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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의 휴먼라이브러리_안혜경 아트스페이스씨 대표] Art·Space and See..






  • 10월의 휴먼라이브러리] 안혜경 아트스페이스씨 대표



    Art·Space and 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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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트스페이스씨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본다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은 오랫동안 동격처럼 사용되어왔다.

      (I see= I understand, 알아봤다=알고 있다.)

     그렇다면 사진가는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일까?

     혹은 그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관람객(혹은 우리들)은 그 사진 속의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것일까?"

                   

                                                                                 - 이종선인도사진전(2006年) 전시초대취지 中




    본다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 그리고 소통한다는 것...

    안혜경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계속 머리에 맴도는 생각이었습니다.

    공간(Space) 속에서 예술(Art)작품을 통해 진정한 소통(See)과 공감, 교감을 이야기하는 안혜경 대표님.

    그녀의 인생 여정에 함께 빠져보실까요?






    - 일         시 : 2015년 10일 22일 오후 2시

    - 장         소 : 중앙로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씨 (http://www.artspacec.com/)

    - 함께한 이들 : 김홍구 회원님, 신수진 회원님 

    - 기         획 : 김미정 시민사업국장

    - 글   /  사진 : 박유라 간사




    - 아트스페이스씨가 개관한 지 벌써 10년 가까이 되어 간다고 들었습니다. 개관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 저는 계획을 세워서 무언가를 준비하는 편이 아니에요. 어느 순간, 맞아 떨어지면 '훅'하고 해버리는 편이죠. 제가 전시기획을 하다 쉬고 있을 때였어요. 지인이 공간이 있다는 거에요. 공간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얼른 '내가 쓰겠다'고 했죠. 일을 벌이려면 일단 공간이 필요하거든요. 공간이 없으면 순발력있게 일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얼른 내가 한다고 훅 치고 들어갔습니다. 아트스페이스씨는 2006년에 개관했으니까, 내년이 벌써 10주년 되는 해네요.


    - 어떻게 전시기획쪽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 저는 전시기획 쪽을 전공하진 않았아요. 수학과를 나와 주부로만 살다가 97년 대학원에서 전시기획을 공부했죠. 그때가 막 전시기획에 관한 학과가 국내에서 막 생겨나기 시작할 때였어요. 사실 대학을 졸업하고 내려와 어디에 연결된 곳이 없었어요. 10여년 간을 주부로 살았죠. 제주여성영화제에서 윤석남 선생님이 영상을 통해 말했듯, 주부로서의 삶에는 '우울증'이 동반되더라고요. 저도 피해갈 수 없었어요. 남편이 친구를 좋아하기도 하고, 친구가 많은 편이었거든요. 새벽 3-4시까에 들어오곤 했죠. 결혼하고 3-4년은 시댁에서 살았는데 분가를 해서도 그런 일상이 반복되다보니, 우울함이 몰려왔던 거 같아요. 남편과 안 맞는 부분들, 아이들을 키워내야 하는 부담감들이 밀려왔던 거 같아요.




    '시각적으로 무언가를 담아내는 일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구나'하는 걸 알게 됐죠.

    그러면서 '아, 나 같은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싶다. 

    소통의 매개자 역할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감정들이 몰려오던 차에 고길천 선생님이 하는 '판화교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하루하루 배워보니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시각적으로 무언가를 담아내는 일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구나'하는 걸 알게 됐죠. 그러면서 '아, 나 같은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싶다. 소통의 매개자 역할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97년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것이죠. 대학원 공부를 하는 내내 너무 재미있고, 신났어요. 열심히 공부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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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혜경 대표와 김홍구, 신수진 회원님



    - 공부를 마치고, 자연히 전시기획 쪽 일을 하게 되셨나요?

