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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종우의 일요일 편지_5

    2010-03-04 14:11:03
  • 작성자참여환경연대 (admin) 조회수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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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림이야기’하나

























    작은 시작


    어제는 안쓰러운 소식으로 내내 착잡해 있다가, 저녁 무렵에야 비를 잔뜩 맞고서도 올레 3코스를 다 돌았다며 너스레를 떨며 반기는 서울 친구들과의 식사로 그나마 마음을 달랬습니다. 술이면 사족을 못쓰던 한 녀석은 기특하게도(?), 중문에 보름 넘게 머무르며 자기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을 불러 올레길을 함께 걸을 작정이랍니다.  
     오늘 캐나다 벤쿠버의 갈라쇼 연기에 황홀경에 접어들 즈음, 칠레에서의 참담한 사연이 겹쳐집니다. 무거운 심정을 내려놓을 생각으로 밀린 설거지에 집안 청소로 부산을 떨어보지만, 좀처럼 가닥을 잡기 힘듭니다. 편지를 쓰는 것마저 내키지 않았던지, 늦은 밤 비로소 컴퓨터에 손을 얹어봅니다.    
     
     좋든 궂든, 세상은 이렇게 혼자 하기엔 벅찬 일로 가득합니다.
     
     정월 대보름입니다. 앞마당 매화꽃이 달빛을 머금고 아스라한 자태로 눈길을 사로잡네요.

















    ‘시장통’, 내 가슴속의 기억...


      한림리 1314번지, 일명 ‘시장통’. 바닷가에 붙어 콘크리트로 된 상가가 스무나문 기다랗게 늘어서 있고,  수산물 집하장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삼거리 양쪽에 점포들이 빼곡히 들어선 매일시장. 한동안은 오일장이 섰던 바로 그곳. 제가 자란 곳입니다. 부산서 되돌아 온 아버지는 자그마한 슈퍼를, 어머니는 그 옆 낚시점 건너에 편물 짜는 양장점을 하고 있었거든요.
     온 동네 사람들로 북적이고 온갖 산물이 넘쳐나던 ‘장날’이면, 어린 눈에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며 호기심으로 한나절을 보내던 기억이 엊그젠가 싶습니다. 그리고 내게 장기를 가르쳐 준 오박사아저씨, 가끔씩 몰래 라면땅을 쥐어주던 영실이이모, 맨날 놀러다니며 공부는 언제 하냐고 밉잖게 한소리하시던 낚시점 아줌마... 그리고 더 많은 이웃들... 저는 거기서 자랐고 세상을 익혔습니다. 아마 학교에서 보다 더 많은 걸 배웠다 해도 허언이 아닐 겁니다.
     이젠 복개해서 자취마저 사라져 버린 그곳에 가끔 발을 들일 때마다, 중년이 다된 지금도 가슴이 벅차곤 합니다. 아마 그 때문일까요? 농사일이라곤 제대로 한번 해본 적이 없는 제가 늦은 나이에 로컬푸드(Local Food)를 공부하며 ‘농민장터(Farmer's market)’ 그러면, 몸부터 근질거리는 이유가요. 그러니 ‘벼룩시장’은 더할 나위가 없겠죠.

























    장터, ‘모두가 익는 자리’  


    지난 여름 때부터인가 봅니다. 제가 벼르던 장터 만들기에 발벗고 나서기 시작한 게 말입니다.
     여느 대도시나 다를 바 없이 고층 아파트로 둘러싸여 앞뒤 편에 살면서 이웃이란 말이 더 이상 무색해진 삭막한 공간. 그런 노형동 근린공원에서 마을장터를 열었습니다. 아름다운가게를 부추기기도 하고, 생활협동조합과 단체들 도움을 받으며 아파트 마다 홍보전단도 뿌리고 관리소에 방송도 부탁하느라 무진 애를 먹었습니다.
     생산자들이 산지에서 가져온 제철 농산물에다 주민들이 직접 만든 재활용 비누, 생활협동조합 소모임에서 만든 매실장아찌와 오이초절임, 장애인들이 손길이 묻어나는 허브, 솜씨 좋은 목공예품...
     저마다 집안 구석구석 뒤져가며 가방가득 봇짐가득 내놓은 책이랑, 장난감이랑, 옷가지들...  
     그리고 공원 한가운데선 보리타작 체험에, 구석 편 뻥튀기, 그리고 함께했던 놀이마당까지...
     왁자지껄 함박웃음, 여름햇살만큼이나 달아오랐던 첫 마을장터, 정말로 이웃을 익히는 정감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후 달마다 한번 노형마을 벼룩시장은 계속되었고, 올 들어서는 제주MBC와 함께 ‘착한장터’가 매달 두 번째 토요일 열릴 겁니다.

















