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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제주도의 ‘혁신적 개편안’ 분석결과 발표에 따른

  • 제주도의 ‘혁신적 개편안’ 분석결과 발표에 따른
    제주참여환경연대의 입장

    공정성을 상실한 여론조사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제주도(제주발전연구원)가 자치계층구조 개편에 따른 장․단점 분석안을 내놓았다.

    아니 엄밀히 말해 제주도가 내놓은 분석안은 총체적인 자치계층구조 개편안을 분석한 것이 아니라 현행 2단계 자치계층을 1단계로 축소시킨(시․군의 자치기능을 없앤) 이른바 ‘혁신안’의 5가지 모델을 비교분석한 것에 불과하다.

    이를 ‘혁신안’이라고 부르는 게 타당한지도 문제라면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른 바 ‘점진안’이라고 표현되는, 현행 2자치계층구조의 존속을 전제로 한 행정계층구조 개편안에 대한 논의와 검토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이른바 ‘혁신안’이라는 단층제 모델이 대부분의 도내 기초자치단체장 및 기초의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풀뿌리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 있으며 현재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분권로드맵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이는 향후 계층구조 개편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를 얻는데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우리는 2년여의 자치계층개편과 관련한 논란의 근원은 당초 사실상 단층제로의 개편을 염두에 둔 제주도의 의도에 기인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의도는 단층제로의 개편을 대안으로 제시한 작년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용역결과와, 올해 논란을 빚은 특별자치도 중간보고서상의 계층구조개편 편익․비용분석 결과등 그간의 과정에 그대로 수용되었다. 이는 단층제로의 개편여부를 둘러싼 찬반여론을 도가 일방적으로 외면한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번에 도가 발전연구원에 의뢰한 분석결과가 주민투표를 위한 최종검토 과정이라는 점에서 그 동안의 논란을 정리하는 공정한 수준에서 이뤄지길 내심 기대하였다. 하지만 오늘 공개된 결과는 그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단층제를 전제로 한 이른바 ‘혁신안’에 대한 분석만 이뤄져, 여전히 공정성을 상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논란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감출 수 없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이번 분석안은 계층구조개편의 핵심이라고 할 사무배분의 문제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으로 각각의 모형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확보하기 보다는 국제자유도시 정책의 준거틀을 고스란히 적용해 이를 다분히 주관적 해석에 의해 검토하는 수준에 그쳐 그 자체로 부실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또한 이번 보고서는 제2안을 사실상의 최적 모델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행 2계층제에서 선출직 기초단체장을 임명직으로 전환시켜 권한만 제주도로 환원시키는 것에 다름아니다. 때문에 이런 결과는 민주성이라는 관점에서 자치의 수준을 퇴보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균형발전과 같은 개편취지와 사무배분의 효율성면에서도 맞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더욱 문제는, 이러한 분석안을 혁신안의 최적모형을 도출하기 위한 여론조사의 근거로서 활용되어진다는 점이다. 이는 스스로 혁신안을 전제해 놓으면서도 정작 중요한 구체적인 대안의 결정은 여론조사를 빌미로 도민들에 전가시키는 것에 다름아니다. 또한, 주민투표에 앞서 이뤄지는 여론조사는 그 자체로 여론조작의 가능성마저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문제가 심각하다.

    따라서 우리는 혁신안의 최적대안 도출을 빌미로 한 여론조사계획은, 계층구조개편과 관련한 공정한 여론구조를 왜곡시킴은 물론, 주민투표 일정을 의식한 강요된 선택 이상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즉각 철회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공정한 절차에 의한 도민 공론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본회가 판단하기에 자치계층구조 개편문제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단층제냐, 현행체제 유지 속의 개편’이냐 하는 개편의 방향에 있다. 때문에 계층구조 개편여부에 대한 도민합의 과정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도는 혁신안의 구체적 모형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개편논의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의 결정에 먼저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층제로의 개편을 전제한 여론몰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계층구조 개편과 관련한 지난 시기의 논란이 사실상 단층제를 도가 일방적으로 추진해 온데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민투표의 사안이 계층구조의 개편여부에 있기 때문에, 최종적인 혁신안의 모형결정은 추후에 보다 전문적인 영역에서 다뤄질 문제이다.

    때문에 지금은 오히려 왜곡된 구조로 이뤄진 개층구조개편 논의와 관련, 이를 공정한 수준에서 제대로 된 공론화를 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단층제 개편에 대한 논의결과와 더불어 이른바 현행 2계층제안에 대해서도 합리적 권한배분의 모형을 검토하는 과정이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그 동안의 과정에서 이른바 ‘점진안’으로 표현되는 현행체제유지안은 그 안에서도 얼마든지 민주성과 효율성을 기하는 최적대안의 도출이 가능함에도 단지 ‘현상태 유지’라는 의도적인 폄하를 당해 왔다. 따라서 단층제로의 개편에 따른 분석 보완과 더불어 2계층제의 현행체제에 대한 검토와 분석과정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나아가 주민투표는 이러한 공정한 검토과정이 선행된 이후에 검토되어야 하며, 주민투표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이를 위한 공론화 과정이 정책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즉, 단층제와 2계층제에 대한 검토결과를 공정한 수준에서 도민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이를 특별자치도 구상의 참여자치 분야에 제시된 것처럼 ‘주민투표 토의제’ 같은 제도적 수준에 준하는 절차에 의해 공론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제주의 백년대계를 결정할 계층구조개편 문제가 단지 일정에 쫓겨 진행되기 보다는 도민들이 충분한 토론과 성숙한 합의의 바탕위에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가 단층제 개편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지금이라도 공정하고 정당한 절차와 방식에 의해 나서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2004. 12. 15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고호성․이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