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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사회 시민운동의 흐름과 제주지역 시민운동의 방향에 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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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승수(제주대학교 법학부 교수, 참여환경연대 이사)
     

    저는 제주에 온 지 채 2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제주에 오기 전에는 참여연대를 비롯한 전국적인 단체에서도 활동해 보았고, 수도권지역에서 지역시민운동도 했었고, 지역과 지역을 잇는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시도도 해 왔습니다.

    물론 제가 가진 한계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외부에서 온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측면을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한국사회 시민운동, 특히 지역시민운동의 흐름을 소개해 드리고, 그동안 제가 제주 지역 시민운동을 보면서 느꼈던 점들과 앞으로 기대하는 방향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2008 회원정기총회에서 '지역운동의 방향과 참여환경연대의 진로'에 대한 토론이 하승수 교수의 발제와 조성윤 교수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1. 한국사회 시민운동에 대한 성찰적 논의

    ○ 1980년대 후반 이후에 시민운동은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정착, 사회적ㆍ경제적 정의의 실현, 성평등ㆍ인권보장ㆍ복지ㆍ환경보전 등에 많은 기여를 해 왔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시민운동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몇 년전부터 ‘정말 위기인가’, ‘위기라면 그 원인은 무엇인가’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서울에 근거를 둔 시민단체들의 경우에는 대체로 시민운동의 ‘위기’, ‘시민운동이 어렵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왜 위기가 왔을까요? 외형적으로 보면 단체들의 규모가 커졌고, 자기 소유의 건물도 가진 단체들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의 재정기반이나 사무실공간이 나아지는 것과 시민운동이 내실있게 성장하는 것과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위기의 원인에 대한 진단은 다양합니다. IMF위기 이후에 심화되고 있는 세계화의 영향, 양극화의 심화,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와 같은 사회ㆍ경제적 변화에 시민운동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시절에 기존 시민운동이 제기했던 이슈들이 상당부분 제도화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위기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는 시각도 많습니다. 인적으로 보면, 새로운 활동가들의 충원에 어려움이 있고 전문가들의 참여도 예전같지 않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시민운동이 그동안 관성화되었고, 새로운 의제의 발굴, 새로운 문화와 운동방식의 창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진단들이 모두 일정정도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나 좀더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 시민운동은 평범한 사람들을 운동의 주체로 세우는 것보다는, 단기적 성과를 내려고 하거나 제도를 변화시키는 것에 초점을 두어 왔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들은 주로 대변ㆍ옹호형(영어로는 ‘Advocacy' 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활동을 해 왔습니다. 시민단체들이 스스로 시민의 대변인을 자처하면서, 정치ㆍ사회ㆍ경제적 문제들에 대해 이슈를 선정하고 그 이슈를 풀어가기 위해 주로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대부분의 활동가들이 사무실에서 서류를 작성하거나 보도자료를 쓰거나 회의를 하고, 미디어를 의식한 행사(기자회견, 퍼포먼스 등)를 기획하고 만드는 데 시간과 노력을 들였습니다.

    저는 그런 시민운동의 패러다임이 일반 시민들을 시민운동의 ‘구경꾼’, ‘방관자’, ‘무임승차자’들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 시민운동의 기반은 점차 약화되었고, 시민운동의 사회적 영향력은 감퇴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 그래서 요즘 풀뿌리운동이 많이 강조되기도 합니다. 최근 우리 시민사회에서 풀뿌리운동은 다양한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만, ‘풀뿌리운동’에 대한 강조는 그 동안 시민운동의 문제와 한계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민운동 발전 초기에는 이슈화를 위해 전문가나 활동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컸다면, 이제 정책의 우선순위를 다투고 사회적 인식 수준을 넓혀야 하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더구나 서울의 중앙언론들 중에는 시민운동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언론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시민운동은 영향력이 점점 감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시민운동 안에서 풀뿌리운동으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이를 강화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에 있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오관영 사무처장은 90년대 시민운동에 대한 성찰을 하면서, 아래의 표와 같이 풀뿌리운동과 비교를 하기도 합니다.

