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제주는 고용불안의 섬입니다. 제주의 비정규직 비율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높고, 임금 또한 전국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고용불안의 섬 제주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 나가며 제주의 생태환경의 각종 문제와 중요성을 놀이로, 해설로, 기록으로 알려 나가는 다양한 형태의 소위 ‘생태 활동가’들이 존재합니다.
명명조차 되지 않은 소위 ‘생태 활동가’들은 정부에서 요구하는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민간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들으며 실력을 키우고, 각 시민단체에서 생태 관련 자원활동을 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해 자신을 알려 나갑니다. 이러한 교육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학교나 각종 정부 산하기관, 각종 센터, 민간에서 요구하는 단기 일자리를 통해 생계를 이어 나갑니다. 이러한 생태 활동가들은 자연이 좋고, 활동이 좋아 인연을 이어가지만, 생계의 문제에 부딪히는 분들은 주업을 따로 선택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들의 해설, 보조강사, 주강사 등 단기 일자리를 통해 한 해, 한 해 불러주는 곳에서 일을 하다 보니, 쌓아온 경력이나 활동에 비하여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생태 활동가들의 경력과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고, 노동이 조금 더 안정된 제주를 만들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아름다운재단에 제안하였고, 최종 선발되어 변화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제주참여환경연대는 생태활동가 10인의 인터뷰와 100인의 설문조사를 통하여 이들이 처한 현실을 마주하고 알리며, 보고서 발간을 통하여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알려 나가고자 합니다.
* 숲해설가. 18년 경력. 프리랜서 강사 및 숲해설가 근무 경험
* 인터뷰일: 2026. 8. 10
●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오셨고 경력은 어느 정도 되셨는지요?
자원활동가로 오래 일하면서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환경단체의 자원활동이 제가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현재는 숲해설가, 유아숲지도사 자격증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데 따져보니까 한 18년 정도 됐습니다.
● 일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하게 되는지요? 계약 방식 등, 최근에 하신 일 중심으로 말씀해 주세요.
주로 입소문을 통해서 하게 되다 보니 잘하는 분은 계속 일이 있어요. 숲해설도 유아프로그램도 잘한다고 소문이 나면 연락이 옵니다. 저도 활동을 오래 하다 보니까 연초에 어린이집 원장님들한테서 요청이 많이 오는데, 그 중에서 제가 판단해서 할 수 있는 곳들과 같이 하고 있습니다.
공공 부문의 경우는 관련 회사가 산림복지진흥원에서 운영 허가를 받으면 거기에서 숲해설가들을 채용해서 들어가는 방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경우도 너무 경력이 없으면 운영자가 힘드니까 대부분 경력자들을 선호해요. 숲해설가 같은 경우 지금 제주시 내에서는 두 곳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데 경력이 없으면 놀이 프로그램 자체가 진행이 안 되니까 경력자들을 채용하고 싶어 하고, 그렇게 알음알음 연락이 와서 하게 되죠..
● 계약 기간을 정해서 활동할 때는 어떤 방식으로 하셨나요?
예전에 숲해설가로 3년 근무했는데 10달 하고 쉬었다가 재계약하는 방식으로 했어요. 숲해설 같은 경우 (지방)정부 기관에서 민간위탁 공고를 내면 사업체에서 해설가를 모집해서 지원하고 선정되는 방식인데요. 대부분 2년이나 3년 계약을 통째로 하고, 해설가는 그 업체가 계약한 대로 근무를 하는 거예요.
● 근데 업체에서는 왜 10개월만 계약을 하는 거예요?
그 부분은 잘 모르지만 비용이 그렇게 책정이 되고 거기에 맞춰서 하는 것 같아요.
● 그 기간에는 업체 자체가 그 사업을 안 하는 거네요?
업체들 중에서도 외주 사업을 따오거나 산림청에서 발주하는 프로그램을 가져와서 운영하는 경우도 있는데, 안정적인 건 아니니까요.
● 제주도에는 그런 업체들이 많이 있나요? 업체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어떤 자격이 필요한가요?
꽤 많아요. 일단 산림복지진흥원에서 그 자격 기준을 주는데, 운영이 쉽지는 않죠. 안정적이지 않으니까 선생님들이 해보다 나가버리기도 하고, 특히 젊은 선생님들은 소득이 안 되니까요.
● 그렇다면 활동에 대해서 계약서는 쓰는지, 그리고 만약 3년 동안 계속 근무하면 임금이 좀 오른다거나 하는 부분은 있는지요?
계약서를 쓰기도 하는데 그냥 묵시적으로 하는 분도 계시고요. 급여는 시급으로 동일합니다.
