환경 식재료가 생산자 단체와 직거래로 학교에 공급되고, 그 결과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이 활발한 지자체는 투자가 소득으로 이어진다는 지역 내 합의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학교급식으로 달라진 이 같은 생산-소비 방식은 곱씹어볼 만한 대목입니다. 그런 점에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급식지원조례에는 친환경 우수농산물에 대한 지원규정과 함께 학교와 생산지를 연결하는 공적 물류시스템으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둘 수 있다’는 점이 명문화되어 있습니다. 현재의 학교 단위 개별 구매가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한 공동구매로 이어진다면 최저가 입찰제도가 품질 기준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원주는 보다 진일보한 사례입니다. 이 지역 생활협동조합 등 12개 지역단체가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원주친환경급식지원센터는 학교뿐만 아니라 농촌지역 어린이 집, 상지대 구내식당 등에도 원주에서 생산되는 무농약 쌀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민간이 주도해 원주시의 지원을 끌어냈고 사회적 기업 인가도 받았습니다. 물류 기능을 넘어 지역 먹을거리('로컬푸드’) 운동의 전초기지가 되고 있습니다.
     무상 아니 의무급식이 교육 ·경제 모두 살리는 ‘식판혁명’인 셈입니다.  
     이제 부모들인 우리가 나섭시다. 국가가 튼튼하고 씩씩하게 자라야 할 세대의 의무교육 9년간의 교육과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만들어 줍시다. 그렇지 않고는 자녀의 건강이 달린 학교 급식을 개선하지 못합니다. 학교 급식은 정치권에만 맡겨서는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무상, 아니 의무 급식을 넘어서 건강한 식단까지 쟁취하는 운동을 펴야 합니다.












     또 하나의 상상,                     ‘식량권’을 향하여!











       일본에서는 지난 2005년 '食育基本法'이란 생소한 법이 시행됐습니다. 식육(食育)이란 음식이나 식습관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길러주는 교육을 말합니다. 식생활에 관한 교육을 체계화해서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전통 음식도 보존한다는 것이 법제정의 취지입니다. 이법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체뿐만 아니라 학교도 급식을 통한 영양 교육과 식생활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 식육을 통해 국민이 농업을 이해하도록 하고 지방농산물 소비 진작을 통해 도농 간의 교류도 촉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환경을 보존하려는 정책 의지도 담겨 있습니다.
     미국 연방정부도 학교 급식(점심과 아침)의 보편적 수급을 위해 10년간 10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의 미셸 오바마 영부인은 29세의 꽃미남 백악관 요리사 샘 카스와 손을 잡고 백악관에 텃밭을 만들어 주변 초등학교 아이들을 정기적으로 초청하여 텃밭 일을 같이 하고 학교 급식에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 과일과 채소 공급을 늘려서 아동 비만 문제를 반드시 잡겠다는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2010년 범정부적 차원의 아동 비만 퇴치와 학교 급식 개선 프로그램 '렛츠 무브(Let's Move)'를 선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영국에서도 잘 알려진 꽃미남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의 학교 급식 개선 캠페인에 힘입어, 중앙정부의 학교 급식 지원비를 대폭 높이고 유기농과 로컬푸드 공급을 늘려 급식 질 개선에 힘쓰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은 어디나 학교 급식에서 생산과 소비의 거리를 줄이고 관계를 강화하여 더 좋은 먹을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아이들의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지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총력을 다 하고 있습니다. 급식은 아이들에게 하루를 움직일 연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건강과 교육을 제공하는 일이라고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그것이야말로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확실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년 말 발효된 식생활교육지원법의 취지가 그러하듯 급식이 학교 교육의 연장이라면, 의무교육의 연장선상에서 국가가 급식을 제공해야 마땅합니다. 그리고 무상급식과 지역 먹을거리운동(로컬푸드)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서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의 투명성과 공공성,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 식생활교육의 취지를 달성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입니다.
     최근 경기 평택시는 평택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평택에서 소비한다는 ‘평생평소(平生平消)’ 정책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평택은 식량 기본권을 성공적으로 도입했다고 평가받는 브라질 벨루 오리존치시의 모델을 적극 참고하여 사회적 약자도 안전한 먹을거리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비자의 ‘식량권’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즉 ‘시민이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먹을거리를 충분히 먹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시가 파악한 평택지역의 영유아와 어린이 보육시설 350곳에 머무는 아이들은 대략 1만5000명. 시는 내년부터 이들 영유아를 대상으로 지역 농산물로 만든 안전한 급식을 우선 공급하되, 차츰 노인층으로 식량권의 대상을 넓혀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우리의 지향점은 세 가지다. 가치있는 먹거리, 풍요로운 생산자, 건강한 소비자다. 가장 신뢰받을 수 있는 가치 있고 건강한 먹을거리의 원천이 어디인가. 누가 어떻게 생산했는지 알 수 있는, 우리 가족과 이웃이 생산해서 먹는 농산물이다. 지역 내 생산·소비의 연결을 통해 생산자의 풍요도 보태줄 수 있다. 이 3박자의 조화를 통해 지역 공동체의 재생을 기대한다.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시의 사례가 바로 그렇다. 식량은 상품이 아니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필수품이고, 누구나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하며, 농민은 정당한 이익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시 조례에 명시했다.”
                                              - 평택푸드의 한 관계자




























    추신/
    3월 첫번째 회원 알음터-너무나 오랜 만남, 전직 실무자들과의 회합은 궂은 비날씨에도 네 분나 참석해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17년 전 범도민회 시절부터 지금 사는 얘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만난 지 10년이나 된다는 사람들도 있어 깜짝 놀라기도 했고요. 저만 쏙 빼고 오랜만에 만난 김에 2차가던 모습이 그렇게 정겨울 수 없더라고요.      
                                   2010년 3월 7일 저녁 무렵, 연동 집에서
                                   강종우
                                   010-5180-5858
                                   kjowoo1216@hanmail.net






















    본 메일은 2010년3월7일 기준,
    회원님의 수신동의 여부를 확인한 결과 회원님께서 수신동의를 하셨기에 발송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