     

















































    <표1 > 90년대 시민운동과 풀뿌리운동


     


    90년대 시민운동


    풀뿌리운동


    운동의 가치지향


    근대적

    (합리성, 공정성, 투명성)


    탈근대적

    (생태, 평화, 성평등, 공동체)


    운동 대상


    사회구조(법과 제도, 정책)


    사람과 생활(의․식․주)


    운동 방법


    하향식

    (세상을 진단하고 논평하는 방식)


    상향식

    (자신이 원하는 일을 지가 좋아서 하는 방식)


    운동의 주체


    시민단체


    주민


    운동의 성과


    성과 중심

    (언론의 보도, 법제도의 변화 등)


    과정 중심

    (사람들과의 관계, 자기만족 등)


    합의양식


    선거와 관리주의


    뽑기(?)와 자율주의


    운동의 속도


    빠름

    (1년 단위 총회, 프로젝트 등)


    느림

    (중장기적 프로젝트, 계획 등)



     

    ○ 이러한 성찰과 논의는 모두 시민운동의 발전을 위한 것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면, 여전히 시민운동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빈부격차 확대와 양극화의 심화 * 무분별한 개발주의에 의한 환경파괴, * 수도권으로의 초집중화, * 도시화 및 농촌의 공동화ㆍ황폐화 * 과도한 경쟁지상주의의 만연 등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삶은 더욱 고단해지고 있고, 사회의 공동체성은 깨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사회가 공동체성, 지속가능성을 상실한 위기적 국면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우려됩니다. 한편 에너지, 기후변화, 세계적인 양극화 심화 등으로 인해 ‘삶의 위기’과 ‘생태적 위기’는 전지구적인 양상을 띠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세계화와 개발ㆍ경쟁의 바람 속에서도 사회를 보다 바람직하게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여전히 시민운동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시민운동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통로가 되고, 시장논리와 관료논리가 아닌 시민들의 논리와 대안을 창출해 낼 때에만 우리 사회가 희망이 있을 것입니다.

     

    ○ 앞으로 서울에 있는 전국적 시민단체들도 여러 가지 고민과 시도들을 하게 될 것입니다. 시민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회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 조직의 의사결정구조를 좀더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하는 것, 활동가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기 단체의 사명을 새롭게 설정하는 것 등이 여러 단체에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2. 지역시민운동의 새로운 모색

    ○ 한편 지역시민운동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에 지역시민운동은 다양하게 발전해 왔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시민운동의 위기는 지역시민운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국 곳곳에서 새로운 시도와 모색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시ㆍ도(광역지방자치단체)를 활동범위로 하던 단체들이 새로운 모색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울산과 인천의 2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런 사례들을 소개하는 이유는 초심으로 돌아가 단체를 재창립하는 수준의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들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사회변화의 흐름을 읽어내려고 노력하고 그 속에서 바람직한 변화를 만들어내려는 노력들, 그리고 스스로의 활동을 반성하고 성찰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모습들이 희망을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시도들이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를 혁신하려고 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필요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사례 1 : 2007년 4월 울산의 대표적 시민단체인 울산경실련과 울산참여연대가 통합을 했습니다. 비슷비슷한 이슈들을 가지고 경쟁하지 말고, 정말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는 시민단체가 되자는 취지였습니다. 물론 나름의 역사를 가진 두 단체가 통합하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오랜 논의를 통해 통합에 합의하였고, 통합된 조직의 이름은 「사회 불평등 해소와 참여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울산시민연대(이하 울산시민연대)」로 정해졌습니다.

    울산시민연대는 그동안 울산경실련, 울산참여연대가 해 온 권력감시운동을 살려 나가면서도, 사회 불평등 심화 등의 흐름에 대처할 수 있는 현장성을 강화하고, 엘리트운동을 넘어 회원이 주체가 되는 시민운동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또한 더 이상 해결사의 역할을 자임하지 않고 지역의 문제는 지역 주민 스스로 풀어 가도록 조력하고 보조함으로써 진정한 주민자치, 풀뿌리운동을 실현해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울산시민연대 창립선언문 중에서>

     

    울산시민연대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실질적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기 위하여 사회공공성을 확대하는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그동안 진행해 온 감시비판자, 대변형 운동의 장점을 살리면서 백화점식 사업을 지양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현장성을 강화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전개할 것이다.