● 10개월 동안 근무일은 어떻게 되나요?
주 5일제입니다. 숲해설의 경우 주말 포함해서 보통 해설가들끼리 의논해서 쉬는 날을 정하고요. 유아숲지도사는 경우에 따라서 주말을 아예 쉬기도 해요. 4대 보험은 적용됩니다.
● 생태활동가로 활동하면서 존중받지 못한다거나 불편 부당하다고 느낀 점이 있을까요? 또는 개선했으면 좋겠다든지 하는 점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일단은 존중받지 못해요. 관에 소속이 된 경우는 가끔은 되게 불편하고 부당하다고 많이 느낍니다. 단적으로 제주에서 숲해설가를 운영하는 곳의 경우, 일이 같은데도 불구하고 시급이 다르다는 것, 이런 점들은 하나의 통일된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덜 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살짝 아쉽거든요, 누구나. 민관이 같이 협력해서 통일시키고 존중받는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관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 혹시 생태활동가와 관련된 일이 아닌 다른 일을 지시한다거나 하는 사례가 있을까요?
예를 들면 숲해설가가 들어갈 수 있는 사무실이 정해진 데가 거의 없고 어느 사무실 귀퉁이에 책상 놓고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그 건물의 관리를 책임지게 한다든지 문을 열고 닫게 한다든지 그런 일이 있죠. 청소는 담당자가 있긴 하지만 쓰레기도 주워야 되고 거기서 이상 행동 하시는 분들도 제재해야 하고요. 정해진 공간을 주기보다는 그냥 남는 공간에서 이 일도 하면서 이 일도 하라, 이렇게 되다 보니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다 그런 건 아니고요.
● 본인이 하시는 일이 자원봉사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노동이라고 생각하는지요?
마음먹기 달린 것 같은데요. 환경단체의 자원활동은 진짜 자원활동가로서의 봉사라고 생각하고 참 재미있습니다. 하고 나면 자긍심도 생기고요. 반면에 돈을 받고 하는 일이다, 돈을 벌어야만 한다고 마음먹으면 노동이라고 생각하죠. 노동일 수밖에 없는 게,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고 누군가의 명령을 받아서 그걸 수행하고 있으니까요. 근데 그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는 못한다고 생각해요.
● 그렇다면 이런 생태활동이 노동으로서 인정받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는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아니면 자원봉사라는 개념으로 가는 게 좋을지, 또는 어떤 제3의 길이 있을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려운 문제인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내가 이 그룹에서 자원활동가로 활동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돈을 내면서 활동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노동이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통일된 게 하나도 없고 관리자도 제각각이고 지시하는 것도 제각각이고, 이런 것은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 그룹을 관리하는 뭔가, 법령 같은 게 만들어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많이 찾아보진 못했지만, 그에 대한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그렇다고 제3의 단체를 또 만들어서 관리하는 방식보다는 지금 있는 곳에서 그 분야를 잘 아시는 분들이 나서서 법령이나 시행령이라도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노동으로 인정받고 그것을 보장받을 수 있게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시네요.
● 다음으로는 노동의 가치와 경력 인정과 관련된 질문입니다. 본인이 강사나 해설 등 생태활동가로 활동을 할 때 지금껏 쌓아온 경력에 맞는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는지요.
일부는 그렇고 일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공공기관에서는 그게 안 되지만, 예를 들어 어린이집 같은 경우는 제가 경력도 있고 저한테 일을 주시는 분들이 인정할 때는 제가 얼마만큼의 페이를 요구를 하기도 합니다. 거기에 합당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일을 주실 거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발을 빼겠죠. 그래서 지금은 반반인 것 같습니다.
● 이 부분은 활동하는 장소마다 좀 다를 텐데 각각 말씀해 주세요. 전문가로 존중을 받는다고 느껴지는지, 특히 전문가로 존중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해설을 할 때 앞에 있는 대상에게서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일단 관에서는 전문가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냥 거기에 숲해설가를 근무하게 하라고 해야 되니까 채용하는 거지 그렇게 존중하거나 그 일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주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 그렇다면 현장에서 그동안 쌓아온 실무 경력이 관급 자격이나 형식적 경력보다 낮게 평가받는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이 가장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지 말씀해 주세요.
관급 기관에서는 경력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으니까 낮게 평가받는다고 생각해요. 이력서 내는 것조차도 경력을 인정하거나 하는 게 아니라 형식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게 불합리한 건 맞아요.
