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철 칼럼] 신공항과 공군기지 그리고 항공우주박물관
 
작년 대선 정국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제주의 신공항건설에 대해서 검토한다는 공약이 나왔다.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도 있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놓치면 안 된다. 

작년 12월, 민주통합당 김재윤의원은 국회국정감사에서 공군에서 추진중인 남부탐색구조대에 대해 질의하면서 “제주해군기지와 제주 해병부대 창설이 추진되고, 이제 공군기지까지 계획되고 있어 제주도가 완벽하게 군사기지 섬이 될 우려가 높다”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공군 측에서는 “향후 제주신공항 건설과 연계해 구체적으로 계획을 발전시킬 예정”이라고 답변하였다.

김재윤 의원의 불길한 예측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말한 “제주를 하와이처럼 만들겠다”라는 이야기가 서로 겹쳐지면서 우려는 더욱 깊어진다. 일부에서는 ‘제주가 하와이처럼 되면 좋지 않느냐’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제주와 하와이의 구체적 상황은 무척 다르다. 하와이는 여러 개의 섬으로 그 중 한 섬에 군사시설이 집중되어있고, 제주는 큰 섬이 오로지 하나다. 제주에 해군기지를 비롯해 공군기지, 해병부대가 들어선다면 제주도에는 거대한 군사벨트가 형성되면서, 군사기지의 섬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신공항건설에 대해 떠도는 이야기는 많지만, 전문가들은 제주도의 동북지역과 남서지역을 거론한다. 바람의 영향과 한라산이라는 지형적 요인, 동북지역의 동굴지역과 세계자연유산 등의 요소를 고려할 때, 제주 신공항이 들어선다면 안덕면 지역이 아니겠냐는 조심스러운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예측을 뒷받침하는 사례가 있다. 안덕면 신화역사공원부지에 항공우주박물관이 세워지고 있다. 항공우주박물관은 2008년 공군과 JDC, 제주도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공군은 639억을 투자하면서 지어지고 있다. JDC와 제주도가 공동이라고 하지만 부지를 내어주는 정도이고, 박물관 건물과 전시물은 공군에서 거의 부담하는 조건이다. 전시물들은 전투기와 훈련기, 헬기 등 항공기 50여대와 항공기 탑재장비, 방공무기, 시뮬레이터 등 대부분 공군을 홍보하는 내용들이다. 공군박물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 현재 공사중인 항공우주박물관.

앞서 신공항과 공군기지의 연관성을 이야기했고, 신공항 부지로 안덕면 지역을 이야기했는데, 우연의 일치인지를 몰라도 항공우주박물관의 입지가 화순곶자왈의 상단으로 신공항의 적지로 여겨지는 신평리와 맞닿아 있다. 공군과 MOU(양해각서)를 체결할 당시, 김경택 JDC이사장은 묘한 발언을 했다. “공공성과의 조화를 통해 누구나 가고 싶고, 또 갈 수 있는 주민친화적인 박물관으로 조성해 나가겠다” 이 말은 ‘공군을 지역주민들에게 홍보한다’는 것으로 들리기도 한다.

신공항과 공군기지를 세울 지역의 주민들에게 우선 설득할 교두보로서 항공우주박물관이 계획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런 의구심이 드는 이유는 한가지 더 있다. 경남 사천시에 사천공항이 있다. 민간인들은 거의 이용하지 않고, 대부분 공군기들이 이용하는 군사공항이다. 여기에도 항공우주박물관이 있는데, 대부분 퇴역 공군기가 주된 전시물인 공군박물관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다. 사천의 항공우주박물관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이런 성격이 더욱 두드러진다.

  
▲ 항공우주박물관 기공식에 참석한 공군관계자들. ⓒ뉴시스

이쯤에서 제주 신공항건설에 대하여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제주 신공항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하였는데, 공군이 이야기한대로 공군기지를 포함한 계획인지 명확히 밝혀야 하고, 제주도도 신공항 추진단이 있으므로, 이 문제에 대해 도민들에게 숨김없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 강정해군기지처럼 민군복합항이라는 이름을 빌려 군사기지를 들이는 것은, 군이 국민을 상대로 작전을 펼치는 것으로 밖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

  
▲ 홍영철 제주환경참여연대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항공우주박물관이라는 엄한 소재를 가지고 한바탕 소설을 쓴다고 무시해도 좋다. 정말 단순히 과대망상 소설이면 좋겠다. 하지만, 강정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공군기지는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강정해군기지가 항공모함 입항기준에 따라 만들어지고 있고, 정박한 항공모함의 전투기는 육지에 내려야 한다. 신공항의 필요성부터 시작해서 대안까지도 엄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홍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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