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감시·대안·참여·연대를 지향합니다.

  • [평화기행(5)] 생태의 장으로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다

  • 73년에 완공되었지만 아직도 든든한, 남해시민들의 통로가 되어주는 빨간 남해대교가 보이자 ‘아~이제 드디어 남해구나!’하는 생각을 하였다. 날이 흐려서 다리를 지날 때 풍경이 보이지 않아서 안타까웠지만 내 마음속에는 끝없이 푸른 바다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절경이 보이는듯했다.




















       
     
    ▲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섬
     


















       
     
    ▲ 남해대교로 입성
     

    남해는 무척이나 붐비었다. 작은 섬마을을 생각했던 것이 큰 오산이었고, 또 장마철이라 여름을 만끽하러온 관광객이 없을 것이라는 계산 탓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북적대는 읍내와는 달리 우리가 이틀 묵을 갯벌생태학교는 충분히 아름답고 조용한, 말 그대로 ‘작은 섬마을 시골학교’의 전형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 언제나 붙어 다니는 거위 두 마리
     


















       
     
    ▲ 도도하지만 속정이 깊다는 흑염소
     

    학교 운동장에 들어서자 우리를 맨 처음 반겨주었던 것은 두 마리의 사이좋은 거위와 까만 흑염소 세 마리였다. 그들은 한가롭게 풀을 뜯어먹고 운동장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우리가 온 소리가 시끄러웠던지 그들을 보고 신기하고 즐거워하는 우리를 외면하고 멀리 도망가기에만 바빴다. 오래되었지만 곳곳에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이 조그마한 학교에서의 이틀이 아주 편안하고 즐거울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 갯벌생태학교
     

    우리는 박언주 교장 선생님과 김송섭 선생님을 만나 뵙고 배정받은 방으로 짐을 옮겼다. 그리고는 짐정리와 피곤함도 잊은 채 학교 곳곳을 구경하였다. 맨 처음 간곳은 식당. 먹을거리를 옮겨 놓으려 간곳이지만 꽤 넓은 식당과 거뜬히 100인분의 식사를 준비 할 수 있는 조리 기구를 보며 이 학교가 그저 작은 학교만은 아니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처음에는 어느 초등학교의 분교 정도로 생각했지만 후에 알게 된 사실은 이곳은 ‘진목초등학교’로 이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이 학교 출신이지만 급격하게 줄어든 학생 수 때문에 폐교하게 되었다고 한다). 열심히 페달을 밟아야 소리가나는 풍금이나 하얀 분필로 칠판에 ‘누구누구 바보, 누구누구 천재’라며 낙서를 하던 일, 우당탕탕 복도를 뛰어 선생님께 호되게 야단을 맞았던 일, 유리가 없어 보일정도로 열심히 유리창 청소를 하던 일, 친구들과 함께 하던 여러 가지 놀이 등. 우리 마음속에 간직한 소중한 추억들이 떠오르는 학교였다. 주렁주렁 열린 비파도 따먹고, 흑염소에게 환심을 사려고 다들 풀을 뜯어 애타게 흑염소를 부르고, 축구 골대에 덩그러니 줄만 매달린-즐거움 보다는 아픈-그네도 타며 모두 즐겁게 순수하게 그저 초등학교 시절의 어린아이로 돌아가고 있었다. 밤에는 무서운 일명 ‘푸세식’ 화장실을 제외하고 말이다.




















       
     
    ▲ 밤에는 무섭지만 그래도 정겨운 ‘푸세식’ 화장실
     

    거위들의 한바탕 합창소리에 깨어난 아침은 비록 날은 흐렸지만 아주 조용하고 상쾌했다. 오늘은 기행 일정 중에서도 많은 참가자들이 기대한 ‘갯벌체험’이 있는 날이다. 누룽지탕으로 간단하게 허기를 채우고 박준영 선생님의 이론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수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참가자 모두가 호기심과 즐거움이 가득 찬 모습이었다. 모두의 갯벌에 대한 기대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 갯벌을 바라보는 우리
     


















       
     
    ▲ 갯벌의 매력에 빠져듭니다.
     

    물때를 맞추어 오후 1시 10분쯤 갯벌로 향하였다. 갯벌 내려가는 길의 풀꽃과 논과 밭을 보면서 모두들 많은 이야기꽃을 피워냈다. 드디어 고대하던 갯벌에 도착. 발이 쑥쑥 빠지는 걷기 힘든 갯벌이었지만, 모두들 갯벌의 풍경과 그 안에 살고 있는 조그마한 생명체들을 향해 연신 질문을 하고, 셔터를 눌러댔다. 가만히 자세히 보지 않으면 힘들 정도의 너무 작은 게를 비롯해서 오전에 배웠던 여러 종류의 게와 조개들을 구별하고 관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작은 게들이 갯벌 위에 올라와 열심히 체조를 하는 모습도 재밌고 신기했다. 모두들 갯벌의 그 위대한 모습에 빠져들고 있었다.




















