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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주의 저널 '일다']제주의 물 이야기

  • 제주의 물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제주의 물은 제주도 전체 면적의 98%에 이르는 넒은 지역이 화산암류로 되어있다는 지질적 특성에 의해 만들어진다. 화산암류라고 하는 지질적 특성은 곶자왈과 용천수, 건천이라는 독특한 환경을 만들어 냈다.

    제주의 곶자왈은 제주만의 독특한 기후와 토양 환경을 간직한 곳으로, 식물생태계의 보고라고 알려져 있다. 곶자왈은 해발 200~600m의 중산간 지역에서부터, 해안 저지대로 이어지는 완만한 경사면을 이루며, 바위덩어리(점성이 큰 아아용암류)들이 뒤엉켜 불규칙적으로 넓게 분포하고 있는 지역이다.

    과거의 곶자왈은 크고 작은 바위들이 널려있고 나무와 가시덤불이 우거진 쓸모 없는 땅으로인식 되어 난개발의 표적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곶자왈의 생태적 가치가 보편화되면서 ‘공유화’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곳이다. 곶자왈이라는 용어는 최근에 만들어진 지질학적인 합성어이다. 과거의 제주 사람들은 곶자왈을 ‘곶’, ‘자왈’, ‘숨골’이라고 구분해서 불렀다.

    곶자왈의 가치는 이곳이 식물생태학적으로 매우 특이한 식생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육지와 단절된 섬이라는 지리적 환경 속에서 다양한 생명 주체들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물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곶자왈은 비가 오면 마치 물 스펀지처럼 땅 속으로 곧바로 스며들게 하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필터 역할을 해 깨끗한 양질의 지하수를 저장할 수 있도록 한다.

    섬 마을과 문화의 배경이 되어온 용천수

    제주의 용천수는 제주의 옛 마을의 형성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또 용천수는 제주섬이 갖는 섬사람들의 노동과 삶의 근간을 형성하는 문화적 배경이 된다.

    현재까지 조사된 제주의 용천수는 911개소다. 이들 용천수 중 해발 5m이하의 해안선 부근지역에 위치한 것은 모두 520개소로 전체의 57%에 이른다. 또 해발 10∼50m 사이 지역에는 97개소가 분포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의 용천수는 해안 저지대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제주의 옛 마을은 물을 얻기 위해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용천수는 대수층이라고 하는 지질을 따라 흐르는 지하수가 암석이나 지층의 틈을 통해 지표면으로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제주의 하천이 대부분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임에도, 서귀포와 일부 지역의 하천의 하부는 수량이 매우 풍부한 특이한 하천들이 발달되어 있는데, 이 모두가 용천수의 용천 특성의 결과라는 것 또한 화산섬 제주의 독특함으로 여겨진다.

    과거 제주섬 사람들의 물 이용 방식은 원시적 행태를 띠고 있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새벽녘 물 허벅을 지고 돌담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용천수에서 빨래를 하고 소와 말에게 물을 먹이고 있는 모습은 제주의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기도 했다. 이처럼 용천수는 제주의 옛 마을과 공동체 문화를 형성할 수 있었던 매우 중요한 환경 요인이었다.

    골프장, 리조트 등 지하수 오염 우려높아

    제주의 물, 지하수는 이 외에도 여러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거친 바람과 척박한 화산회토의 땅을 일구며 살아야 했던 섬사람들은 물이 참 귀했다. 그래서일까? 제주 사람들은 지하수가 무분별하게 난개발되어 지하수 오염수치가 높아지고, 함양량 대비 적정개발량이 90%를 넘고 있다는 보도에 민감하다. 제주의 각종 개발 현안을 이야기할 때 늘 지하수 문제가 그 중심에 있다.

    특히 최근 골프장과 리조트와 같은 대규모 개발에 따른 지하수 개발량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허가되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 축산과 양돈폐수, 농약 등에 의한 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리고 염분의 지하수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과, 많은 지역 용천수들이 음용수로 부적합하거나 수량이 급격히 줄고 있다는 사실 등은, 지하수 문제를 지역의 가장 커다란 이슈로 생각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지난 1957년 금산수원 개발과 상수도 보급에 이어, 1988년 제주도의 상수도 보급률 99.9%라고 하는 수치는 ‘물의 혁명’의 완결점이 아니라, 오히려 도민들 사이에 물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제주의 물 문제는 단순히 지하수의 관리와 고갈, 오염이라는 문제를 넘어서, 공공의 자산으로서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으로 인식돼야 한다는 입장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먹는샘물 허가, 제주의 ‘물 사유화’ 위기

    하지만 제주의 물, ‘지하수’에 대한 제주도의 일반적 견해는 물 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합리적 관리에 의한 보전’이라고 천명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개발에 필요한 지하수개발 행정 행위는 줄어들고 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에는 먹는 샘물 허가와 관련, 스스로 증산계획을 수립 발표함으로써 기업과 개인의 ‘물 사유화’ 길을 열어주고 말았다.

    이처럼 제주도의 지하수 관리체계는 미완의 제도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형편이다. 만약 제주도가 지하수를 공공적 자원으로서 합리적으로 보전하고 관리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그에 상응하는 제도를 마련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이 문제는 지하수 관리정책 하나만을 놓고서는 해결되지 않는 복합적인 부분이 있다. 물 관리 핵심에는 공공적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이해하는 일이 기본이다. 뿐만 아니라, 제주도 물 산업 육성계획의 제 검토, 개인 소유의 지하수 관정의 투기적 거래나 임대 금지, 지하수 관리에 영향을 주고 있는 개발정책의 변화, 지하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중산간 및 곶자왈 보존 등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제주도라는 섬에서 물의 문화적 맥락과 기억을 미래 세대에 물려줄 유산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 글은 여성주의 저널 '일다'(http://www.ildaro.com)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