    - 대학원 공부가 끝날때 쯤, 큰 전시를 맡아 하게 되었어요. 당시 한국문예진흥원에서 '우수미술기획'으로 뽑히기도 했죠. 1년 동안 기획을 진행했어요. 겨울(철새도래지), 봄(못 등 마을 습지), 여름(해안 습지 및 오름 습지)으로 나눠 계절별로 습지의 성격에 따라 일반인들과 작가들이 함께 답사하여 작가의 작품을 10월에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미술전시기획이었죠. 덕분에 습지도 종류별로 다닐 수 있었어요. 해안에 있는 습지, 동네 마을 습지, 습지에 얽힌 신화에 대해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죠. 당시 환경운동연합에서 습지조사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쪽 습지탐방팀과 함께 다녔죠. 습지를 공부하며, 자료를 찾고 답사를 여러번 다녔어요. 이런 답사와 조사를 다니면서 '자연을 경험한게 어떻게 예술로 시각화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죠. 그게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 이후에도, 이와 관련된 애니메이션 단편을 모으기도 하고 사람들과 함께 보기도 했어요. 해보니 저랑 맞더라고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무언가를 만드는 게 내게 꽤 재미가 있구나.. 나랑 맞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 대학원때 부터 전시기획에 관심을 두셨다고 했는데, 그럼 대학 다닐 때는 다른 전공을 선택하신거네요?

    -  사실 수학을 좋아해서 수학과를 갔는데, 막상 대학에 가니 피타고라스 얘기보다 사회과학에 더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때 그 시절 금서를 읽으면서.. 오빠가 막 우리에게 그런 것들을 가르쳐 주었어요. 동생들을 조직해서 "이런 책 읽어라.. 저런 책 읽어라.. "하며 알려주었죠. 그때부터 수학이 재미없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런 금서에는 우리가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배운 것들이 꼭 진실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기도 하더라고요. 좀 큰 충격이었어요. 읽으면서 울컥울컥하곤 했죠. 그때부터 여성해방이론과 관련한 책도 읽고, 여성학 강좌도 듣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엄마는 보수적이시기도 했고, 그래서  저를 보수적으로 키웠어요. 살면서 좀 답답한 부분이 있었는데, 읽고서 세상이 뒤집히는 경험을 했죠. 시몬느 베이유의 '불꽃의 여자'같은 책을 읽고는 며칠 잠을 못자기도 했어요.


    - 전시기획 일을 하는 거에 대해서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했나요?

    - 저희 남편은 '싫다, 하지마라'는 해도 한다고 하면 '죽어도 안돼'라고 말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눈치를 보면서 했죠. 재미있는 일을 찾아내서 그 길로 가려면 어느정도의 격려가 필요하잖아요. 남편은 지지하고 밀어주기보다는 그냥 두는 편이에요. 소극적 지지라고 볼 수 있죠. 그래도 꼭 필요한 일이 있어 도움을 요청하면 못본 척 하진 않아요. 지금도 역시 눈치를 보면서 하는 편입니다. 제가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을 때,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었어요. 그럼에도불구하고 대학원 공부를 한다고 비행기를 타며 육지를 오갔어요. 왔다갔다 하면서 전시도 허겁지겁 보러 다니곤 했죠. 논문을 쓸 때 쯤에는 큰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했어요. 논문을 쓰고 나서는 '못 긴 청개구리전, 제주습지전'을 준비하느라 또 바빴죠. 마누라가 바쁜 걸 남편이 좋아하진 않았어요. 아이나 잘 돌보라고 하더군요. 그땐 참 남편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한창 탄력을 받는다는 느낌이 든 시기였거든요. 


    - 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함께하게 되셨나요?

    - 서울국제영화제가 생겨서 지역에서도 보기 힘든 여성감독이 만들어 여성적 시각에서 우리 삶을 담아낸 영화를 볼 기회를 만들 수 있었는데요. 당시 제주여민회 이사로 활동도 하면서 전시기획관련 공부도 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여성영화를 소개하는 일이 여민회 내에서 제게 맡겨졌습니다. 제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이라는 직책은 2012년부터 맡았어요. 2000년부터 여성영화 상영회를 제주여민회 이사로 맡아 시작했고,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여민회 활동을 잠시 쉬었기 때문에 영화제도 쉬었다가 2011년부터 프로그래머로 합류하면서 2012년에는 영화제 기구를 집행위원장 체제로 만들어가면서 홍보위원 등의 외부지원 기반을 확대해나갔고 올해인 2015년까지 집행위원장을 맡았어요. 올해로 제주여성영화제에 대한 임무에서 벗어났으니 이제 전시공간 운영에 더 매진해야 할 것 같아요. 


