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감시·대안·참여·연대를 지향합니다.

  • 천년의 섬, 막내 섬, 비양도 바라보기

  • 옛날 바다를 떠 다니는 섬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아, 섬이 날아 다닌다’라고 외치자 섬이 바다에 내려앉으면서 만들어졌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마치 천공의 섬 ‘라퓨타’를 연상시키는 신비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 섬이 비양도입니다. 한자로 날 비(), 날 양(), 섬 도()를 써서 말 그대로 날아다니는 섬이라는 뜻이지요. 비양도 섬을 한림읍 협재나 금릉에서 보면 마치 새가 날개를 펼치고 나는 듯한 모습입니다. 그래서 이런 상상이 나왔을 지도 모르지요. 아니면 정말 날아다녔거나….



    비양도사진.jpg


     


    비양도는 1002년 6월에 산이 바다에서 솟아났다는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이라는 역사기록에 형성된 때가 기록된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섬입니다. 지난 2002년이 비양도가 만들어진 지 1000년이 되었다고 해서 ‘천년의 섬’이라고 불리기도 했지요. 정확히 기록된 것은 아니지만 7일만에 섬이 형성되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마치 섬이 날아와서 생긴 것이라고 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보면 비양도는 형성과정에서부터 신비로움과 독특함을 가지고 있는 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비양도에서 20여 가구, 5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고, 한림항에서 약 30분정도 배를 타면 갈 수 있습니다. 1년에 2만 6천명 정도의 관광객들이 비양도를 찾고 있다고 합니다. 비양도에는 화산섬으로서 많은 지질학적 생태적 독특한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질학적으로 보면 둘레10m, 높이 2m인 거대 화산탄이 화산폭발의 위력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바다에서 분출했음에도 육상화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것도 신비한 점입니다. 또한 비양도에는 비양도에만 존재해서 비양나무라고 불리는 나무의 자생지가 있고, 펄랑호라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연못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염분에도 견디면서 자라는 염생식물들이 있고, 주변 바다에는 산호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비양도해안을 따라서 해안산책로가 만들어져 있고, 비양봉(114m)을 오르는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비양도의 독특하고 신비로운 아름다움과 제주 본섬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습니다.



    이런 전설과 역사, 섬의 독특한 생태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곳에 최근 한 개발업체가 케이블카를 놓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협재리 한림공원 앞 해안에서 출발하여 비양도 선착장 서쪽까지 약 2km의 거리에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서 현재 환경영향평가가 심의 중에 있습니다.



    비양도케이블카조감도.jpg


     


