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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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갤럽의 도민여론조사 시안 발표에 즈음한 도민연대의 긴급성명

  • 제주도 당국은 지난 3일 『한국갤럽』에서 검토 작성한 「도민여론조사 시안」을 공개하고, 이번 주까지 제 단체의 의견을 수렴한 후 다음 주 중에 설문항목을 확정,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론조사를 강행하기로 한 제주도의 방침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알다시피 그간 우리는 "이미 물 건너간 일인데, 그만 기대를 접어라"는 주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우근민 도정의 상식적이고도 합리적인 해결능력에 일말의 기대를 걸어왔다. 바로 하루 전날인 지난 2일 발표한 '신년성명'을 통해서까지 말이다.

    우리가 이렇게 우직하게 도당국에 여론조사 철회를 지속적으로 호소해 온 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케이블카 설치가 도지사 권한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결정사항이라는 점에서 도민여론 조사는 아무런 실효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도민의 혈세만 낭비하는 계획이라는 점이다. 둘째는, 21세기의 서막을 알리는 새로운 해를 맞아,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 때문에 도민사회가 분열되는 것을 막고, 이제는 제주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도민의 통합된 힘이 하나로 모아져야 한다는 상황인식과 애향심, 나아가 우도정을 위한 사심없는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들의 충정은 결국 무시됐다. 어제의 여론조사 시안의 발표와 여론조사 일정의 공고는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

    이에 우리는 더 이상의 기대를 접고, 우근민 도정을 "도민분열 조장하는 반도민적 도정"으로 규정한다.

    또한 이미 예고한 것처럼, 감사청구, 전도적인 반대홍보 운동, 전국적 연대투쟁 등 반대운동의 수위를 높이는 투쟁에 실제로 돌입할 것을 밝히는 바이다.

    더불어 <첨부자료 : 도민여론조사 시안 분석>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대한민국의 최대 여론조사 기관임을 자랑하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시안조차 케이블카 타당성 용역과 마찬가지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케이블카 설치를 합리화시키기 위한 유도성 질문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주 시행될 여론조사는 아무런 참조할 만 한 가치도 없는 의도적 여론조사로 규정하며, '주문형 여론조사'를 실시하려는 한국갤럽에 엄중 경고한다.

    우리는 다시 한번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음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며, 이미 밝힌 것처럼 이후 초래될 모든 책임은 제주도 당국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2001. 1. 4

    한라산케이블카 반대 제주도민연대
    (상임대표 : 안흥찬, 광 조, 조성윤)


    <참가단체>

    대한산악연맹제주도연맹·민족예술인총연합제주도지회·서귀포문화사업회·오름오름
    예래환경연구회·자연보전협회제주도지부·전국교직원노동조합제주도지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제주지역본부·재경제주사회문제협의회·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제주문화포럼오름기행팀·제주4·3연구소
    제주생태사진연구회·제주여민회·제주자생식물동호회·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환경연구센터·제주환경운동연합·제주흥사단
    참여자치와환경보전을위한제주범도민회·한라산지킴이
    한라산케이블카반대범불교대책위

    <총22개 단체, 가나다 순>
    연락처: 한라산케이블카반대제주도민연대 사무국 (제주범도민회 064-753-0844)









    <첨부자료 : 『한국갤럽의 도민여론조사 시안』 분석>



    한국갤럽은 어제 도민여론조사 시안을 발표하면서 "객관적이고 정확한 설문지 작성이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하면서, "조금이라도 유도성있는 질문을 피하기 위해 부연설명은 생략하였고, 몇몇 질문에 대해서는 개방형 질문으로 작성하였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전문가에게 의뢰해' 검토해 본 바에 따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객관성을 가장한 채 케이블카 설치 찬성을 유도하기 위한 질문으로 채워져 있을 뿐이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시안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 먼저 설문 문항의 설정 및 배열이 제주도 당국의 의도에 맞게 짜여졌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에서 제시한 이번 설문 문항의 전체 구조는 전반부(1번∼5번 문항)에서 한라산 훼손이 심각성을 교묘하게 기정사실화하고, 중반부(6번∼8번 문항)에서 이에 대한 방지책으로 고려된 것이 케이블카임을 은근히 제시하고, 후반부(9번∼10번 문항)에 와서는 덤으로 케이블카가 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시나리오를 바탕에 깔고 있다고 보여진다. 다시 말해 전반부의 질문과 후반부의 질문은 문항 하나 하나에도 문제가 있지만 전체 구조로 볼 때 케이블카 설치 찬성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항이라는 의혹이 짙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반부와 후반부의 문항은 삭제되어야 한다.

