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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개발 20년, 그 현장에 서다] 오름왕국의 침입자, 송전탑 풍력발전기(한라일보)

  • 편리성·경제성 쫓다 소중한 경관자원
    훼손

    [제주개발 20년, 그 현장에 서다](2)오름왕국의 침입자,
    송전탑·풍력발전기




    입력날짜 : 2011. 05.11. 00:00:00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풍력발전기가 들어서기 전(사진 위)과 후(사진 아래)의 변화모습. 정석항공관
    옆 큰사슴오름에서 따라비오름 쪽을 바라본 모습이다. /사진=김홍구
    제공
    제주 중산간지역 송전탑·풍력발전기 점령
    지중화작업·해안가 설치 등 대안
    모색해야


    한라산 만인보의 첫걸음은 제주를 상징하는 자연경관인 오름왕국이었다. 오름왕국이라는 말이 가장 실감나는 동거문오름
    일대에는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다랑쉬오름, 제주오름 미학의 극치인 용눈이 오름, 아부오름, 백약이 오름, 좌보미 오름 등 한 번 찾은 사람은
    탄성과 찬미를 연발하는 오름들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이르면 제주를 오름왕국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오름왕국이 주는 한없는 감동을 즐길 수만은 없었다. 동거문오름은 오름왕국을 관통하는 송전탑과 풍력발전기를 가장 아프게 바라보아야 하는
    곳이다. 이곳을 가르는 송전탑은 1997년 성산분기 송전탑이 계획되면서 환경단체와 한국전력이 치열하게 대립하였던 곳이다. 동거문오름에 인간띠를
    엮으면서 오름왕국의 경관과 생태를 지켜내려 했지만 한전의 강행으로 송전탑이 들어섰다. 그리고 최근에는 성산읍 수산리의 풍력발전기 10기, 성산읍
    삼달리의 11기, 성산읍 난산리의 풍력발전기 5기, 표선면 가시리의 풍력발전기 13기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처음에는 해안에 풍력발전기가
    들어섰다면, 이제는 모든 중산간지역에 풍력발전기를 세울 기세로 증가하고 있다. 송전탑과 풍력발전기 이 두 거인들이 오름왕국의
    칩입자들이다.

    500여개, 총연장 365km 제주 중산간을 가르며 지나가는 송전탑이다. 제주 일주도로를 두 번 감을 정도의 송전탑은
    중산간 경관을 해치는 것 중의 하나다. 송전탑은 전기를 보내기 위해 세워진 구조물이다. 전기를 생산한 곳에서 소비되는 곳까지 잇기 위한
    수단인데, 그래서 보기 싫어도 참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한라산 만인보 기행참가자들의 모습이다. 오름왕국을 둘러싸고 있는 풍력발전기와 송전탑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상실감에 잠겨있다. /사진=강성일
    제공
    하지만 몇 가지 되집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전기를 왜 먼 곳까지 보내야 할까이다. 대부분 전력의 생산지는 인구가 밀집한 도시가 아니라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왜 그럴까? 지금까지의 전력생산시설 즉, 발전소들은 대부분 혐오시설이기 때문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은 공해문제가 있다. 그리고
    원자력발전은 핵사용으로 인한 위험성이 있다. 그래서 도시 가까이에 두지 않고 최대한 도시와 떨어진 곳에 설치한다. 그래서 송전과정에서의 손실률을
    감수하면서도 멀리 전기를 보낸다. 결국, 대부분의 전기를 사용하는 도시의 전력공급을 위해 수백km에 달하는 송전탑이 세워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경관이 훼손되고, 송전탑이 지나는 마을과 목장, 밭의 사람과 가축들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둘째, 왜
    송전탑이어야 하는가? 송전탑 아래를 자세히 보면 식물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전자파가 미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는 식물뿐 아니라, 동물과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한전에서는 송전탑이 암 발병 등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최근의 연구결과를 보면 상관관계가 점차
    밝혀지고 있다. 문제는 전력회사와 같은 대기업이 이를 감추고자 하기 때문에, 일반 연구자들이나 시민들이 밝히기는 매우 어렵다.


    번째 문제는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의 전력사용을 줄이면서 전력을 멀리 이동시키는 방법이
    아니라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최대한 사용하는 것이다. 그 예가 태양광 등 화석 연료를 대체하는 에너지원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경관
    면에서는 지중화를 이루어야 한다. 참여환경연대는 97~98년 동부지역 오름을 관통하는 송전탑을 세우려고 할 때, 이를 결사적으로 반대하였다.
    하지만, 동부지역 전력수요를 감당하려면 빨리 송전탑을 세워야 한다는 한전의 억지 주장이 관철되고 말았다. 그리고, 한전은 이후 여건이 개선되는
    대로 지중화를 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동부지역의 오름군락을 휘감는 송전탑부터 먼저 지중화를 해야 한다.

    두 번째 문제도 역시
    지중화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지중화를 했을 때,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구성되는 송전탑의 전자방사선 중 전기장 문제는 확실하게 해소된다.
    자기장의 문제는 시공방법의 문제로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지중화 비용의 문제인데, 한전이 자기 약속을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면 스스로 해결해야
    하지만 제주도정 등의 공동 분담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

    화석연료의 고갈에 대처하고 지구온난화를 막는 에너지로서 풍력의 가치는
    아주 높다. 더욱이 제주는 바람의 섬이라고 할 만큼 바람이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제주의 오름을 올라본 사람들은 '오름의
    왕국'이라고 할 수 있는 제주의 중산간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풍력발전기를 고운 눈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풍력발전기 자체가 하나의 경관자원이
    된다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풍력발전기가 없는 오름왕국을 보아온 사람들의 안타까움과 분노를 잠재울 수 없다.

    그러면 왜 이렇게
    급속하게 중산간 오름지대에 풍력발전기가 세워지고 있는 것일까? 풍력발전기가 세워지거나 세워지는 곳들의 면면을 보면 마을공동목장 등 목장지대에
    세워진다. 그 이유는 공사의 편리성과 경제성에 있다. 마을공동목장은 마을의 공동소유로 이를 매각하여 마을 개인들에게 돈이 돌아오기 때문에,
    마을주민들은 큰 반대없이 매각해버린다. 반면에 최근 김녕 인근 바다에 풍력발전기가 세워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풍력발전기를 대부분 바다에 만들고
    있다. 바다에 세울 경우, 공사비와 관리면에서 육상보다는 공사의 난이도면에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감내하면서도 육상이 아닌
    바다에 세우는 이유는 이질적 경관이 육상에 들어올 경우, 육상의 소중한 경관자원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풍력은 이후에 대체에너지로서
    제주의 소중한 자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제주의 경관자원을 망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잃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한라일보 - 천주교생명위원회-참여환경연대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