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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많이 벌면 정말로 행복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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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많이 벌면 정말로 행복해질까?”


    목요강좌 경제기획 첫 번째 강사로 나선 류재식 제주은행 성산포 지점장의 말이다. 제주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의 기획 강좌에 나선 전문가의 일성이 “돈 많이 벌면 정말로 행복해질까?”라니 좀 이상하다.



    류재식 지점장은 제주도가 돈이 없어 경제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한다. 제주도 지방재정 규모도 55만 인구에 3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갖고 있으니, 문제는 돈이 없는게 아니라 쓰임새에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책도 대규모 투자유치에만 전전긍긍하는 방식이 아니라, 관광, 농업 등 개별정책에 대한 관심과 혁신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돈들이 제주도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문제다. 예컨대 2009년 12월 기준 제주의 총예금은 14조에 이른다. 이 중 제2금융권이 10조 가까이를 차지하는데, 이 중 4조 가까운 돈이 역외로 빠져 나간다. 제2금융권 본사로 흘러 드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 대형마트 등으로 몰렸다 빠져 나가는 돈을 포함하면 규모는 엄청나다. 실제로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분석에 따르면, 제주도의 GRDP 규모가 커질수록, 빠져 나가는 돈도 크고 외부 의존도가 심화된다고 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제주도 경제, 특히 산업구조의 체질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의 산업여건상 제조업, 즉 2차 산업을 키우기 어렵다고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키울 수 있는 분야가 있다. 특히, 한국수출보험공사의 물류비 지원시스템 같은 경우를 활용해 제주의 물산업, 술산업 등 제주의 특성과 연계한 제조업을 얼마든지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류재식 지점장은 이를 위해 산업구조 전반의 단계별 재편 전략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개별 산업정책에 대한 투자계획의 수립이 중요하다. 이런 전략적이고 구체적인 고민이나 전략이 없으니, 하루가 멀다 하고 카지노, 케이블카 같은 단기적이고 손쉬운 방식만 고집하는 것이 행정의 현실이라고 꼬집고 있다.


    여기에 지나친 관개입(각종 지원등)에 의존한 1차산업의 시장 경쟁력 확보, 쌈지돈으로 사실상 전락한 지방재정 자금의 효율성 극대화 등의 몇 가지 주문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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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재식 지점장은 상위 20% 이익이 나머지 80%를 포함한 전체이익을 차지한다는 ‘파레토 법칙’의 사회를 지속시킬 것인가는 하는 중대한 기로에 와 있다고 제언한다. 지금 정부의 정책은 사실상 상위 20%를 위한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 이른바 ‘트리클 다운’(물컵이 차오르면 흘러 넘치는 물처럼, 경제가 성장하면 자동적으로 국민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식의 성장이 곧 전체 이익을 증진시킨다는 이론, 필연코 대기업 중심, 부자중심의 정책을 유발한다)도 이의 맥락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경제정책이 오히려 우리나라 경제 전체를 더 안 좋은 상황으로 몰고 갔다. 기업들은 투자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예금의 85%인 183조가 만기 1년 이상의 저축성 예금으로 은행 금고에 고스란히 쌓여 있다. 반면, 여력이 없는 국민들의 저축률은 계속 줄어 OECD 30개 회원국 중 꼴찌로 추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정부의 감세정책은 2009년 기준 전년대비 경상조세 지출 증감률에서 상위 20%는 -10.4%, 저소득층은 14~17% 증가하는 결과를 만들어냈을 뿐이다. 정책은 부자를 위한 정책을 쓰면서, 세금은 가난한 사람들이 더욱 부담을 지게 되는 형국이다.



    여기에 생계형 자영업자는 1999년 이후 처음으로 2009년 전국 550만명 이하로 줄어들었다. “가게 하면 망한다”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울먹임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산층 붕괴는 오래된 이야기가 되었고, 15년 만에 빈곤층은 두 배가 되었다는 지표를 통해 과거 중산층 상당수가 신빈곤층으로 전락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류재식 위원장은 또 다시 과거방식으로 돈 많이 벌어 국민경제의 규모를 키우는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어렵다고 얘기한다. 앞서 상위 20%가 전체의 부를 대변하는 ‘파레토 법칙’의 사회에서, 나머지 80%가 행복할 수 있는 ‘롱테일 법칙의 사회’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돈 많이 벌면 행복한가 하는 물음에 대해 개인적, 사회적 수준에서 고민해야 될 시점에 와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것이 거꾸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길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조건, 예컨대 건강과 의료, 교육 등에 대해 국가가 이를 보장하고, 이를 토대로 사람들이 일단 ‘생존’에서 부담을 덜어야 보다 창의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재벌기업이나 주식 전문가들이 경영하는 경제가 아닌, 행복한 사람들이 경영하는 모두의 경제로의 전환, 이것을 매개하고 추동하는 것, 이것이 진짜 경제정책이라는 말로 들린다. 그리고 제주도가 먼저 나서면 어떨까?



    고유기 정책위원장