    또한 지역공동체 복원을 위한 풀뿌리 참여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생략)---- 엘리트운동을 넘어 회원이 주체가 되는 시민운동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파편화되어 있는 회원들의 심리를 보상하는 단체가 아니라, 내 삶과 조직의 가치가 일원화되어 함께 참여하고 함께 조직하는 단체로 거듭나고자 한다. 생활 속에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고, 사이버공간을 통하여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감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의 공간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울산시민연대는 더 이상 해결사의 역할을 자임하지 않고 지역의 문제는 지역주민 스스로 풀어나가도록 조력하고 보조함으로써 진정한 주민자치, 풀뿌리운동의 실현을 구현해 나갈 것이다



     

    <울산시민연대 조직도> 


     

    ○ 사례2 : 2007년 6월에는 인천지역의 유력한 시민단체중 하나인 「인천참여자치시민연대」가 풀뿌리주민운동을 지향하는 「인천희망21」이라는 단체와 지역주민활동가들과 함께 「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이라는 단체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 단체는 창립선언문에서 주민주도의 운동으로 시민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뜻을 밝힙니다.

     









    <마을사람들 창립선언문>

     

    2000년 이후 시민운동에 대한 위기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성장 중심주의와 보수화 경향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저하되고, ‘시민없는 시민운동’이라는 심각한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인천지역 시민운동단체들도 지역 현안과 관련된 대응을 통해 일정한 성과를 얻고 있지만, 활동 방식은 여전히 여론을 통한 문제 제기와 전문가 중심의 운동에 머물러 있다.

    중요한 것은 지역변화의 주인인 주민과 생활단위인 마을을 주체로 하기 보다는 객관화하고 대상화하는 활동방식의 문제이다. 지역사회의 발전은 주민의 참여와 소통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만들자”는 ‘과제’중심적 사고에서 “만들기 위한”이라는 ‘과정’중심적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그 속에서 주체적 역량으로서 주민을 발굴할 수 있다. 주민의 참여와 의식변화 없는 제도 개선은 일방적인 시혜에 불과하며 변화의 주인, 주민을 대상화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발굴하고 그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주민과 함께 하는 활동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 지금 소개한 울산과 인천의 사례를 보면, 근본적인 성찰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운동의 의제(과제)도 사회변화에 맞춰 새롭게 설정하고, 운동의 주체로 시민(주민)들을 세워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또한 조직, 운동의 과정이나 방식도 새롭게 혁신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역 시민운동단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대변ㆍ옹호형운동 방식을 취해 온 단체들은 주민 속에서 주민을 시민운동의 주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로 시ㆍ도 수준에서 권력감시운동을 해 온 단체들이 좀 더 작은 단위(시ㆍ군ㆍ구나 동네 단위)에서 지역 주민을 주체로 참여시키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고민의 중심이 이슈선점에서 ‘운동의 주체’와 ‘운동의 과정ㆍ방식’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지역시민운동의 의제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사회양극화, 이주노동자(여성) 증가 등에 따라 복지, 고용, 인권 등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환경, 평화운동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마을(지역)공동체를 가꾸어가려는 마을만들기도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습니다.

     

     

    3. 현재 고민해야 할 키워드

    ○ 요즘 시민운동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키워드들이 있습니다. 이 키워드들이 아마 앞으로 시민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들을 시사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 풀뿌리운동 : 행복을 위한 선택

    풀뿌리운동이란, “권력을 갖지 못한 일반 시민들이 스스로의 삶의 공간에서 자신의 삶과 삶의 공간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와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가려는 의식적인 활동”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나와 사회를 좀더 행복하게 하려는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 조직화(Organizing) : 시민운동의 ‘오래된 미래’

    시민단체를 유형화한다면, 대변ㆍ옹호활동(Advocacy)을 주로 하는 단체, 서비스전달(Service Delivery)을 주로 하는 단체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시민운동이 간과했던 측면이 바로 조직화(Organizing)입니다. 평범한 사람들, 특히 소외된 사람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목소리를 내고, 사회적ㆍ정치적 실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조직화입니다. 아래의 이야기는 미국의 어느 여성주민지도자의 경험담입니다.









