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휴먼라이브러리윤영민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장]
사람들의 욕심과 생명에 대한 경시가 제일 무섭지요.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는 제주대학교에서 한라산 방면으로 조금 더 올라가다 도로 왼편으로 있었다. 사무실과 회의실, 치료실 등이 있는 건물은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바깥쪽으로는 포유류재활훈련장, 산새훈련장, 물새훈련장 등 노루와 새들을 보호 관리하는 시설들이 있었다.
이번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모두 13명으로, 이곳을 보기 위해 3강 전체를 신청한 아이도 있을 만큼 야생동물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컸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윤영님(제주대수의학과)교수님은 원래 컴퓨터나 전자공학 쪽을 전공하고 싶으셨단다. 성적에 맞추어(!) 과를 선택한 것이 수의학과였고, 순천의 천혜의 자연환경속에서 동물들과 놀던 추억과 기억이 이 일에 대한 선택을 후회없이 해 주었다고..(그러고보면 방학 중 만난 모든 휴먼북들은 전공이나 애초의 희망과는 다른 방향으로 삶이 가고 있었다. 전용문 지질박사님도 원래 신문기자가 희망이었고, 행동터 윤경미선생님도 교사라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고... 이것을 볼때 우리가 아이들에게 너무 이른 시기에 뭔가를 결정하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센터는 언제 개관을 하였나요?
2010년 11월에 개관을 하여 올해로 4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초대 센터장을 맡아 지금까지 오고 있구요, 저 외에 시설 총 책임을 맡고 있는 실장님과 동물들의 생태에 대한 연구와 조언을 해주시는 연구원님, 그 외 시설관리 담당 두분 등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동물들이 몇 마리나 이곳 센터로 오나요?
1년에 평균 600마리 정도 이곳으로 옵니다. 주로 노루가 많으리라 예상을 하는데 노루는 약 30%로 140-160마리 정도이며 점차 줄고 있는 추세입니다. 알다시피 노루가 유해동물로 지정되면서, 도민보다는 관광객들에 의해 신고가 들어오는 게 대부분입니다. 나머지 약 450마리 정도는 거의 새들로 까마귀, 까치, 직박구리와 같은 텃새부터 원안, 독수리, 매등의 천연기념물까지 매우 다양한 종들이 구조되어 오고 있습니다. 기타 오소리, 족제비, 멧돼지 등이 조금 있습니다.
완치 되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확률은 얼마나 되나요?
야생동물은 가축이나 반려동물과 비교할 때 치료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사람의 손을 거부하는 것이 본능이기 때문에 치료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다친 곳이 또 다치기도 하고, 뼈가 부러지면 깁스도 하고 이후 굳어진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재활치료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어렵고 뼈가 틀어지거나 부러진 채 굳어지거나 해서 결국 날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고요. 약 30%정도 완치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루는 유해동물로 분류되어 합법적으로 사냥하게 되어 있는데, 센터에서 치료 후 산으로 다시 돌려 보내도 되나요?
모순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어요. 제주도에서는 정책상 개체수를 줄이고자 합법적으로 사살을 합니다. 그렇다고 생명을 구하고 치료하는 센터에서 구조요청이 들어온 노루를 외면할 수도 없고요. 신고가 들어오면 센터에서는 적극적으로 구조하고 치료를 합니다. 다만 포수의 총에 맞아 죽을 수도 있는 산으로 다시 돌려보내지는 않습니다. 이곳에서 치료를 마친 노루는 절물노루생태공원으로 보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곳도 포화상태라 노루를 보호할 만한 시설을 한군데 더 만들고자 합니다. 노루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게 되면 근친교배로 인한 유전자 약화 등의 우려가 있어요. 센터 입장에서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노루 보호시설을 만들어 다양성을 유지하게끔 하려고 하는 거죠. 노루가 유해동물로 지목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인간의 잘못도 큽니다. 중산간까지 개발하고 골프장을 만들고 하면서 노루의 생활공간을 침범하니, 노루가 농지로 내려오게 되는 거죠.
동물들에게 주는 먹이는 주로 어떤 것을 주나요?
맹금류에게는 메추리, 병아리, 쇠고기 기타 새들에게는 주로 밀웜이라고 하는 애벌레, 물새에게는 빙어나 미꾸라지 등을 줍니다. 센터 개관하고 처음에는 천연기념물 참매나 독수리들에게 뭘 좋아할지 몰라 등심만 먹인적도 있어요 ㅎ. 그리고 다른 동물들에게는 습성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의외로 좋은 먹이가 개사료(^^)입니다. 사료가 비교적 영양이 균형 잡혀 있어거든요.