    케이블카를 놓으면 걱정되는 점은 우선 경관문제입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높이 58m의 철탑을 바다에 2개를 세운다는 것입니다. 제주의 모든 해안은 경관보존을 위해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높이 58m의 거대한 철탑을 세우면 제주본섬에서 비양도를 바라보는 경관이나 비양도에서 제주본섬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경관이 치명적으로 손상을 받습니다. 경관은 보는 사람마다 가치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그래도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케이블카를 세워서 이익을 얻고자 하는 사업자 외에는 이를 아름답다고 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환경영향평가에서 사업자는 이 문제를 철탑의 색깔을 주변 색과 어울리는 것으로 바꿔서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철탑의 거대한 몸체가 어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제주도의 ‘경관관리계획’이 있는데 이 경관관리계획의 기준을 벗어나는 케이블카를 도에서는 환경영향평가에 까지 오르도록 방치한 점입니다. 제주해안에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서 철저하게 지켜오던 ‘경관관리계획’을 특정 사업자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모순된 행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케이블카는 또한 해안사구의 파괴나 케이블카의 시점부에 위치한 동굴군에 미치는 영향, 대규모 비양도 탐방객으로 인한 비양도 내의 식생 및 지질학적 자료의 파괴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1년에 6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좁은 면적의 섬에 집중되면 거기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나 오수 등 비양도의 청정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1년에 비양도를 찾는 사람들은 2만 6천명 정도입니다. 현재도 주민들이 관광객들이 버리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고, 처리문제도 태우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실정입니다. 이미 우도와 마라도처럼 대규모 관광객이 찾는 지역에 발생되는 문제가 고스란히 비양도에도 일어날 것이라는 걱정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개발사업자 측에서는 일부 이런 부정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최소화하려 노력할 것이며, 또한 이런 문제가 일부 발생하더라도 케이블카를 통해서 얻을 지역주민들의 소득향상과 고용효과를 내세우면서 이를 무마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의 케이블카를 통해서 볼 때도 일부 상인들을 제외하고는 직접적인 소득향상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고용효과도 다른 호텔이나 골프장에서 처럼 비정규직처럼 고용 안정성이나 전문성이 낮은 일들이 주민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반면, 케이블카를 통해서 개발사업자가 누리는 이익은 막대합니다. 표면적으로는 협재와 비양도 간의 케이블카 운영수익으로 한정해서 보겠지만, 섬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운송수단을 소유하는 것이 곳 섬 전체를 소유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도에서 보는 것처럼 도항선을 운영하는 업체가 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일개 업체를 뛰어넘는 제왕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만약 케이블카가 만들어지게 되면 그 이후에는 일개 업체가 지역주민들의 현재와 미래에 관련된 사항들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 만큼의 절대적인 권력이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지나친 기우일지 모르지만 결국 비양도라는 섬이 개발사업자의 손에 넘겨지는 결과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케이블카가 이런 예측가능하고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을 뒤로하고 계속 추진되는 이유 중의 가장 큰 것은 제주도정의 추진의지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이 문제가 제주시와 관련되지만, 제주시장을 도지사가 임명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제주도정이 이 문제에 대해서 제3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도정의 환경보존 의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도정에서는 이 사업을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로 넘겨 이 문제의 결정에 대한 부담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의 논의 절차상으로 보면 사업자가 제시하는 계획에서 문제가 되는 것을 보완하여 심의하는데, 통과는 다수결에 의해 결정됩니다. 도 공무원과 전문가, 시민단체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결국 어느 시점에서 다수결에 의해 통과되는(근본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후 다시 도의회에서도 심의의결을 거치겠지만, 개발업자의 편을 들어주는 도의회의 유명무실함에 기대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가파도는 최근에 대규모 개발사업을 거부하면서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가파도의 미래를 만들고자 주민들이 의견을 모으고 청사진을 만들었습니다. 비양도 주민들도 현재 이 개발사업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무엇이 진정 미래를 위한 선택일지는 분명합니다. 개발사업이 주는 단기적인 달콤함에 현혹되어 미래를 버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비양도는 제주의 소중한 일부입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소중한 일부입니다. 전설에서 볼 때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지만, 제주사람들이 소리쳐 만든 섬이지요. 우리가 선택한 섬 깊이 있게 그 가치를 생각하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난 1월 22일 제주도청 2청사 회의실에서 비양도 케이블카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회가 있었습니다. 이 회의에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으로 제가 참석했습니다. 비양도 케이블카는 한림읍 협재리 한림공원 앞 해송조림지에서 시작하여 비양도항 서쪽의 종점까지 1,952m의 케이블을 시설하고 탑승인원 15인승의 탑승차 10대를 운행하는 계획으로 세우려하고 있습니다. 케이블을 지지하는 중간지주는 높이 58m로 협재와 비양도 사이에 2기를 세울 계획입니다. 이 케이블카의 사업예정자는 라온랜드㈜로서 도내에 골프장과 더마파크(말공연장)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업체입니다.



    환경영향평가에서 주된 쟁점이 되었던 점은 58m의 중간지주 2기가 매우 아름다운 해안에 세워지면서 불러올 경관파괴의 문제와 케이블카의 시점정거장에 있는 용암동굴의 보존문제, 그리고 비양도지역의 세부적인 식생 및 동물상, 문화재조사와 비양도 주민의 동의문제 등이 지적되었습니다.



    2002년에 비양도 탄생 1000년을 맞아 KBS환경스페셜 129회를 통해서 비양도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다시보기를 통해서 비양도의 소중한 가치를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사무처장 홍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