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수술을 마친 용눈이오름, 회복되도록 휴식을 주어야겠죠?
지난달 복구공사를 막 시작한 용눈이오름을 접했던 그 날이 생각납니다. 식생이 자라는 곳까지 복구마대가 들어찬, 그래서 마치 복구마대가 용눈이오름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은 그 날.
우리 단체에서는 지난달 모니터링 직후 무차별적으로 깔린 복구마대의 실효성에 대해서 지적한 바 있습니다. 복구마대는 깔린 직후부터 그대로 보존되어 그 안에서 식생이 자라 주변 오름의 환경을 완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복구마대 설치 후엔 그 어떤 인위적인 발걸음도 허용하면 안 됩니다. 결국 복구마대를 설치한다는 것은 오름을 복구하겠다는 의지니까요.
종종 오름 모니터링에선 구두를 신고 탐방하는 사람들을 발견하곤 합니다. 이번 모니터링에서도 구두 신은 사람을 목격했죠. 그 구두로 복구마대를 밟고 다니는 모습을 보곤 경악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그 구두에 찍히고 찢어지고 그래서 이미 복구마대의 기능을 상실한, 존재 이유를 잃어버린 복구마대.. 그런데요. ‘복구마대는 식생이 자라나는 곳이니까 밟으면 안 되는구나.’… 이걸 어느 관광객이, 어느 도민이 알까요? 제대로 된 안내 하나 없이 복구마대만 늘어놓은 행태라니요.
안내의 부실은 평범한 사람을 무지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복구마대 문제뿐만 아니라 분화구 내 출입도 문제였는데요. 능선이 여러 갈래로 아름다운 용눈이오름의 분화구는 참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그곳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요.
분화구 내에 출입금지를 알리는 팻말이 바람에 의해 쓰러진 후, 다시 세워지지 않아서 탐방객들이 사진을 찍으며 분화구 내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모르고 들어간 탐방객은 죄책감을 느끼고, 오름은 오름대로 훼손되고 안타깝습니다.
용눈이오름 탐방로가 복구가 되었다고 하지만, 막 수술을 끝낸 환자라고 해야 할 듯합니다. 장기적으로 훼손 지역이 회복되도록 휴식을 주는 휴식년 오름으로 지정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