    - 그래도 5년이란 단절의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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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동안 홀로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TV도 보고, 다큐도 보고, 신문도 읽으면서 지냈습니다. TV에서 좋은 다큐
    멘터리를 하면 시간을 맞춰놓고 녹화해 가면서 보기도 하고요.
    생태 관련 다큐를 보니 또 제가 모르는 신세계더라고요.. 워낙에 얕다보니 그걸 깨달은 순간 공부를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지나고 보니, 참 그때 그 '쉼'도 필요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쉴 때의 축적의 시간을 갖는 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나고보면, 버릴만한 순간은 하나도 없어요. 제가 판화교실을 다니기 전에 잠깐 영어회화를 배운적이 있어요. 근데 배우러 다니다보니, 영어보다 학원에서 묻는 질문들이 참 재밌더라고요. '당신이 무인도에 갈 때 딱 3가지만 가지고 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지고 가겠는가?'라는 질문을 하면 고민을 할 수밖에 없잖아요. '30년 후에 당신은 어떤사람이 되어 있을 것인가?'라는 물음도 있었어요. 그럼 또 막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아, 할머니가 되어있겠구나. 손주나 보고 있을까... 그러긴 싫은데.. 내가 하고 싶은 건 뭘까...'.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니 자연히 영어도 재미있어 지더라고요.


    영어는 Yes나 No에 대한 답을 확실히 해야해요. 또 주어가 꼭 먼저 나와야하죠.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들에게 No를 잘 못하게 가르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을 내보이기보다 남을 보조하도록 교육받기도 하죠. 왠지 여자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면, 뺄라진 사람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영어를 배우면서, Yes나 No를 명확히 하는 걸 배우게 되었어요. 대학원을 갈 때도 그때 배운 영어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때 배워둔 영어가 없었다면 아마 대학원을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물론 대학원에서도 어휘력이 달려서 고생을 하기도 했습니다. 근데 점점 하다보니 모르는 어휘도 줄기 시작하고, 공부가 재밌어지더라고요. 


    - 전시기획을 해보니, 전시기획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 전시를 기획하려면 작가나 작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그래서 많은 공부를 하는 게 중요하죠. 관람자는 전시를 와서 보면 되지만, 그 전시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정말 많은 준비작업이 있어요.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게 작품이거든요. 그 작품을 이해해서 기획을 준비하는 게 보통 작업은 아니죠. 작가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은 다 다르거든요. 그걸 이해해야해요. 윤석남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여성이 세상과의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서 시각적으로 표현하세요. 강요배 선생님은 제주의 역사, 제주의 자연 등을 다루면서 그 안에 삶에 대한 성찰을 담아내요. 기획을 하려면 이런 것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필수예요. 인문학부터 역사 공부까지 다방면의 관심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저도 항상 공부가 부족해서 매일 배가 고파요.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게 작품이거든요.

    그 작품을 이해해서 기획을 준비하는 게 보통 작업은 아니죠.




    - 아트스페이스씨는 전시를 하는 매체가 참 다양한 것 같아요.