그렇지만 아무리 신경을 쓴다 해도 항상 부족합니다. 예전에 치료 후에도 날지를 못해 센터에서 보호하고 있던 저어새가 있었는데, 몇 년 잘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죽어버렸어요. 당시 추어탕집에 공급하는 양식용 미꾸라지를 먹이로 주고 있었는데, 오래된 편식으로 인해 영양의 불균형, 그리고 양식 물고기의 중금속 등이 원인으로 추측되고 있어요. 아무래도 자연에서 스스로 다양하게 섭취하는 먹이와 차이가 크겠지요
수의학에서는 종에 관계없이 모든 동물들을 다 치료 하나요?
수의학에서 다루는 동물은 작게는 벌부터 크게는 돌고래, 코끼리까지 폭이 굉장히 큽니다.
벌을 다루는 것은 양봉과 관련이 있기 때문인데, 사실 수의학의 기본 동물은 소, 개, 말, 돼지, 고양이입니다. 주로 가축과 반려동물 위주이죠. 야생동물 분야는 많이 부족하지요. 야생동물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 동물의 습성, 먹이 등에 대해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거의 생태학자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센터에 생태연구 석사님이 함께 있는 것도 그 이유이지요
야생동물 구조를 하시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의 의식이죠. 우리 센터에 백땀이라는 오소리가 있습니다. 치료과정에 백바늘정도 꿰매서 이름이 백땀인데요, 어려서 치료받은 후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야생성을 잃어 현재 이곳에서 살고 있지요. 근데 오소리의 쓸개가 웅담 이상으로 인기가 있다는 사실을 아세요? 이 때문에 오소리가 거의 멸종위기에요. 수리부엉이는 천연기념물인데 날수 없도록 날개를 탈구시켜서 개인이 기르고 있던 것을 센터로 데려왔지요. 사람들의 욕심과 생명에 대한 경시가 제일 무섭지요.
현재 전국적으로 야생동물구조센터는 도마다 하나씩 있다고 합니다. 아직 설립되지 않는 곳도 한두군에 있긴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재정을 공동부담하는데 예산이 자꾸 줄어든다고 합니다. 개발사업으로는 증액이 되면서요.
건물 바깥의 새장과 노루보호시설을 호기심으로 둘러보고, 눈빛을 빛내며 설명을 듣는 아이들을 보며 공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이 느는 것 만이 정답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내리는 비도 아랑곳없이 동물들의 생태에 대해 친절한 설명 해주신 민동원 석사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다녀온 아이들의 후기입니다~~
오늘 야생동물구조센터에 갔다 왔다. 처음에 유기동물쉼터에 갔을 때 너무 무서웠는데, 야생동물구조센터는 안 무섭다고 느꼈다. 나중에 봉사활동으로 야생동물구조센터에 가고 싶다고 느꼈다. -한나경
오늘 야생동물구조센터에 갔다 왔다. 가서 설명을 듣는데 너무 궁금증만 쌓였다. 설명이 끝나고 관리 받는 아이들을 보자고 해서 좋았다. 맨 처음에 새끼 노루를 봤다. 새끼 노루는 다리를 다쳐서 2달 전에 왔다고 했다. 너무 안쓰러워서 계속 바라보면서 만졌는데 사람을 싫어하지 않는 동물이었다. 두 번째는 새들을 봤는데 정말 예뻤다. 독수리도 봤는데 장난 아니었다. 왕창 신기했다. 마지막에는 노루 가족을 봤는데 깡통이라는 아이는 먹성이 짱이었다. 여기 가서 새로운 것과 신기한 것을 배워서 완전 짱 좋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있으면 또 가야겠다.
-강지혜
야생동물구조센터라는 기관이 이제야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새나 조류 같은 아이가 골절이 되면 다시 야생으로 가기가 힘들다는 것을 사냥꾼이 노루를 잡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여기에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노루가 4000~5000마리 정도 잡힌다는 것이 새로웠다. -김경민
다쳐서 죽는 동물을 보니 마음이 아프고 앞으로 많은 관심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야생동물을 돌봐주는 수의사 쪽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남주희
제주도에 수많은 야생동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러한 동물들을 보호하는 일들이 필요하고 꼭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기현
야생동물구조센터에 갔다. 오늘 가서 독수리나 이름이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처음 보는 새들이 많았다. 거기서 진로잡지 취재 때문에 녹음을 했는데 녹음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녹음하는 아름쌤이 진짜 존경스러웠다. 거기서 봉사도 된다고 하니까 고등학교 때는 거기서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 처음에는 길을 헤맸지만 갔을 때는 정말 신기하고 좋았다. -김윤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