    “사람들은 개미는 나무를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개미들이 조직되면 나무를 움직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스스로를 조직할 수 있고 그 힘으로 산을 움직일 수도 있다”(발레리 벨(Valerie Bell). 미국의 볼티모어 시에서 학교청소일을 하던 그녀는 1994년 BUILD라는 지역사회조직을 통해 ‘생활임금 보장 캠페인’에 참여해, 미국 최초로 볼티모어 시가 시청에 직ㆍ간접적으로 고용된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living wage)을 보장하게 하는 ‘생활임금 보장조례’를 통과시키게 했다)



     

    ○ 내생적(indigenous) 리더쉽의 개발, 활동가의 성장 : 개인의 변화가 중요하다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개인이 그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좀더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 지역사회의 대안적 비전 만들기 / 시민사회내 소통 및 네트워크의 활성화

    지역사회의 대안적 비전을 찾아야한다는 숙제를 풀기 위해서는 지역 내 다양한 풀뿌리운동 상호간, 그리고 풀뿌리운동과 여타 사회운동, 건강한 모임/조직들 간의 소통 및 네트워크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상호 이해와 토의에 기반 하여 공동의 방향을 찾아나가려는 노력일 것입니다.

     

    ○ 경쟁적 관계가 아니라 ‘소통’과 ‘협력’을 통한 협력적 관계로 : 선점형운동에서 성취형 운동으로

    시민단체들 간의 관계가 우리 사회의 경쟁지상주의를 따라가서는 안 됩니다. 단체들 간의 관계도 경쟁적 관계가 아니라 ‘소통’과 ‘협력’을 통해 서로 협력하는 관계로 되어야 합니다. 아래의 문장은 이 문제에 대해, 민주화운동, 생명운동의 지도자였던 장일순 선생의 글과 학생운동, 노동운동을 거쳐 YMCA에서 풀뿌리지역운동을 했던 황주석 선생의 글을 인용한 것입니다.

     









     - (이슈) 선점형운동은 상생에 관심이 적습니다. 선점은 경쟁을 통해 획득하는 것인데, 경쟁은 새로운 사회를 이루는 가치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사회를 준비하고 맞이해야 할 운동은 성취형 운동입니다. 성취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그냥 이뤄가는 운동입니다(황주석).

    - 운동이 누구를 지도한다든가 지도적 역할을 하겠다든가 하는 건 맞지 않죠, 나누는 게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경험의 나눔, 머릿속에 있는 걸 나눈다든가 또는 방법을 나눈다든가 힘을 좀 나누어서 하나가 되면 되지 않겠어요?(장일순)



     

    소통과 협력은 서울에 있는 전국적 단체와 지역시민단체간에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풀뿌리에서부터 시민운동의 의제가 설정되고 리더쉽도 창출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4. 제주지역 시민운동와 참여환경연대

    ○ 제주지역은 육지부와는 다른 정체성, 특성들을 많이 가진 지역입니다. 역사적인 경험도 고유하지만, 현재 제주지역의 모습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인구 55만 정도의 도ㆍ농 복합지역입니다. 산업구조도 1차산업 비중이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육지부의 비수도권 농ㆍ어촌 지역은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데, 제주는 그런 현상이 덜합니다. 제주에는 지역을 떠나지 않고 제주에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특징들은 자치를 실현하기에 좋은 조건들입니다. 특히 사람들이 지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다는 것이 자치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합니다. 하기에 따라서는 자치의 모범모델을 만들 수 있는 곳이 제주라고 생각합니다.

     