    - 회화나 도자기 등 특정 시각 매체만 배운 사람보다 저는 훨씬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거 같아요. 저는 매체에 집중해서 전시를 보기보다는 작가가 세상사를 어떤 식으로 표현하느냐. 어떤식으로 드러내느냐에 관심이 많아요. 그런게 작품에 드러나는 것을 선호합니다. 김옥선 작가의 작품전 'Happy Together'전 같은 경우는 동성애나 문화적 충돌 같은 걸 다뤘었구요. 이종선 작가의 인도 사진은 다른 문화를 다룬데다, 대상화 되지 않은 사진을 찍어냈어요. 그냥 인도에 가서 사진을 찍은 게 아니라, 7년 동안 인도에 살면서 사진을 찍었죠. 그러니 자연스러운 사진이 나올 수밖에요. 동물과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봐도 '너 동물, 나 주인'인 사진이 아니라 너와 나는 친구, 식구라는 느낌이 들게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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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옥선전(2007年), 이종선인도사진전(2006年), 홍성담의「야스쿠니神社의 迷妄2」(2008年)

              출처: www.artspacec.com



    홍성담 작가의 '야스쿠니신사의 미망-2 동아시아 순회전'같은 경우는 좀 쎈 전시였어요. 야스쿠니 신사를 비판하는 내용이잖아요. 그러나 저는 이런 얘기를 미술을 통해 나누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기획을 하기도 했어요. 홍보람 작가의 '강정' 전시는 좀 특별한 경우였어요. 홍보람 작가가 강정에 관심을 갖고 '강정의 기억'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탁본도 뜨러 다닐 때였어요. 근데 그러던 도중 갑자기 강정 구럼비가 폭파된다는 거예요. 더 늦출수가 없어서 갑작스럽게 전시를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 아트스페이스씨는 복합문화공간이라는데, 전시 이외에 어떤 다른 활동을 하나요?

    - 저희는 전시가 없는 시간에 '느닷없이.. 12345'라는 것도 합니다. 하나의 전시를 준비하는데는 꽤 많은 시간이 드는데요. 하나의 전시가 끝나고 다른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그야말로 느닷없이, 계획없이  '느닷없이.. 12345'를 해요. 주제에 맞는 영상을 함께 보면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거죠. 이걸 하면서부터 '영상'을 중시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모아놓은 좋은 영상은 있는데 팔리거나 하는 것도 아니기때문에 함께 모여 영상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하는겁니다.


    첫번째 '느닷없이.. 1'은 생태와 관련된 영상을 함께 공유했어요. 생태적 감수성이 삶의 태도와 사회구조 그리고 미술로 드러나는 것에 대해 얘기 나누고 싶었어요. 그래서 신화를 다룬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기도 하고, 프랑스 다큐 '이삭줍는 사람들'을 함께 시청하기도 했어요. 슈퍼사이즈미도 보면서 어떻게 자본이 생태와 식생활에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어요. 그리고 Andy Goldsworthy의 작품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런 생태적 사고가 시각적 작품으로 어떻게 드러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느닷없이.. 2'는 사랑에 관한 영상을 시청했습니다. '느닷없이... 2'에서는 남녀, 동성애 등 여러가지 사랑의 공통점을 보고 느끼게 해 주고 싶었어요. 뉴욕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지요. 최근 '느닷없이'에서는 'Power of Art'라고 해서 거장 예술가 4명의 영상을 함께 보았어요. 이제 나머지 4명도 보여줘야 하는데, 스케줄을 잡아야 합니다.


    - 전시기획시 기준으로 삼는 중요한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 '진정성'입니다. 어떤 사람은 작가와 작품은 별개라고 이야기하기도 해요. 근데 저는 작가의 삶과 작품에서 구현되는 가치가 다르면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더라고요. 작가의 삶 속에 작품 속 가치 구현을 위한 애정과 열정이 남아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여러 '결'이 담겨있는 작품을 선호합니다.

    '아, 아름답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저 작품을 통해 작가는 어떤 생각을 한 것일까?'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에 끌려요.




    여러 결이 합쳐져 있는 작품을 또한 좋아합니다. 사회적 시선도 있으면서 그 속에 자연도 존재하는 그런 작품이요. 즉, 여러 결이 담겨 있으면서도 통찰력 있는 작품에 끌립니다. 작품을 보고 '아, 아름답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의 인생은 이랬는데, 저 작품을 통해 어떤 생각을 한 것일까? 저기엔 무엇이 담겨 있나? 같은 '생각'을 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결이 있는 작품을 선호해요.