● 경력 관리가 지금은 안 된다고 하셨는데 만약 경력 관리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가끔 경력 증명서를 가져오라는 데가 있어서 떼어 보면 기관마다 형식도 다 다르더라고요. 어떤 기관은 시간으로, 어떤 기관은 내가 들어갔던 날짜로 계산해서 그 기간을 통째로 잡아서 주고요.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통일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시간으로 하는 편이 더 신뢰가 가겠지만 받아보는 입장에서는 내가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게 확실한지 의심을 갖게 되는 측면도 있어서, 이게 경력 관리가 제대로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경력을 요구하는 입장에서도 이런 활동이 주 5일 근무나 이런 형태가 아니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서 고민이 있겠네요.
● 이렇게 여러 가지 좀 부당한 점도 있고 어려운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동을 계속하게 되는 원동력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일단은 스스로의 만족이죠. 경제적인 부분은 절대 아닌 것 같고요. 내가 노력을 많이 했고 활동을 하고 나면 대상의 얼굴이 좋았고 즐거워했다, 이런 반응에서 만족을 느껴요. 대부분 활동을 마치고 설문지를 받는데요, 특히 주관식 란에 디테일하게 써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표현을 잘해 주실 때 만족스럽습니다.
● 이제 앞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도내 활동가들의 운영 시스템 중에 개선되어야 할 최우선 과제 한 가지만 밀씀해주신다면요?
저는 교육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숲해설가, 유아숲지도사, 자연환경해설사, 기후환경교육사 등 양성교육이 많은데, 적정 수준의 인원이 안 되면 교육이 안 열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 번 교육을 하면 30~40명씩 배출이 돼요. 근데 가령 제주도에서 기관 숲해설가의 경우 채용 인원은 5명 안팎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적정하게 갈 데가 있는 만큼 인원 조절을 했으면 좋겠어요.
● 근데 교육을 제한하면 이걸 하려는 사람들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그런 문제도 생길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게 기득권이 될 수도 있는데, 솔직히 나온 분들이 갈 데가 없거든요. 아니면 각개전투로, 개인 SNS로 프로그램 홍보하고 받아서 하는 경우도 있는데 쉽지 않죠.
● 그렇다면 제도적으로 어떤 부분이 바뀌면 좀 더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까요?
일단은 숲해설가나 유아숲지도사 같은 분들을 1년 내내 근무하게 할 수 있는 기관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노동의 가치를 얻을 수 있으려면 연속적이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제일 문제여서 좀 더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고 가치에 알맞은 보상이 지불되어야 할 것 같아요..
● 새로운 사람이 유입되고 다양해지기 위해서 정년에 대한 규정도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반적인 기준보다는 높아야 되겠죠. 70에서 75세 정도? 많은 분들이 자원봉사 개념으로 시작하다보니 퇴직자 분들 비율이 높거든요. 논의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측면도 있고요.
● 활동하는 분들의 연령대는 대략 어느 정도인가요? 젊은 분들이 유입되기도 하는지요?
대부분 50~60대고,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일하기는 힘들어요. 일단 급여가 일급 대개 최저임금이어서 젊은 사람들이 먹고살기는 턱없이 부족하죠. 나이 든 사람들의 경우는 용돈 정도로 생각하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요. 젊은 사람들은 기관에서 붙박이로 근무를 하더라도 쉬는 날은 밖에 나가서 또 다른 걸 하든가 저녁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가든가 그래야 되는 상황들이 생겨요.
● 그럼 하다가 도중에 포기하시는 경우도 본 적이 있으세요?
네, 다른 분야로 전향하시는 분도 봤고요. 적성에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일단은 페이가 너무 적으니까요. 그래서 결국 나이 든 사람밖에 안 남는 거지, 나이 든 사람이 위를 막고 있다는 건 좀 안 맞는 것 같아요. 젊은 분인데 진짜 잘하는 경우도 있기는 해요. 근데 전문적인 분야다 보니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저녁에 다른 데서 아르바이트하고 이러다 보면 기본적으로 시간이 부족하잖아요.
● 혹시 이런 활동 경력을 제3의 기관 같은 곳에서 관리해서 증명을 발급하고 페이 책정 기준으로 삼는다거나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그렇게 된다면 좋죠. 근데 처음에는 최저시급을 준다고 하면 입문이 어려울 수 있겠네요. 지금부터 기록한다고 해도 그동안 활동해 온 분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논의가 많이 필요하겠죠.
● 마지막으로 후배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열심히 공부해서 경험을 계속 쌓으면 자긍심도 가질 수 있고 굉장히 마음이 뿌듯해지는 그런 일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일단은 열심히 해서 도전해 보고 오래 하다 보면 끝에 길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