    ■ 이 외에도 전문가가 지적하는 질문지 시안이 갖고 있는 총론적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유도성 질문이 전반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문1), 문3), 문4), 문6), 문9), 문10)은 한국갤럽에서 어떻게 질문지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질문하느냐에 따라서 응답자의 태도가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형태의 질문으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심각하게 훼손된', '일부에서는' 등 유도성 질문 또한 많다.
    2) 케이블카 용역 결과를 제대로 모르는 대중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면서도, 대부분의 항목에 대한 답변 문항이 극단적인 찬반을 묻는 항목으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잘모르겠다'는 항목이 대부분의 문항에 추가되어야 한다.
    3) 개방형질문이 많아 통계처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문2), 문5)의 경우 응답자마다 다른 의견이 나왔을 때 통계처리가 곤란하다.
    4) 문제의 연결성이 없다. 예를 들어 문7)의 경우에는 찬성과 반대만 표시되어 그 이유가 빠져있음으로 찬성과 반대하는 이유를 첨가하여 응답자의 의견을 정확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5) 애매모호한 질문이 대부분이며, 개념정의가 정확히 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문4)의 경우 '전면통제'란 무엇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빠져있다.
    6)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한라산케이블카를 설치함으로 인하여 한라산이 보호된다는 전제조건하에서 질문지가 구성되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 다음은 구체적으로 각 문항별 문제점을 지적하려 한다.
    1) 1번 문항인 경우 '한라산 훼손상태가 어떠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어야 할 것을 '한라산 훼손이 얼마나 심각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표현부터 앞에 내세우면서 훼손의 심각성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2) 3번과 4번 문항에서도 '심각하게 훼손된'이라는 표현을 집어넣음으로써 역시 훼손의 심각성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케이블카를 설치해야한다는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
    3) 특히 4번과 5번 문항인 경우 '한라산 전면 통제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몰아가 응답자를 은근히 협박하여 케이블카 설치의 정당성을 유도해내는 문항이라고 보여진다.
    4) 6번 문항인 경우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 '찬성하십니까?'라는 문장이 앞에 나오고 이어서 줄을 바꾸어 '혹은 반대하십니까'라는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전화 질문자가 질문하면서 필요에 따라 강조점을 둘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을 객관적인 질문으로 만들려면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찬성과 반대에 따라 다음 항목에서 각각 그 이유를 물어야 한다.
    5) 후반부(9번∼10번 문항)는 여론조사의 근본 목적인 케이블카의 환경 친화성을 묻는 것과 거리가 먼 것으로 삭제되어야 한다. 만약 이와 같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묻고자 한다면 케이블카의 수익성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료가 제시된 후라야 제대로 된 여론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6) 또한 후반부 문항은 문항 설정의 의도부터 편향된 것이라 삭제되어야 하지만 문항 자체도 역시 전화 질문자의 질문기법에 따라 왜곡되기 쉽게 만들어져 있다. 9번 문항은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니면 도움이 안될 것인가?'라고 물었는데 이 역시 전화 질문자가 필요에 따라 강조점을 둘 수 있는 구성이다. 이것은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어야 한다. 10번 문항도 9번과 마찬가지로 '이익이 날 것으로 보십니까? 손해가 날 것으로 보십니까?' 대신에 '사업적 측면에서 어떠하리라 생각하십니까?'로 고쳐져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부분이 구체적인 정보를 알아야 답변할 수 있는 사항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답변 항목 중 '잘 모르겠다'는 항목이 주어져야 한다.

    ■ 이 외에도 전문가가 지적하는 통계기법상 문제점으로
    1) 표본을 3,000명으로 하는 이유가 정확하지 않다는 점,
    2) 전화번호부책 만을 보고 무작위 추출하기 때문에 전화번호부가 등재되지 않은, 특히 20대 혹은 부인(비가장) 등에 대한 여론 청취방법이 없다.
    3) 응답자의 성비, 교육정도 등 인구속성적 기본자료에 대한 조화시킬 방법이 없으며,
    4) 남제주군, 북제주군의 경우 인구 비율상 노령화층이 많은데 이에 대한 의견청취방법이 없고,
    5) 한국갤럽이 객관성을 가지고 질문을 하지만 유도성 질문화가 되었을 경우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6) 마지막으로 코딩, 그리고 통계처리하는데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진정한 여론조사가 되기 위해서는 질문지상의 문제점과 통계기법상의 문제점이 완벽하게 보완된 상태에서 실시되어야 만이 진정한 여론조사의 의미가 있다.

    ■ 결론적으로 말해 이번 한국갤럽에서 제시한 설문은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도 당국의 의도를 교묘하게 숨긴 채 객관성을 가장한 문항들로 구성된 것이라 우리는 평가한다. 이처럼 설문 문항이 이미 객관성을 상실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한국갤럽에서 밝힌 "객관적이고 정확한 설문지 작성"은 물론 "조금이라도 유도성있는 질문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며, 이번 여론조사 역시 국토연구원이 도당국의 주문대로 작성한 짜맞추기식 케이블카 타당성 조사용역처럼, 그 결과가 뻔한 '주문형 여론조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리는 규정하는 것이다. 즉 여론조사의 결과를 전혀 신뢰할 수 없다는 말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