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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천안함 조사결과로도 해소되지 않는 문제점_서울 참여연대

  • 국방부가 천안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는 그동안 이번 사건이 남북관계는 물론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한중관계 등 동북아 국제관계, 나아가 유엔 등 국제사회에 미칠 중대한 파장 등을 고려하여 정부의 조사 및 결과 발표를 예의주시해 왔다. 동시에 사건초기부터 조사가 진행되기도 전에 특정 방향으로 결론을 몰아가려는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었다. 더구나 지방선거가 목전에 있는 상황에서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 반복되었던 이른바 ‘북풍’ 과 같은, 사안의 정치적 이용을 특별히 경계해 왔다.

    오늘 발표에서 국방부 민군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이 수심 6-9미터 좌현 3m 아래에서 북한측 어뢰에 의한 비접촉 근접폭발로 절단되어 침몰되었다고 결론짓고, 이를 뒷받침하고자 여러 가지 증거와 정황 논리를 제시했다. 그러나 우리는 사건 발생 이후 꾸준히 제기되어 온 어뢰 격침설에 대한 문제제기, 사안의 정치적 악용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할 때 국방부의 발표가 국민적 의혹을 전면 해소하고,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그와 같은 결론이 가져올 남북관계와 외교상의 파장을 감당할 만큼 충분한 것인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우리는 국방부의 발표시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주 초 정부는 침몰당시 떨어져 나간 디젤 기관과 가스터빈실을 인양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해주었다. 한 민간 인양업자가 원인규명에서 중요한 잔해의 발견 및 인양 사실을 국회 토론회에서 밝히기 전까지 은폐해 온 것이다. 이것이 20일 조사결과 발표를 강행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의 파장을 고려할 때 충분하고 철저한 객관적 조사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새로운 잔해의 발견 및 인양을 은폐하고,  가스터빈실 등에 대한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선거를 불과 10여일 앞둔 시점에, 이렇게까지 무리하게 조사 결과 발표를 강행한 것은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과 의혹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나아가 우리는 국방부의 발표 내용 자체도 여러 면에서 그동안 국방부가 정보통제와 잦은 발언 번복으로 증폭시켜 온 의혹과 불신을 해소하기에는 불충분하며 오히려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는 측면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의 결론을 납득하기 위해서는 우선 천안함이 어뢰에 의해 폭발된 것이 객관적 증거에 의해 의혹 없이 충분히 해명되고, 이에 기초하여 북한의 소행임을 입증할만한 직접적인 증거들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국방부 발표는 이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충분한 증거와 해명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어뢰에 의한 폭발가능성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의혹이 제기된다.


    1) 어뢰, 특히 버블제트에 의한 침몰임을 입증하려면 물기둥의 존재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군은 기존의 발표내용을 번복하였고, 번복한 내용도 설득력이 없다. 과거에는 없다고 했던 높이 100미터, 폭 2-30미터의 물기둥을 본 초병이 나타난 것이나, 천안함 견시병의 얼굴에 물방울이 튀었다는 식의 설명은 도무지 설득력이 약하다. 더욱이 이런 진술의 확보는 특별한 조사나 과학적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초기 단계에서 밝히지 않았는 지 의문이다. 오히려 생존장병들의 기자 회견시에는 물기둥을 본 장병이 없다는 점이 확인된 바 있다. 견시병이 전방을 주시했다고 한들 바로 뒤에서 일어난 높이 100미터의 물기둥을 알지 못했다는 설명을 납득하기 어렵다.

    2) 파괴정도가 근접폭발에 준하는 것임을 입증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국방부가 제시하는 파괴수준은 도리어 어뢰폭발이 아닐 가능성을 더욱 잘 보여주는 증거들이라고 주장한다. 공개된 절단면 역시 어뢰폭발에 의한 다른 선박의 사례와 달리 비교적 온전한 모양이디. 파공이나 파편의 흔적들도 어뢰공격임을 납득할 수 있을 수준으로는 발견되지 않았다.

    3) 가장 중요한 증거라 할 생존자와 사망자들의 외상정도에 대해 어뢰로 결론지을만한 증거도 해명도 없었다. 물고기 떼죽음 현상이 없는 것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참고로 사고 당시는 정조시간이었다.

    4) 천안함이 두 동강나는 장면이 찍힌 TOD 동영상이 진짜 없는 것인지 매우 의심스럽다. 군은 처음부터 TOD 동영상에 대해 거짓말을 반복하였고, 정작 중요한 침몰 장면은 없다는 군의 주장과는 달리 그 장면을 봤다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북한의 소행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증거가 여전히 취약하다.

    1) 민군합동조사단이 밝힌 바에 따르면 130톤급 연어급 잠수정이 수일간 추적되지 않아 그 잠수정의 소행으로 추정한다는 것인데 300톤급 상어급 잠수함이 20시간 남짓 잠항이 가능한 것에 비추어 연어급 잠수정은 더 짧을 것으로 예상하는 바, 이를 한미 연합전력이 수일간 추적하지 못했다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도 없다.

    2) 설사 잠수함 추적에는 실패했더라도 만약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면 소나탐지기를 통해 어뢰는 탐지하여야 했다. 십분 양보해서 천안함은 어뢰 탐지에 실패했다치더라도 당시 서해상에 있었던 다른 해군함들의 소나탐지기들조차 동시에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 역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이 사건 초기부터 침몰 원인에 대해 어떤 예단도 하지 않아 왔다. 일관된 입장은  조사결과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국제사회에서 예상되는 반론에 대해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 국방부의 발표는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으며, 발표시점 등에 있어 오히려 사안의 정치적 이용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만일 오늘 국방부의 발표가 추가적 조사와 증거 확보를 통해 사실로 확정된다면 정부는 안보 무능에 대한 혹독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서해 앞바다에서, 더구나 한미 합동 군사 훈련 중에, 각종 첨단 군사장비가 배치되어 있는 상황에서 북잠수정의 침투 및 도주를 파악하지 못했다면 정부와 군은 전면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오늘의 발표는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과 불신을 잠재우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참여연대는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가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위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추가적 조사와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또한 이미 형성된 정부 조사에 대한 상당한 국민적 불신을 고려할 때 국회의 국정조사를 통해 정부의 조사 및 발표를 검증하는 과정 역시 불가피 하다고 본다. 다시 한번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하고 충분한 객관적 조사와, 이 사건이 가져올 파장을 고려한 신중한 대처를 정부에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