       
     
    ▲ 갯벌에 사는 친구, 길게
     


















       
     
    ▲ 너무 재밌고 신기한 ‘쏙’잡기
     


















       
     
    ▲ “쏘~옥”하고 튀어나온 어른 손바닥 길이만한 쏙들
     

    한편에서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들이 무엇인가를 하고 계셨다. 바로 ‘쏙’을 잡고 계셨던 것이다. TV를 통해서만 몇 번 보았던 모습을 눈앞에서 실제로 보니 너무 재밌고 신기했다. 쏙은 곡괭이로 갯벌을 파내면 나오는 큰 구멍들에 된장을 조금 풀고, 기다란 붓을 구멍 속에다가 밀어 넣는데, 이렇게 하면 쏙이 집안에 들어오는 침입자를 막기 위해 올라와 붓 끝을 잡는다고 한다. 그러면 그 순간 ‘쏘~옥’하고 잡아 올리는데 그 소리에 연유하여 이름을 ‘쏙’이라 부른다고 하신다. 할머니들을 도와 쏙 잡는 일을 도와 드렸다. 모두들 열심히 곡괭이질을 하고 다리가 저린 줄도 모르고 쪼그리고 앉아서 열심히 붓을 구멍에 집어넣고 있었다. 어른 손바닥 길이정도의 쏙이 붓을 잡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서 박수와 함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할머니들을 졸라 쏙 5천원어치를 샀는데 남해의 후한 인심에 너무 감사해서 몇 번이고 인사를 했다. 갯벌과 바다와 호흡하면서 조개도 잡고 물장난을 치면서 즐거운 오후를 누리고 돌아왔다(이 날 우리는 조개와 홍합, 야구공보다 큰 소라를 잡았다).




















       
     
    ▲ 인심후한 할머니에게 사온 쏙. 튀김을 해먹으려고 열심히 다듬었다.
     


















       
     
    ▲ 갯벌에서 잡아온 홍합과 여러 종류의 조개들
     


















       
     
    ▲ 어른 주먹크기의 소라
     

    열심히 쏙을 다듬어 예쁘게 튀김옷을 입혀서 튀겨먹은 쏙 튀김과 소금만을 넣어서 끊인 홍합탕, 된장을 풀고 끊인 조개와 커다란 소라로 든든하게 배도, 우리 마음도 채울 수 있었다. -모두들 너무 열심히 했던-짚풀로 달걀꾸러미, 복조리, 새끼줄 꼬기 등을 김송섭 선생님께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 이후 늦은 밤까지 갯벌학교에서의 마지막과 기행의 마지막을 아쉬워하면서 촛불과 함께 좋은 사람들과 좋은 노래와 함께 아쉬운 시간을 보냈다.




















       
     
    ▲ 너무 열심히 배웠던 짚풀공예
     

    다음 날 이른 아침 마을 이장님의 정겨운 안내 방송을 들으며 잠에서 깼다. 우리는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갯벌학교에서의 아쉬움을 사진에 담으며 제주도로 향하는 배를 타기 위해서 완도로 향하였다.




















       
     
    ▲ 갯벌생태학교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추억 한 컷
     

    남해갯벌생태학교는 많은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생태의 장과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공간이다. 하지만 내년이 되면 이곳도 사라진다고 한다. 돈을 들여서 이곳을 리모델링하고 다른 교육의 공간으로 바꾼다고는 하지만 이곳을 가꾸어 오신 교장 선생님은 물론이고 우리들처럼 이 학교의 추억을 간직한 사람이라면 모두 너무 아쉬울 것 같다. 어쩌면 이 학교가 사라지기전에 우리 평화기행팀이 이곳에 온 것은 분명 운명이었으리라고 생각한다. 학교는 사라지지만 이곳에서 진정한 자연의 평화 그리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평화가 무엇인지 알게 된 우리가 이곳에서의 추억을 잊지 않고, 그 ‘모심과 나눔’의 정신을 잊지 않고 전파한다면 갯벌생태학교는 우리들, 이곳을 찾아왔던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분명히 또렷한 기억으로 살아있으리라고 생각한다.




















       
     
    ▲ 우리에게 너무 좋은 이야기, 멋진 노래를 불러 주셨던 박언주 교장 선생님(좌)과 김송섭 선생님(우)
     

    달고 시원했던 비파열매와 아침이면 시끄럽게 울어대던 거위 두 마리, 언제나 도도했던 흑염소 세 마리, 밤이면 뭔가가 올라올 것 같던 무서운 화장실, 매섭게 물던 모기, 그리고 선생님들...아직도 그들은 그 조그마한 학교에 있고, 그곳의 마지막을 지킬 것이다. 그리고 내 기억과 마음속에서도 그날의 즐거움이 그대로 살아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