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감시·대안·참여·연대를 지향합니다.

  • 2003년 회원정기총회 종료에 즈음한 제주참여환경연대의 기자회견문

  • '세계 물의 해'를 맞이한 제주지하수의 "위기선언"
    및 작금의 '도민통합 논의'에 대한 참여연대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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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환경연대는 지난 2월 8일 2003년도 회원정기총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이번 총회에서 참여환경연대는 올해 사업계획을 통하여 지금 제주환경이 처한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하고, '제주환경을 지키기 위한 특별사업'을 올 한 해의 가장 우선적인 주력사업으로 의결하였습니다. 특히 '세계 물의 해'를 맞은 올해, 제주의 지하수는 심각한 고갈위기에 처했다고 판단, 이의보존을 위한 운동을 시급한 과제로 결의하였습니다. 이에 따른 참여환경연대의 입장을 밝히며, 아울러 최근의 "교수 100인 선언"으로 재차 촉발된 이른바 '도민통합론'은 특히 그 주체가 제주사회의 여론 주도층이라할 지식인들에 의해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도민통합에 대한 관점이나 내용면에서는 향후 도민여론을 자칫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가지지 않을 수 없어, 이에 대한 본회의 의견 또한 밝히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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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법에 따른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안이 확정됨에 따라 제주지역의 국제자유도시 개발이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제주도는 친환경적 국제자유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국제도시 개발에 따른 제주의 현실과 미래를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전망해 볼 때,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처해 있다고 우리는 평가합니다.

    특히 제주의 생명수라 할 수 있는 지하수 함양지대인 중산간지역이 마구잡이로 개발되고 대부분 골프장으로 갈아 덮이고 있는 현실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짙게 합니다. 더욱이 올해는 '세계 물의 해'입니다. 물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아는 상식입니다. 이미 우리나라도 만성적인 물 부족국가로 지적될 정도로 물 문제의 심각성은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제주민들에게는 물 문제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해 초, 현재 제주지역의 지하수 개발이 적정개발량(168만 9천톤)의 93%를 넘어서고 있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는 제주가 매우 심각한 위기적 상황에 처해 있음을 말해 주고 있는 지표임에도, 어찌된 일인지 지방정부나 지역언론은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개발은 환경용량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절대절명의 원칙입니다. 지속가능한 개발의 필요충분조건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미 93%를 초과해서 제주의 지하수가 개발됐다는 사실은 어쩌면 더 이상의 개발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이 데이터는 현재 운영중인 9개의 골프장에 한정된 지표일 것입니다. 앞으로 공사중이거나 사업승인된 곳, 절차이행 중이거나 사업예정자로 지정된 곳을 합치면 2002년 말 현재 31개소에 달하며 면적만 하더라도 1천1백여만 평에 이르게 됩니다(이 과정에서 엄청난 생태계의 파괴 또한 쉽게 예견됩니다). 특히 골프장 1개소 당 평균 5개의 지하수공을 뚫고, 1달 평균 2만 5천톤∼3만 5천톤의 지하수를 뽑아 쓰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 20여 개나 넘게 골프장이 건설된다면 지하수 적정 사용량을 초과하는 난개발이 필연적일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제주도 지하수 개발적정량의 20%를 골프장에서만 사용하게 됨으로서 심각한 지하수 고갈 위기에 처할 것입니다(고독성 농약의 다량 사용에 따른 지하수 오염우려 또한 여전히 상존합니다). 골프장만이 아닙니다. 최근 수당목장 한라산 리조트 개발 사례에서도 드러나듯 대부분의 개별허가 방식의 개발 또한 골프장은 물론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호텔이나 콘도 등의 시설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위기는 더욱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직시하며 우리는 '제주환경의 적색경보'가 켜졌다고, 그 중에서도 "제주지하수의 적색경보가 켜졌다"고 단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를 단지 우려되는 상황이 아닌 엄중한 '실제상황'으로 받아들이며, 다음과 같이 대응해 나갈 것을 분명하게 밝힙니다. ▲골프장 개발 감시 및 조사활동, 골프장 증설 반대운동 ▲개별허가에 의한 각종 개발사업 감시활동 ▲곶자왈 등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에 대한 '내셔널트러스트운동' 등을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각계 전문가와 자원활동가와 함께 '(가칭)제주환경을 지키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지속적이고 체계적 환경보호활동을 해 나가려 합니다. 이 운동에 제주를 사랑하는 도민여러분들의 적극적 참여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지난 6일, 1백명의 도내 대학 교수님들께서 당면한 지역현안의 해결을 위해 지난해 지방선거로 심화된 도민간 갈등과 분열의 정점에 있는 우지사와 신전지사 간의 정치적·인간적 화해를 통해 도민통합에 적극 나서 줄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우리는 우선 이 선언에 참여한 교수님들의, 도민통합을 바라는 순수한 충정을 조금도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나 제주를 사랑하는 님들의 취지를 십분 이해하면서도 그 선언의 시기나 내용이 자칫 사안의 본질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판단에서 아래와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첫째는 그 시의 적절성의 문제입니다. 만일 이 선언이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표됐다면 그 순수한 취지가 참으로 빛을 발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누구나 알다시피 그 진실규명이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져 있는 상태입니다. 백보 양보하여 지방선거 시기를 놓쳤다면 법원의 1심 재판 결과가 나온 후에 했어야 옳다는 생각입니다.

