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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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차 국토종합계획 공청회에 즈음한 입장

  • 형식적인 공청회로 인한 국토종합계획의 졸속추진을 우려한다.

    제4차 국토종합계획이 일단 최종안이 나옴으로써 그 기본골격이 확정되었다. 우리는 이번 제4차 국토종합계획이 지역간 균형개발을 위한 국가차원의 최상위 계획이라는 점, 그리고 제주도에서 추진하는 국제자유도시 구상에 결정적 영향으로 작용하는 장기 제주발전과 관련된 중차대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이 계획 초안이 발표될 때부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주목해 왔다.
    하지만 정작 이 계획의 발표 이후 최초의 공식 의견반영 기회라 할 공청회가 축소된 일정으로, 그것도 다분히 형식적인 설명회 수준에서 이뤄지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유감을 금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 계획이 지역주민의 관심과 참여를 통하여 절차적 정당성과 내용의 합리성을 획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책마련이 이뤄지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제기와 요구를 제출하고자 한다.

    일정의 촉박함을 이유로 한 공청회의 축소개최는
    지역의 여론을 무시한 중앙일방적 처사이며 행정편의주의나 다름없다.

    우리는 지난 7월, 초안발표때부터 이 계획이 지금까지 국토개발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새로운 환경패러다임의 추세를 반영한 친환경성을 우위에 둔 개념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관심과 더불어 많은 기대를 가져왔으며, 실제 이를 준비해 온 정부나 국토연구원 차원에서도 이 계획이 새로운 '친환경적 국토계획'임을 자처해 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계획의 진행과정은 당초의 그러한 취지를 내용적인 완성도로 이어갈 만큼 충분한 의사수렴을 바탕으로 삼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처음의 기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우리가 알기로 이번 공청회는 계획안에서 제시된 9대 광역권을 중심으로 이뤄질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중앙부처의 단지 '일정상의 이유'로 공청회를 축소 진행한다는 자체는 이 계획의 절차적 정당성에 커다란 오점을 남기는 것일 뿐만 아니라, 지역의 제대로 된 의견반영의 기회를 외면하는 중앙일방적 처사이며 행정편의주의에 다름아니라고 판단한다.

    지역 안배기능과 여론의 다양성을 상실한 광주 공청회는
    실효성 없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제주도의 경우, 당초 계획안에서는 9대 광역개발권역의 하나로 포함돼 있다가 최종안에서는 "국제자유도시로 집중개발"키로 함으로써 별도 분류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최초안의 '관광자유도시' 개념이 제주도자체의 계획과 상충됨으로서 제주도차원의 건의가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는 바, 계획 입안주체의 입장에서 지방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는 한편으로 지역의 공론화 정도나 합의수준에 관계없이 지방행정의 입장을 여과없이 수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계획의 실효성과 타당성 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제주도가 추진하는 국제자유도시 계획이 국토종합계획을 통해 국가차원의 계획으로 반영되고 있는 바, 따라서 이번 공청회는 제주도 국제자유도시 지정, 육성과 관련한 정부차원에서 실시되는 최초의 공식적인 의견수렴 기회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를 광주, 전북등과 같이 묶어 공청회를 치룸으로써 가뜩이나 지리적으로 접근하기 힘든 지역차원의 의견참여기회를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토론자 구성에서도 지역주민 대표, 지역 시민단체등 지역의 다양한 의견참여를 배제하고 있다. 또한 12명의 토론자 중 제주도 관련 토론자는 단 1명으로 배치되는 등 공청회가 실효성과는 거리가 먼, 파행적으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와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정부는 실효성 있는 의견수렴에 나서라.

    우리는 이번 제4차 국토종합계획이 수립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계획은 만들어놨으니, 추진은 지방차원에서 알아서 해라"는 식의 무사안일한 중앙정부의 태도를 가장 경계하면서 그 추이를 조심스럽게 짚어 왔다. 이러한 우려는 비단 우리 뿐만 아니라 이번 계획과정을 지켜보는 모든 지역과 국민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때문에 계획의 내용 또한 친환경적 발상을 우위에 둔 지역균형개발이라는 당초의 취지에 대한 확고한 의지보다는 내년 예정된 국회의원 선거등을 의식한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적당히' 지방의 요구를 가미하는 식으로 넘기는 것은 아닌지, 계획에 대한 책임과 실효성에 많은 의문을 갖게한다.
    제주도의 경우만 보더라도 당초 계획 초안에서 설정됐던 '관광자유도시'로서의 목표가 어느 순간 '복합형 국제자유도시'로 바뀌어져 있음을 목격하고 있는 바,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 타당성에 앞서 이와 비슷한 계획이 하나의 계획안에서 다른지역과 이미 상충되는 요소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공청회등 요식화 된 의견수렴 등 계획의 책임성 부재와 실효성 확보수단이 요원한 가운데 계획 자체로만 남을 수 있는 이번 계획안이 나름대로의 실효성과 합리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상충되는 계획의 내용을 조절하기 위한 '유사권역별 공청회'등의 실질적인 의견수렴과 조율이 계획 확정 전에 사전 병행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이번 계획안이 명실상부한 국가종합계획으로서 그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내 각 지방과 모든 지역의 주민들에게 의견참여기회를 최대한 연장, 보장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이번 제4차 국토종합계획의 수립과정은 지역에 있어서는 지역발전의 미래상을 총체적으로 구현하는 작업일뿐만 아니라, 국가차원에서도 21C 국가의 종합발전상을 마련한다는 의도에서 진행되는 만큼, 충분한 시간과 의견수렴등 검토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며 여기에 일정의 촉박함 등 단지 행정상의 이유로 한 절차의 왜곡은 비난받아 마땅하며 오히려 더많은 시간과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당국은 명심해 주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번 제4차국토종합계획과 관련하여, 이에 관심을 갖고 대응을 준비하는 전국의 시민환경단체와 더불어 조만간 계획수립의 전과정과 내용을 진단하는 워크샵을 개최하는 등 조직적인 대응에 나설 방침임을 밝혀두고자 한다.

    1999. 10.30

    참여자치와 환경보전을 위한 제주범도민회
    (공동대표 : 임문철 / 김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