    - 홀로 아트스페이스씨를 운영하고 계신데요, 힘든 부분은 없으신가요?

    - 나쁜 점이 있으면, 좋은 점이 있고 그런 것 같아요. 다른 사람과 같이하면 물론 좋은 점들도 많지만, 내 목소리를 내기 힘든 부분도 있거든요. 어떤 운영 방식이든 간에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지금까지의 전시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전시는 무엇이었나요?

    - 전시들이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무엇이 좋았다라고 말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다 서로 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죠. 전시를 하다보니, '관계' 속에서 전시들이 이루어지더라고요. 관계의 그물망 속에 살고 있는 걸 정말 실감합니다. 관계와 관계가 연결되는 게 참 좋고, 또 그렇게 전시도 이뤄지는 게 참 행복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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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space·C 초대 제인 진 카이젠 개인전(2013年)

               출처: www.artspacec.com



    '제인 진 카이젠 영상 특별전' 같은 경우에는 인연이 참 특별했어요. 제인 진 카이젠이 제주의 4.3에 대해 영상작업을 하려고 제주에 왔었어요. 그 분 통역을 해 주기로 한 분이 계셨는데, 일정이 생기셔서 통역 역할을 제가 대신 하게 됐죠. 통역을 하며 다니다보니, 이 작가의 관심이 뭔지 알게 되잖아요. 그렇게 해서 이 작가와 그 남편을 알게 되었는데, 그 두 부부가 함께 작업한 다큐멘터리 DVD를 선물로 받게 되어 그걸 보게 되었는데 여성영화제에 소개하면 딱 좋은 작품이어서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이 분들은 이렇게 작업 한 게 '덴마크에서 촉망받는 20인'에 선정되기도 했더라고요. 정말 행복했습니다. 인연이 참 이런 식으로 이어지더라고요.


    - 지금 전시되고 있는 '영혼의 친구 Soul Friend' 박보순전은 어떤 인연으로 전시하게 되신 건가요?

    - 박보순 작가의 친구 분이 2년 전 저지 예술인 마을로 터를 옮기셨어요. 그 분이 서클댄스라는 일종의 명상 춤을 지도하시는데, 그 모임에 들어갈 기회가 생겨 그 분을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모임의 멤버가 되면서, 그 분이 제가 전시 운영을 하시는 걸 보고 전시 제의를 해 주셨어요. 저는 뭐 릴리리 랄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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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24일까지 진행된 「박보순전 (Soul Friend)」 (2015年)



    - 그래도 이렇게 전시관을 운영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없으세요?

    -  어려워요. 당연히 적자죠. 생활비가 들어올 때 쯤 제 통장 잔고는 0원을 향해 달려가요. 당연히 저축하기도 힘들고요. 근데 또 제가 좋아하는 전시에 작품을 누가 산다고 하면 가슴이 덜컥덜컥해요. 큰 일 났다는 생각이 먼저 들요. 그래서 수익이 생기면 나머지 작품도 사버려요. 막 애정이 생겨서요.


    - 답답한 마음이 들때 찾아가는 스승같은 분이 계신가요?

    - 자주는 못 뵙지만, 강요배 선생님에게 참 많은 걸 배웁니다. 선생님은 친구라기보다 그야말로 '선생님'이시기 때문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찾아가서 의논을 하게 되요. 선생님이 시야가 멀면서 참 넓으세요. 쫍짝하지 않은 분이죠. 이 길을 가는 계기를 만들어 주셨던 분은 고길천 선생님이세요. 제겐 일을 해 나가면서 결정하기 힘든 일이 있을 때 늘 의논할 수 있는 분이세요. 여성으로서, 혹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고민거리가 있을 때, 여성운동을 함께 하게 되면서 만나게 된 제주대학교 간호학과 이은주 교수도 멘토로서 찾아가게 되는 분이세요.


    - 할머니께서 최초의 여성교육감이라고 얘기들었습니다.

