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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견서]가마오름 박물관 개장·진지동굴 개방 논란에 따른 시민사회단체 의견서

  • 가마오름 박물관 개장·진지동굴 개방 논란에 따른 시민사회단체 의견서

    몇 해 전부터 이어져 온 가마오름 진지동굴 개방 문제가 (주)가마오름 박물관 개장을 앞두고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주)가마오름 박물관(대표이사 이영근)은 한경면 청수리 가마오름 기슭 1만2천여평의 부지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사령부가 주둔했던 진지동굴 일부와 전시실·영상실 등 각종 부대시설을 갖춘 박물관을 오는 29일 개장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 시설을 평화의 산교육장 및 관광자원화하겠다는 사업자의 입장에 공감을 하면서도, 지금껏 논란이 되어 온 역사적 규명이나 동굴의 원형훼손, 입장객 안전 등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채 진지동굴을 개방하겠다는데 대해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주)가마오름 박물관 개장 문제가 언론에 보도된 뒤 관계당국과의 통화, 현장방문과 사업자와의 면담 등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1. 이번 사태는 근현대문화유산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운영방안의 부재에 따른 것이다.

    지난 해 4월 발표된 <제주도 근대문화유산 조사 목록화사업 학술용역 중간보고서> 에 따르면 일본군 진지동굴이나 진지가 구축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이 모두 113곳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어승생악, 가마오름, 송악산 등 10여 곳이 넘는 지역은 상징적·학술적 가치가 탁월해서 지역문화재적 가치가 인정되기 때문에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제주4·3연구소가 제주시와 북제주군지역에서 확인된 4·3유적지 401곳에 대한 효과적인 보전방안을 담은 조사보고서「제주4.·3유적Ⅰ」 역시 잃어버린 마을 6곳을 중요 유적으로 분류하면서 없어진 마을, 은신처, 학살터 등 4·3유적지에 관한 보전대책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렇듯 제주 곳곳에는 일본군 진지동굴·진지와 4·3 당시 없어진 마을, 은신처, 학살터 등 해방전후 근현대문화유산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들 근현대문화유산은 아직까지 체계적인 보호관리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반세기가 넘게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2. 자료 발굴, 훼손유적지 복원, 등록문화재 지정 등 문화유산보호관리방안을 서둘러 마련하라.

    근현대문화유산은 제주사람들의 아픈 역사를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전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이자 역사교육의 장이므로, 근현대문화유산에 대한 자료 발굴, 훼손 방지, 문화재 등록, 활용방안 등 체계적인 관리운영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제주도 당국은 이미 몇몇 진지동굴에 대해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 지정을 신청한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지금 신청 중인 진지동굴만이 아니라 보존가치가 높은 근현대문화유산을 등록문화재로 신청하고, 지정 여부를 떠나 학술가치 및 원형보존 상태가 양호한 근현대문화유산의 보호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근현대문화유산의 공공적 개념의 확산을 통해 민간의 무분별한 개발 등 문화유산의 사유화를 막아야 한다.

    3. 진지동굴 개방 불허를 공언했던 관계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라.

    제주도와 북제주군은 2002년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한 제주도의 일본군 진지동굴 조사용역 완료와 문화재청의 문화재 등록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공사를 중지토록 사업자에게 권고했으며, 현행법상 개발 제재조치는 없지만 사업자가 향후 신청할 주차장·진입도로 포장·상수도 등의 부대·편의시설 설치민원을 불허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런데 주차장, 휴게실 등 각종 부대편의시설가 설치된 박물관이 개장하게 된 것을 보면 행정당국의 정책추진의 일관성과 근대문화유산의 보호의지를 의심케 한다. 우리는 사립박물관 설립을 승인한 제주도와 부대편의시설 설치민원을 불허함으로써 진지동굴 개방을 막겠다던 북제주군에 이 문제와 관련해서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

    4. 사업자는 문화재청의 등록문화재 심사가 끝날 때까지 진지동굴의 개방을 유보하라.

    경관 감상 위주의 자연유산과 달리 역사유산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명확한 규명과 원형 유지가 선행되어야만 역사교육의 현장으로서 제몫을 다할 수 있다. 따라서 사업자는 아직까지 역사적 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다수 관광객의 입장으로 안전문제가 우려되는 진지동굴의 개방만은 문화재청의 심의가 끝날 때까지 유보해야 한다. 학술조사와 문화재 지정 여부가 자꾸 늦춰지면서 사업의 진행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사업자의 고충을 모를 바 아니나, 역사문화유산은 사유재산을 뛰어넘은 공공의 자산임을 우선 인식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제주문화포럼(원장 김연숙)
    제주4·3연구소(소장 이규배)
    제주참여환경연대(공동대표 고호성·이지훈)
    제주환경운동연합(공동의장 강영훈·김경숙·홍성직)
    제주민예총 영상위원회(위원장 김동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