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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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꾸로 가는 제주도 환경정책의 난맥상을 우려한다


  •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 식량부족, 생태계파괴 등의 환경문제가 인류의 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경문제가 경제적 문제를 뛰어넘어 생존의 문제로 이어지면서 각국에서는 이에 대응한 논의와 실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의 환경정책은 지구환경문제의 적절한 대응에는 너무나 모자라다. 오히려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의견을 내놓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사업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고, 수도권 규제완화는 물론 상수도 민영화, 영향평가업무 지자체 이양, 1회용품 및 해양투기 규제완화 등 도를 넘어선 정책을 펴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도의 환경정책은 더욱 암울하다. 개발논리에 묻힌 환경정책은 껍데기만 남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단계 제주의 환경정책은 세계자연유산 지정이라는 성과 한 편에서, 바로 그 자연유산지구인 한라산에 케이블카 설치시도를 재차 드러내고 있고, 곶자왈 신탁운동을 도가 나서서 펼치면서 한쪽에서 무분별한 곶자왈 훼손과 개발에 손놓고 있다. 제주 지하수의 공수화를 기회때 마다 얘기하면서, 물상품화를 촉진할 물산업정책을 스스로 노골화하고 있으며, 생물권보전지역에 추진되는 군기지의 건설은 국가논리와 경제논리로 방치하는 실정이다.
    우리는 이러한 제주도의 주요 환경정책에 대한 이중적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함과 아울러, 오늘 환경의 날을 기점으로 위의 문제들을 제주도의 환경보전의지를 가늠할 핵심의제로 선포하며 이의 집중감시 활동에 나서고자 한다.


     먼저, 생태계의 허파로 불리는 제주 곶자왈은 이번에 통과된 등급 재조정 결과로 개발위협에 더욱 가까이 노출되고 말았다. 곶자왈 보전을 목적으로 실시한 용역은 기존 문제가 되어 왔던 등급기준을 적용하면서 개발가능면적을 더 넓혀 놓았고, 식생이 우수한 식물군락은 물론이고 희귀식물 자생지마저 등급 재조정 결과에 누락되었다. 지하수자원 등급 조사결과의 미반영, 동물상 조사계획 삭제 등 반쪽짜리 부실용역 결과로 만들어진 곶자왈 등급 재조정안은 향후 개발사업의 가능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쓰인다는 점에서 우리의 우려는 더욱 크다.


     둘째,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논의를 종결하겠다고 도민과 약속한 김태환 도지사가 다시 재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한라산의 환경훼손과 도민사회의 소모적인 논란을 재점화하고 있는 점이다.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계획의 종결은 환경부가 자연공원 내 삭도설치 검토 및 운영지침을 통해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김태환 도지사가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여 타당성 검토과정을 거쳐 내린 판단이었다. 그럼에도 이제 와서 국립공원 정책을 흔들면서까지 이를 재차 추진하려는 것은 한라산 보전정책의 포기와 세계자연유산의 관리의 허점을 국제사회에 스스로 드러내는 우를 범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각종 천혜의 보호구역으로 둘러싸인 강정마을에 타당성 조사를 하지도 않고 제주도가 나서서 군사기지 건설을 동의하는 것은 지역의 환경보전 의무를 방기하는 처사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강정마을 해역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이면서 해양보호구역, 연산호군락 천연기념물, 도립해양공원 등으로 지정․관리되어 오고 있다. 최근에는 이 지역에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이 여러 종 발견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지역을 국가계획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절차도 없이 강행하고, 이를 방관하는 것은 도민을 위하고 환경보전을 우선하는 행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


     넷째, 제주도민의 생명수, 공공의 유산인 지하수에 대해 공수화 개념을 적용한 제주도가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물산업 육성책을 추진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지하수의 공익적 이용은 사기업의 이윤추구 논리와 비교하여 분명 달라야 한다. 지역의 환경적 특수성과 도민의 정서 및 합의, 이용과정 및 결과의 공익적 성격 등이 우선 검토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전검토를 제외한 채 수익타당성만을 보고 과도한 물산업을 추진하는 것은 공익적 이용이라고 볼 수 없으며, 이윤추구만을 위한 사적 이용과 다를 바 없다. 더욱이 물산업 효과를 과대 포장하여 여론을 호도하고, 사실상 공수화 정책을 뒷전으로 밀어버린 지하수 정책은 제주도정의 중대한 오류가 아닐 수 없다.


     이 외에도 중산간 생태계 및 지하수 보전을 무시한 골프장 총면적 제한범위의 확대, 우량농지 보전 및 난개발 방지를 고려하지 않은 농업진흥지역 전면해제 추진 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환경정책은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환경정책은 뒤로하고 선개발 정책으로 선회한 제주도정에게 ‘환경의 날’은 없다.


     이에 우리는 도민의 환경권을 침해하고, 생태계의 건강한 순환원리를 훼손하는 제주도의 정책에 강력히 경고하며, 세계자연유산을 보유한 지역으로서의 명예와 그에 상응한 책임을 갖고 환경보전을 위한 진정성 있는 정책시행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또한 위에서 열거한 지역의 주요 환경현안에 대해서 좀 더 깊은 고민과 의견을 수렴하고, 환경보전의 관점에서 접근해 가기를 요구한다. 창의적이고 질적으로 성숙된 환경보전 의지가 제주도의 행정 철학으로 거듭나기를 당부한다.



    2008년 6월 5일


    제주환경운동연합 / 제주참여환경연대 / 곶자왈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