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민협은 지난 3월 20일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안)과 관련한 의견'을 행자부에 제출한 바 있다. 또한 도내외 4·3관련단체들 또한 비슷한 논지의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핵심논지는 진상규명을 위한 위원회나 기획단에 참여하는 공무원 수를 줄이고, 그간 진상규명을 위해 앞장서온 관련단체 인사나 전문가들이 주도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확인된 행정자치부의 의결안에 따르면, 이러한 도민적 기대를 저버리고 오히려 공무원 수를 확대하는 등 4·3입법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도민적 기대에 반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우리는 당초의 시행령안에도 없던 군사전문가가 포함돼 있음을 주목하며, 이는 4·3진상을 은폐하려는 국방부의 불순한 의도가 개입되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바,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아래와 같이 입장을 밝힌다.
▶ 행자부의 의결안에 따르면 "시행령안 입법예고 결과, 특기사항이 없다"고 보고하고 있는 바, 이는 입법취지에 따른 시행령안의 개정을 바라는 관련단체의 의견을 애써 무시하려는 관계당국의 의도가 엿보인다. 관계당국은 이러한 잘못된 보고서를 작성한 책임자를 문책하고, 시행령안 제정에 따른 관련의견 수렴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 재차 강조하거니와 '위원회'와 '기획단' 구성에 있어 진상조사와 상관없는 부서의 공무원 - 국무조정실(장), 법제처(장), 군사전문가 등은 제외시키고, 객관적 진상규명 활동에 적합한 관련단체의 인사나 학자로 더욱 충원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특히 4·3진상을 왜곡할 우려가 있는 국방부장관 및 관련 국장은 반드시 제외돼야 함을 주장한다.
▶ 또한 위원회의 위원장이 국무총리로 당연직으로 지명돼 있는 만큼, 진상조사기획단의 단장 만큼은 반드시 '위원회의 위촉직위원 중에서 임명'하도록 해야하며, 실질적 진상조사 작업을 수행할 민간 전문위원의 수도 늘려줄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 우리는 시행령안이 이렇게 개악되도록 방치한 제주도당국에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으며, 이번 총선에 입후보한 후보자들에게도 어느 사안에 앞서 본 문제의 해결을 위해 앞장서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재차 밝히는 바 이상의 내용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염원하는 1백만 내외도민들의 한결같은 요구이며, 만일 이러한 최소한의 요구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을시 우리는 제주도민과 함께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2000. 4. 6
제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 : 임문철/김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