    둘째는 문제해결의 방법으로 제시한 내용상의 문제입니다. '도민통합'을 바라지 않는 도민들은 없습니다. 그러나 교수님들께서 제시하는 것처럼, 당사자들이 만나 서로 악수하고 해결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우리는 보지 않습니다. 그 전에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진실 규명'입니다. 한 여성의 인권문제와 지방선거를 둘러싸고 번진 작금의 고소·고발사태의 진행과정에서 당사자들이 전면 사실부인으로 일관하고 있음을, 재판이 열릴 때마다 우리 도민들은 씁쓸하게 보고 있습니다. 도민통합을 위해서도 양자가 먼저 솔직해져야 하는데, 서로 잘못이 없다고 우기는 재판 진행과정을 보면서 많은 도민들은 이들에게 스스로 도덕회복을 촉구하고 양심의 회복을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난망한 일인지 피부로 절감하고 있습니다. 교수님들의 주장은 자칫 진실을 덮어두고 좋은 게 좋은 것이니 넘어가자는 식의 대안으로 비추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도민통합의 근원적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고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도민들은 이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권리가 있습니다.

    현재의 도민사회의 갈등은 교수님들께서 지적한 것처럼 “두 사람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근원적으로는 다른 문제에 기인한다고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조금 거칠게 표현하면, 자신들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에 대해 겸허하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는, 도덕불감증에 사로잡혀 있는 이른바 권력자들의 몰상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주 공동체사회에 갈등과 분열의 불씨를 지핀 당사자들로서 불을 지른 사람이든, 부채질 한 사람이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솔직히 고백하고, 그에 합당한 도덕적·법률적·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과 함께 도민사회에 진솔한 사과를 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라는 말입니다. 양자간의 화해는 그 다음 몫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이 수반되지 않는 화해는 갈등의 불씨만 잠복시킬 뿐입니다. 단지 "두 사람의 갈등이 도민사회의 분열에 큰 요인이 되고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도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대안이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새로운 시대,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원칙과 상식이 살아 숨쉬는 정치입니다. 도민들은 "내 탓이요!"라고 용기 있게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책임지는 지도자를 보고싶어 합니다(감귤 값이 내리 몇 년간 폭락해도 누구 하나 내 탓이라고 책임지는 이를 볼 수 없는 현실이 아닙니까). 나아가 정의가 살아 숨쉬고 상식이 회복되는 건강한 사회가 도래하기를 원합니다.

    두 사람만 화해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는, 제주사회가 이들 두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된다고 믿는 영웅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들의 영향력을 애써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습니다. 3김 정치의 몰락에서 드러나듯 권력을 가진 한두 사람의 손에 의해 정치가 좌우되고 지역사회가 휘둘리던 시기는 이제 지났습니다. 국민들이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나가는 시대입니다. 제주사회 또한 이러한 과제를 실천할 때가 됐습니다.

    끝으로, 사법당국에 기대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도민들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임을 알고 싶어합니다. 도민통합을 위해서라도, 가능한 빨리 공정하게 재판이 이루어져 그 결과를 명명백백히 밝혀 줄 것을 촉구합니다.

    새로운 시대, 원칙과 상식이 회복되는 건강한 제주사회의 도래를 기원하며....


    2003. 2. 10

    (사)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 조성윤/이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