    - 네, 할머니께서는 당시 교사였어요. 36살에 불현듯 의대에 들어가 의사가 되셨습니다. 교사도 하셨지만 의사로서 헌신하는 삶을 사시려고 의대에 뒤늦게 진학하셨고 정화의원이라는 병원도 개원하셨어요. 신성학교 교장도 역임하셨죠. 그렇게 최초 여성교육감이 되셨습니다. 제가 대학원 진학을 막 고민할 때 할머니의 영향이 참 컸어요. 들어갈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우리 할머니는 그 시대에, 그 나이에 해내셨는데 나라고 못하겠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무슨 재미로 사세요?


    -  새로운 걸 아는 재미로 살아요. 오지랖형들이 일을 하잖아요. 오지랖 없으면 이런 일 못합니다. 제가 오지랖형 인간이거든요. 일방적이지 않은 오지랖을 떨게 수위조절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일방적이지 않은.. 저는 미리 걱정을 하는 성격이 아닙니다. 좋은 게 있으면 일단 지르고 보죠.


    - 뭐든 흥미가 생기면 알아내고 공부하는 걸 참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 무언가를 알려고 노력하고, 공부를 한다는 것은 공감능력을 높이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살면서 많은 잘못을 저지르기 쉽지만, 그 잘못이 무엇인지도 인지하지 못할 떄가 많잖아요. 학창시절 하나의 사건 때문에 공감과 이해의 중요성을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학급 주번이 아닌 학교 주번을 맡게 되었을 때였어요. 실내 정숙과 미화 등 이런 저런 책임을 져야해서 교실에서 공놀이 하는 1학년 후배들에게 주의를 주고 그 공을 압수하고 들어와 당시 가사수업시간에 뜨개질하던 뜨개 바늘로 압수공을 뚫어 터뜨려버렸는데, 나중에 후배가 '언니, 공 돌려주세요'라며 찾아오자 아차 싶었죠. 내가 왜 그렇게 행동하게 됐을까.. 그래서 항상 공감과 교감 능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잘못 생각한 걸 거듭하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공감능력을 높이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공감과 교감 능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잘못 생각한 걸 거듭하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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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이 멀게 느껴지시나요?

    나는 '잘 몰르니까..' Art를 외면하고

    싶으신가요?



    멀지 않아요.

    몰라도 됩니다.

    느끼면 되니까요.



    삶의 공허함이 밀려올 때,

    누군가의 '진정성'을 느끼고 싶을 때,

    새로움, 또는 익숙함과 소통하고 싶을 때



    아트스페이스씨에 

    노크해 보는 건 어떨까요?



    계단 모퉁이만 돌아오세요,










    ● 아트스페이스씨는...

    갤러리 "아트스페이스씨"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모든 연령층을 위한 소통의 역할을 한다. 국내와 해외의 다양한 문화들을 일반인들에게 소개하고 교육하는 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예술과 사회적 이슈들, 그리고 일상적 삶이 교감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아트스페이스씨"는 새롭고 실험적인 예술작품 및 주목 받고 있는 작품을 기획 전시할 것이며 비디오, 영화, 미술 강좌, 강의, 세미나와 전시안내 등의 해석적 방법을 사용한다. 이 갤러리는 또한 정치, 교육, 젠더, 노동, 생태와 그 외의 다양한 이슈들을 논의할 수 있는 장소로서 그 역할을 한다. 아트스페이스씨는 신인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갖는다.



    "아트스페이스씨"는 앞에서 밝힌 목적을 위하여 기획 위주의 전시를 한다.

    "아트스페이스씨"는 모든 예술행태에 열려있지만, 작가나 작가그룹들의 전시가 "아트스페이스씨"의 전시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 전시하지 않는다. "아트스페이스C"라는 갤러리 이름의 "C"는 여러가지 다른 의미를 함유한다. 이 "C"는 'Communication', 'Culture', 'Creativity', 'See', 'Current', 'Complexity'그리고 '視'를 의미한다.

    "아트스페이스씨"에서의 경험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예술과 사람들, 그리고 우리를 하나로 엮어주는 관계에 대하여 깊은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