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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의 오름기행]사라져가는 오름을 찾아서




  • 지난 14일(토)은 하루만에 8개의 오름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운 날입니다.

    그동안 작고 아름다운 오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오름을 올랐다면

    이달은 좀더 특별한 기행을 준비하였습니다.

    즉 도로나 주택 공사, 농지 개간 등으로 조금씩 조금씩 잠식 되어  

    조만간 사라질 지도 모를 오름들을 둘러 보는 것입니다.

    이런 오름들은 대부분 시내권과 가까운데다가 비고가 낮아

    각종 위협에 노출될 수 밖에 없지요.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삼양에 있는 논오름 입니다

    오름이름을 익히다 보면 알게 되겠지만, 명칭이 매우 단순하고 생활과 밀접합니다^^

    논오름은 논(田)하고는 아무 연관이 없습니다.

    삼양에는 원당봉과 논오름 딱 2개의 오름이 있는데,

    마을과 인접해 있고 놀기에 좋아서 아이들이 이곳에서 많이 놀았다 합니다.

    놀기 좋은 오름, 많이 논 오름, 해서 논오름이랍니다.

    논오름(삼양)-참가자 1-삼화개발지구.jpg


    논오름(삼양) 1.jpg

    사유지인데다가 주위가 모두 밭으로 개간되어 있고 정상부만 일부 남아 있습니다.

    더우기 재선충의 여파로 큰 소나무들이 대부분 베어져버려 더욱 위태롭습니다


    두번째 오름은 봉개동에 있는 봉아름입니다.

    봉라름3.jpg

    봉아오름이 변하여 봉오름이 되었다 하는데, 봉개동의 옛이름이 봉아름이었다 하니

    지역명이 오름 이름으로 바뀐 사례라 하겠습니다.

    봉아름은 대기고등학교 부지 내에 있습니다.

    오름 정상부에 학교를 짓고 굼부리(분화구)안에 운동장을 만들었답니다

     봉아름1.jpg


    봉아름정상에서(사라봉에서 원당봉).jpg


    세번째 찾아간 오름은 권제오름입니다.

    권제라는 이름은 한자로 권세권(權) 임금제(帝)를 쓴다는데

    오름 이름에서 한자의 의미를 따지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 합니다.

    옛지명이 바뀌는 과정에서 소리를 차용해 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권제오름은 제주대학교 내에 있습니다.

    제주대학교에서 딱 필요한 만큼만 적절하게 오솔길을 만들어 산책하게 좋게 되어 있습니다.

    은행나무가 곱게 물들어 있어 나들이 분위기 내면서 한컷 찍어 보았습니다

    권제오름3.jpg

    권제오름-참가자 2.jpg

     

    네 번째 오름은 오등동에 있는 오구시입니다.

    오구시1.jpg


    오구시3.jpg

    말이 먹는 먹이통과 같은 모습이라는 뜻이라는데...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쩝.

    오구시오름 또한 큰 도로변에 있는 데다 역시나 재선충의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감염목을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정상부까지 크게 길을 내는 바람에 2차 피해가 더 심각했습니다.

    이제는 곶자왈 안에까지 포크레인으로 길을 내면서 훼손을 더 키우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다섯 번째로 찾아간 오름은 오라동에 있는 가세기입니다.

    가세기 6.jpg

    이 가세기오름의 이름이야 말로 참으로 단순합니다 ^^

    가세기는 개새끼의 고어입니다. 가세기오름에 오르면 근처에 있는 민오름이 한눈에 보입니다.

    민오름이 어미개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가세기오름이 이 민오름 즉 어미개를 쫓아가는 새끼 개를 닮았다고

    개새끼오름이라 불리던 것을 옛말로 가세기 오름이라 부른답니다.

    가세기 7.jpg
    가세기 주변 주택개발 1.jpg

     

    가세기오름 아래쪽에는 주택 공사가 한창입니다. 모쪼록 더 확장 개발하지 말고,

    작은 산책로를 만들어 주민들의 편안한 휴식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체육시설 이런거 말고 딱 권제오름 만큼만요.

     

    여섯 번째 오름은 시내 한 중심가, 연동에 있는 베두리입니다.

    베두리1.jpg

    베두리란 이름을 생소할 지 몰라도 삼무공원하면 아하! 하실 겁니다.

    삼무공원이 바로 베두리오름입니다. 아니 베두리오름에 조성한 공원이 삼무공원입니다.

    1978년 조성된 이 공원은 재일제주인들이 갹출하여 만든 공원으로

    도둑, 거지, 문 세가지가 없다는 삼무(三無)에서 이름을 따 온 공원입니다.

    이곳에는 증기기관차가 있는데 일부는 좌석을 그대로 두고 절반정도만 개조하여

    아이들을 위한 열린도서관으로 이용하고 있더군요.

    참,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알고 찾아왔음 해요

    베두리2.jpg
    베두리3.jpg
    베두리4.jpg

     

    일곱 번째 오름은 노형동에 있는 방일이인데,

    당일 방문한 오름들 중에서 가장 훼손이 심하고 조만간 사라질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오름의 삼분의 일 정도가 도로로 이미 깎여 나갔고, 나머지 절반은 아파트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습니다. 간신히 정상부만 남아 오름의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아팠습니다.

    방일이 7.jpg




    방일이6.jpg


    방일이와 아파트공사 현장 1.jpg

     

    마지막 오름은 조금 서쪽으로 나아가 애월읍 고성리 항파두리에 있는 안오름입니다.



    안오름4.jpg



    안오름은 성안에 있는 오름이란 뜻으로

    고려시대 삼별초 항몽의 근거지였던 토성 안에 있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도 알고 보지 않으면 오름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아주아주 작은 오름이었습니다.

    안오름에서 바다쪽을 내려다 보니 관탈섬 너머까지 북쪽 바다가 훤히 보이는 것이 삼별초가 항몽의 근거지를 이곳에 잡은 이유를 명확히 알겠더군요.

    삼별초군은 여몽연합군과 싸우면서 파로봉(바굼지오름)에서 안오름으로, 또 붉은오름으로 또 살핀오름으로 후퇴하여 갔다합니다. 삼별초군의 피로 물들어 붉은오름, 관군이 오나 안오나 살핀 곳이라 하여 살핀오름이라 붙여졌다지요.


        안오름-참가자 1.jpg


    11월 기행은 참 의미 있었습니다.

    ‘사라져가는 오름’이란 주제도 좋았고, 역사가 있는 오름, 아름답지 않은 오름,

    훼손된 오름을 보는 것이 참으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이 말은 조선 정조 때의 문장가 유한준이 남긴 명언을 토대로 유홍준 교수가 문화유산을 보는 자세에 대하여 한 말입니다.

    ‘이전과 같지 않다’라는 것이 뜻하는 바와 ‘안다’라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