     ‘이도2동 동네마당 벼룩시장’


     그리곤 우리 제주참여환경연대와 함께 한 ‘이도2동 동네마당 벼룩시장’.
     이 곳에 자리한 지 벌써 5년째. 동네에서별로 한 일이 없어 할 수 있는 일 찾아보자 하던 중, 동 주민센터에 권유해서 시작했습니다.  주말 오후, 조용하기만 했던 작지만 소담스러운어린이놀이터가 ‘착한’ 발걸음으로 분주해집니다.
    "사세요.. 예쁜 거 많아요.. ‘디시’해드릴게요"/꼬마상인
     "그냥 나눠 쓰기도 하고 했었는데.. 벼룩시장 열리니까 좋지. 용돈도 벌고..."/천연비누제작 할머니
     "밭에서 나는 쌀인데.. 기존 쌀이랑은 맛이 다를 거예요..."/여성농민
     "직접 얘기하면서 살 수 있어서 좋구, 애기 장난감도 싸게 살 수 있어서 좋구.."/동네주민
     동네 주민 여러분이 애들과 함께갖가지 물품을 갖고 장을 펴셨습니다. 옷가지는 물론이고 장난감,신발, 유기농농작물, 수제비누... 정말 많은 종류의 물품이 장에 나왔습니다.  작아서 입지 않는 옷이며, 싫증난 장난감, 간단한 바느질 소품들도 이곳에서는 훌륭한 상품이 됩니다.
    집구석에 박혀 있던물건들이 벼룩시장을 통해 세상 빛을 보고 이제야 제 주인을 찾은 것 같습니다.  참여환경연대 회원들의 모습도 이에 못지않습니다.
     직접 좌판을걷어붙이고 나선 회원들. 수제 친환경수세미,손수 캔 삼백초를 기꺼이 기부해주신 회원 분들도 계십니다. 이사이기도 한 구세군 제현우 사관님은 제복을 입은 채 호떡 만들기에 여념 없습니다. 그리고 곶자왈 작은학교에선 평화고구마를 굽기도 했고요.
     벼룩시장 곳곳에 계셨던 우리 회원들의재주와수고로 벼룩시장이 그만큼 더 풍성해지고 원활히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장을 펼치고 외치는 사람들, 좋은 물건을 찾으러 두리번거리는 주민들, 자연물 만들기 체험에 푹 빠진 아이들..
    즐거운 재사용행복한 기부어울림의 축제라는 구호에 걸맞게, 그야말로 이도2동 벼룩시장은 '아름다운 난장'이라 할 만 했습니다.

























    모두를 살리는 ‘살림장터’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장터를 열거나 생각하는 분들이 생겨납니다.
     벌써 전부터 서귀포 이중섭거리에선 아트프리마켓(Art-Free Market)으로 한 달에 두 번 열리고요, 유수암 쪽에선 친환경 먹거리파티 ‘뽀드락’에 매달 사람들이 모인답니다. 그리고 화북에서도 아라동에서도 제각각 장터를 열 생각을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노자』에 이르듯, 아마 생태적으로 산다는 건 사물이든 사람이든 어느 하나 버림이 없이 각자가 지니는 능력과 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게 아닐까 돌아봅니다.
    항상 사람을 잘 구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도 버리지 않고,
    항상 사물을 잘 구하므로 어떤 사물도 버리지 않는다.‘
    (常善救人, 故無棄人, 常善救物, 故無棄物),老子 27장

    ‘ 우리가 만드는 ‘장터’가 이런 일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0년 2월 28일 늦은 밤, 연동 집에서
    강종우
    010-5180-5858/kjowoo1216@hanmail.net


















    본 메일은 2010년2월28일 기준,
    회원님의 수신동의 여부를 확인한 결과 회원님께서 수신동의를 하셨기에 발송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