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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라산 국립공원계획 변경(안)관련 공개질의

  • 한라산국립공원계획 변경(안) 의견 수렴과 관련한 우리의 입장
    -공원계획 변경안에 은폐되어 있던 '삭도시설 계획'과 관련한 사안의 전말 -

    어제(8월 8일) 본회는 제주시로부터, 환경부에서 자연공원법에 의거 추진 중인『한라산 국립공원계획 변경(안)』에 대한 의견제출 요청 공문을 받았습니다. 당장 오늘까지(8월 9일) 의견제출 기한이 잡혀 있어 본 계획(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어렵다는 문제제기를 하려다가, 본 변경계획안의 기본적인 취지가 국립공원 면적을 확대·보호하는데 있다고 보아 본 안에 대한 전폭적 지지의 뜻을 표명하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이라더니, 계획안의 뒷부분에 '한라산 삭도(케이블카)시설 계획'이 슬그머니 들어있어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이 삭도 구간은 '어리목'에서 '족은두레왓' 정상까지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아마도 지난 97년 『한라산 정상보호계획』 용역의 내용을 반영한 것이라 보여지는 바, 당시 용역책임자의 고백을 통해 "케이블카가 환경보호를 위한 시설이 아니"라고 판명된 사실임을 알고나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다시피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계획과 관련된 논란은 10여 년이 넘게 진행되어 왔고, 최근 들어서도 제주지역의 핫 이슈가 될 정도로 찬반의견이 팽팽한 사안입니다. 본회를 비롯한 제주지역 환경단체와 한라산을 사랑하는 많은 등반객들은 '민족의 영산' 한라산에 쇠말뚝을 박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결코 케이블카가 한라산 보호를 위한 시설이 아니라 가설과정에서의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오히려 행락객의 집중이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다른 등산로의 훼손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도 당국은 한라산 보호라는 명분을 들이대며(물론 그 이면에는 관광수입 확대라는 경제논리가 감추어져 있다고 저희는 믿고 있습니다), 케이블카 설치를 강행하려 하고 있고, 그 설치를 합리화하기 위해 현재 객관성에 의심스러운 용역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환경부의 삭도설치 계획안은 우리의 우려를 증폭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오히려 자치단체에서 삭도시설을 하겠다고 요청하더라도 국립공원의 보호를 위해 단호히 반려시켜야 할 환경부가, 오히려 케이블카 시설계획을 구상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어제 오후 5시경 환경부의 담당 공무원과 1차 통화한 내용에 따르면, 이 변경용역을 담당한 곳은 「한국기술개발」이라는 엔지니어링 회사로, 이 용역결과를 그대로 수용한 것일 뿐 확정된 것은 아니며 도민의견을 수렴하여 결정할 일이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아무리 용역결과가 그렇다 하더라도 과업 발주자의 의견과 다를 때는 삭제할 수 있지 않느냐며, 이를 그대로 수용한 것은 환경부조차도 케이블카 설치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냐"며 항의함과 동시에 환경부의 정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1시간 후(6시경)의 2차 통화를 통해 변경계획안에 대한 의견수렴 공문을 제주도에 시행한 날짜를 문의한 결과, 이미 7월 6일 회의를 통해 시달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제주도는 이 지침에 대해 한달 동안이나 감추고 있다가 이제야 공개했다는 말이 됩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 통화를 통해 담당 공무원은, "용역 결과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환경부 차원에서 삭도관련 계획을 금일 오전(?) 삭제시키고 도에 통보했다"고 말을 바꾸었으며, 통화가 끝난 조금 후에는 제주도청의 담당 공무원이 "환경부가 이와 관련한 사항을 결재를 받아 팩스로 보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알려 준 것입니다. 1시간만에 바뀐 계획안! 상당한 순발력입니다.

    의견수렴 마감 기한은 오늘인데 의견수렴의 기초가 되는 변경안이 어제 바뀐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일이려니와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직무유기에 다름 아닙니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한바탕 해프닝에 불과한 사건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문제제기와 함께 투명한 답변을 환경부와 제주도 당국에 요구하는 바입니다.

    ● 환경부에 대하여 : 담당공무원과의 통화를 통해 그간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지만, 국립공원계획 변경안을 사전 충분한 검토도 없이 작성하여 시행했다는 것은 결코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단순한 실수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환경부조차도 케이블카 시설을 고려하고 있음을 드러내 주는 증거인지 명백히 밝혀 주기 바랍니다. 또한 차제에 케이블카 시설에 대한 환경부의 공식적 입장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 제주도당국에 대하여 : 이미 이 변경계획안과 관련 7월초에 환경부로부터 공문을 시달받았음에도 한달이 지난 지금, 또한 시간이 촉박한 의견수렴 기간(하루?)을 설정하여 이제서야 제주시로 공문을 내려보낸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일부러 감추려 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명백히 밝히는 것이 의혹을 푸는 최선의 방법일 겁니다.

    2000년 8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