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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의 해설이 있는 오름기행 숨은물뱅듸]아껴주고 싶고, 지켜주고 싶고, 숨겨두고 싶은..

  • 6월의 해설이 있는 오름기행 숨은물뱅듸]

    아껴주고 싶고, 지켜주고 싶고, 숨겨두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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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복 7시간이나 소요되는 거리.

    다른 사람의 몫까지 고려한 간식과 도시락.

    게다가 선착순 15명 안에 들어야 간신히 갈 수 있는 불편하고도 귀한 산행...

     

    숨은물뱅듸.

     

    명상에 잠긴 듯, 깊고 고요한 호흡으로 말하더군요

    이곳에선 바라 보고, 느끼고, 숨쉬는 것만 생각하라고..

         

    숨은물뱅듸는 지난 5월21일 물영아리, 물장오리, 1100고지, 선흘동백동산 습지에 이어 제주도의 다섯 번째 람사르습지로 등록이 되었습니다. 한라산 1100고지 습지 아래 삼형제오름 부근에 있는 습지로 해발 980m에 형성된 고산습지입니다.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의 특성상 대부분의 습지는 지면 가까이 형성되지만 숨은물뱅듸는 삼형제오름, 노로오름, 살핀오름 등 5개의 작은 오름들로 둘러싸여 완만한 지형이 형성되고, 땅이 이탄층으로 이루어져 습지가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이탄층은 낙엽이 쌓이고 썪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부패와 분해가 완전히 되지 않은 식물의 유해가 진흙과 함께 퇴적한 지층으로, 이곳이 고산지대이기 때문에 온도가 낮아 낙엽이 천천히 썪고 그 위에 다시 낙엽이 쌓이면서 이탄층을 형성할 수 있었을 거라고요...

    이곳은 물이 늘 고여 있는 연못이나 저수지 보다는, 땅이 잔뜩 물기를 머금고 있어 물렁물렁하고 폭신폭신한 카펫트 같은 곳입니다. 드문드문 바위를 지지대 삼아 꽝꽝나무가 자라고 있고, 지천 가득 한라부추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외곽으로 빙 둘러서 가더라도 발에 밟히는 걸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 참 미안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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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은물뱅듸는 이름에서 드러나듯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고 지금도 안내자 없이는 찾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도 가는 동안 일행을 잃어 잠시 찾느라 헤매기도 했답니다.

    람사르 습지로 등록이 되는 일은 생태적, 지리적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일이기 때문에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로 인해 마구잡이 내방객들이 늘면서 걱정과 우려 또한 늘어나고 있습니다. 당일 날도 국립공원 통제구역을 관통하여 내려오는 여행객을 관리감독관이 타일러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숨은물뱅듸는 람사르 습지 등록에 이어 국가 습지로 등록하는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국가 습지로 등록이 되면 관리주체가 환경부가 되어 제주도와 협력하에 관리방안을 수립하게 됩니다. 무조건 감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입니다. 보고 느껴야 지키고 싶은 마음도 드는 법일 테지요. 그러나 생태 훼손은 사람의 발길에 비례하는 것이라 내방객을 적절히 조절하고 교육하면서 습지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현명한 관리방안이 수립되길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