    ○ 제주지역에서는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주제와 이슈들에 대해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슈별 연대활동도 활발해 보입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역사도 오래되었고, 제주지역 시민단체들 중에 규모도 큰 단체에 속합니다. 겉에서 보면, 제주지역은 시민운동이 활발하고 시민운동이 제주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개별 단체로 보면 단체의 활동이 정체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시민사회에 있는 여러 단체들이 함께 그리고 있는 비전이 불명확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제주지역 시민운동이 심화ㆍ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모색들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지금 제주지역은 국제자유도시, 특별자치도와 관련된 변화, 세계적이고 국가적인 사회양극화의 영향, 내ㆍ외부에서 퍼져있는 개발지상주의와 경쟁지상주의 등으로 인해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그런 속에서 시민운동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민운동도 돌아보고 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 먼저 제주참여환경연대라는 단체 차원에서 보면, 단체의 기반을 튼튼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체의 역사가 오래되면 오히려 단체의 기반이 약화되는 현상이 어디에서나 나타납니다. 단체의 기반은 한편으로는 회원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단체 바깥에서 참여환경연대와 비슷한 고민/생각을 하고 있는 도민들입니다. 이 분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이 분들과 소통하는 것이 단체의 기반을 튼튼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단체의 비전과 사명을 좀더 분명히 하고 그것을 구성원들 간에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여환경연대가 지향하는 사회는 어떤 사회인지, 참여환경연대가 그리는 제주지역사회의 미래는 어떤 것인지(비전), 그리고 참여환경연대와 그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미래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 나갈 것인지(사명)를 다시 세워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도 변하고 사람들도 바뀝니다. 그래서 비전과 사명은 단체를 이어나가면서도 새롭게 하는 것이 됩니다. 이것은 몇 사람이 단번에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단체의 임원들, 회원들의 토론과 합의과정을 거쳐 지속적으로 세워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화려할 필요도 없고 소박하면 됩니다. 생각의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도 인정하면서 공동으로 합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나가면 됩니다. 물론 비전과 사명을 세우기 위해 학습도 필요하고 토론도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비전과 사명을 세워나가면서 단체의 활동과 조직도 정비하고 또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살펴 본 울산과 인천, 그 외 다른 지역들의 사례들을 참고할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제주지역에 맞게, 그리고 참여환경연대에 맞게 운동의 의제/내용을 설정하고, 참여환경연대가 하고자 하는 시민운동에 적합한 조직체계를 세워나가면 될 것입니다.









    <단체의 비전과 사명의 예 : 관악사회복지>

    ○ 비전과 사명

    우리는 ‘모든 생명은 자율적이고 평등하다.’는 신념으로

    자연과 인간이 조화로운 세상, 차별없는 세상을 꿈꾼다.

    사회적 약자의 삶의 자리에서 시작하는

    참여, 실천 그리고 우리의 연대가

    인권과 복지가 실현되는 공동체를 앞당기는 희망찬 길임을 믿는다

     

    ○ 우리의 결의

    • 우리는 늘 깨어있는 마음으로 실천한다.

    • 우리는 항상 웃는 얼굴로 함께한다.

    • 우리는 투명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된다.

    • 우리는 진실한 마음으로 이웃을 만난다.

    • 우리는 이웃과 지역에 최선을 다한다.

    • 우리는 발로 뛰며 이웃과 함께한다.

    • 우리는 언제나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선다.

    • 우리는 단체의 사명을 이해하고 전파한다.

    • 우리는 인권과 복지가 실현되는 사회를 위해 구체적으로 행동하고 참여한다.

    •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고 지지하며 함꼐 성장하는 기쁨으로 살아간다.



     

    ○ 제주지역 시민운동에서 참여환경연대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도 문제입니다. 지역사회 내에서 참여환경연대에 대한 기대도 있고, 우려도 있을 것입니다. 지역 시민사회 내의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있어서 참여환경연대는 분명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마 많은 토론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제가 자세하게 말할 처지는 못 되는 것같아서, 제가 그동안 여러 지역에서, 그러고 전국단체와 지역단체들을 연계하는 네트워크에 관여하면서 느낀 키워드만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겸손하자’, ‘성과든 뭐든 잘 나누는 것이 운동을 발전시키는 길이다’, ‘신뢰가 생명이다’, ‘길게 보고 하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안에만 매몰되지 않고, 지역사회의 미래에 대해 생각을 공유하고 공동의 비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같습니다.

     

    ○ 제주지역 시민운동에게도 앞으로의 몇 년 간은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같습니다. 제주를 둘러싼 내외부의 정치적ㆍ사회적ㆍ경제적 환경은 변하고 있고, 지역 주민들의 생각도 변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제주지역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지역사회의 공동체성을 지켜나가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ㆍ복지를 실현해 나가고, 제주가 가진 고유의 자연환경과 문화를 지켜나가는 것은 결국 시민운동의 몫이 될 것입니다.

    그 길은 어떻게 보면 단순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다양한 대안적 실험을 하면서 새로운 희망과 활력, 가능성을 만들어 나가면 될 것입니다. 비판은 비판대로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심고 싹을 틔워나가면 좀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시민운동은 희망적이고 시민운동의 미래는 낙관적일 것입니다. 그리고 시민운동을 통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